지난 주말 통신업계의 관심은 온통 KT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에 쏠렸다. 남중수 사장이 비리 혐의로 퇴진한 뒤 공석이 된 최고경영자를 뽑기 위한 사장추천위원회의 면접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지원자 중 어느 누구도 면접을 하지 못했다. 사추위에서 KT 정관에 있는 규정을 이유로 최종 면접을 미뤘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와 그 기업집단에서 최근 2년 이내 임직원을 지낸 사람은 이사(KT 사장)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폭넓게 해석하면 SK나 LG는 물론이고 삼성·롯데·CJ·현대백화점·태광 등 크고 작은 통신·미디어 관련 회사를 갖고 있는 그룹 출신은 KT 사장이 절대 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KT 내부 직원이나 낙하산 공무원 외에는 사장을 맡을 사람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경쟁그룹 계열사의 고위 임원은 물론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경쟁사의 사외이사를 지냈어도 KT 사장을 맡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지난 9일에는 김건식 KT 현 사외이사(서울대 법대 학장)가 KT 사추위 위원에서 전격 사퇴했다. 김 교수 스스로 KT 정관에 위배되는 경쟁사 그룹 계열사인 LG화학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KT 사추위는 지난 7일 최고경영자(CEO) 초빙공고를 통해 '경험이 많고 KT 혁신과 비전을 제시할 인물'이라고만 자격 요건을 내걸었다. 문제의 정관 규정에 대해선 아무 설명도 없었다. 그래서 관계·재계의 유력인사들만 40명 넘게 몰렸다.
KT 사장 초빙 공모에 응한 A씨는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KT가 이런 황당한 규정을 두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상한' 규정을 내걸어 상당수 지원자를 탈락시키고 차기 사장을 정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KT 사추위가 진정 회사를 구하고 능력 있는 CEO를 초빙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