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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화물기 사는 것보다 1000억 절약
Category : SCRAP/about sky
Date : 2007/05/02 09:00

낡은 여객기, 화물기로 고치는 대한항공 부산공장

수리비 3천만달러 들이면 낡은 여객기 감쪽같이 고쳐 부품만 4만2천여개 교체
낡은 B747 여객기만 300대 화물기로 개조할 경우 전 세계 시장규모 9조 넘어


부산 강서구 대저동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공장. 길이 70.66m, 폭 64.44m, 높이 19.41m의 B747-400 비행기 1대가 철제 받침대 위에 얹혀진 채 ‘수술’을 받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승객을 실어 나르는 여객기였던 이 비행기는 다음달이면 사람 대신 화물을 운반하는 화물기로 다시 태어난다.

리모델링 작업 중인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기초 철골 공사를 막 끝낸 건설 현장 같았다. 여객기의 모습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좌석·오디오·산소마스크 등 승객용 편의 시설은 다 뜯어져 있고, 직원들이 곳곳에서 용접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사람이 앉았던 자리 밑바닥에는 무거운 화물을 지탱하기 위해 구조물로 보강 작업을 하고, 짐을 옮기기 쉽게 레일을 깔고 있었다. 승객 좌석 밑 칸 여객용 화물칸이었던 공간에는 예전에 없던 온도·습도 조절 장치를 설치 중이다. 최준철 상무는 “말없는 화물이라고 나르기가 쉬운 게 아니다”라며 “반도체와 같은 첨단제품과 동·식물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춰야 하고, 고가(高價)의 미술품의 경우 최대한 흔들림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여객보다 더 까다로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 대한항공이 부산 공장에서 B747-400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고 있는 모습. 4만개 이상의 부품을 바꿔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김승범 기자


벽에 설치돼 있던 전기 배선도 완전히 다 새로 깔아야 한다. 큰 화물을 실을 수 있게 이코노미클래스 좌석의 천장은 높여진 상태였다. 문은 화물이 드나들 수 있게 옆 부분을 잘라내 가로 3.6m·세로 4.1m짜리로 바꿔 달 예정이다. 최 상무는 “비행기 외형과 엔진 빼고 다 바꾼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부품 4만개 이상 바꿔야=대한항공은 작년 7월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사업에 진출했다. 15년 이상 운항해 낡고 승객 편의 시설이 부족한 여객기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 1월 1호기를 출고했고 현재 제작 중인 2호기는 다음달 중순 완성 예정이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작업은 의자만 뜯어내면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4만2000여 개의 부품을 바꿔야 한다. 최 상무는 “숙련공 200여명이 넉달 넘게 매달려야 하는 고난이도 작업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싱가포르·이스라엘·중국(보잉사 협력사) 등 4개 국만이 B747-400 기종을 화물기로 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부산 공장은 그동안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다. 이 공장은 현재 미군의 유일한 해외 정비 기지로, 대한항공과 보잉사는 F-15K 전투기 수리·부품보급·기술지원 등 종합 운영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양해각서를 최근 체결했다.

◆신형 화물기 구매 비용의 5분의 1=대한항공의 화물기 개조 사업은 현재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국제 항공화물 시장의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여객기 개조를 통해 화물기를 확보할 수 있다. B747-400 신형 화물기를 구입하는 데에는 1억5000만 달러(약 1400억원) 정도가 들지만 여객기를 화물기로 고치는 비용은 3000만 달러(279억원) 정도면 된다. 송주열 생산관리팀 부장은 “여객기는 승객의 만족도를 위해 신형 비행기를 많이 들여오지만 화물기의 경우는 보수·관리만 잘 해도 운항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세계 민항기 개조 사업에 진출한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조항진 부사장은 “항공기 개조사업은 화물 사업 기반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항공기 제작과 정비사업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낡고 오래돼 화물기로 개조가 필요한 B747-400 여객기는 현재 300대 정도로 추산된다. 이를 액수로 환산하면 100억 달러(9조3000억원) 정도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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