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10개국과 무역결제 본격 나서
중국이 자국 화폐 위안(元)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행정부)은 광둥(廣東)성과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한 창장(長江·양쯔강) 삼각주 일대 기업들이 홍콩 및 마카오 기업들과의 무역대금 결제를 달러뿐만 아니라 위안화로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반(半)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이 25일 보도했다. 국무원은 또 동남아시아와 인접한 광시(廣西)자치구와 윈난(雲南)성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과 위안화로 무역결제를 할 수 있는 시범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번 조치는 일차적으론 경영난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들에 환전수수료 등 비용부담을 줄여주고 수출 대상국 다변화를 통해 경기부진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자국 화폐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본다.
중국은 지난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러시아 방문 때 위안화와 루블화(러시아 화폐)를 양국 간 무역결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데 기본적 합의를 봤으며, 이미 8개국과 '위안화 무역결제' 협정을 맺었다고 우샤오링(吳曉靈)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재정위 부주임이 최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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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디아지오코리아는 신형 위조방지장치인 체커(인증 추)가 장착된 윈저를 새로 내놓았다. 체커는 세계적인 위조방지마개 제작회사인 구알라클로저그룹과 디아지오 영국 본사의 위·변조 방지팀(Anti-counterfeit)이 6년에 걸쳐 연구·개발한 첨단 위조방지 장치이다. '체커'의 비밀은 병 뚜껑에 달린 정품 인증용 추에 있다. 병 뚜껑을 열면 길이 2~3㎝에 끝이 원판 모양으로 된 추(체커)가 분리되면서 술병 안쪽으로 3~5㎝ 정도 떨어진다. 추는 병 입구에 물려 있는 플라스틱 지지대와 단단하게 결합돼 있어 병을 깨지 않는 이상 위조가 불가능하다.
체커의 등장은 '가짜 술' 노이로제에 걸려 있던 한국의 주당(酒黨)들에게 희소식이다. 윈저의 시장 점유율이 29.9%에서 최근 32.2%로 오른 게 그 방증이다. 김종우 디아지오코리아 사장은 "술 시장에서 1%의 점유율을 올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윈저 체커에 대한 반응은 그만큼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50년 여 동안 '가짜 술과 전쟁'
이런 윈저 체커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이탈리아의 구알라클로저그룹이다. 1954년 안젤로 구알라(Guala)가 이탈리아 북부 알레산드리아(Alessandria)에 세운 구알라클로저그룹은 위조방지 마개 분야의 절대 강자이다. 전 세계 주류용 위조방지 마개 시장의 58%를 장악하고 있고, 위조방지에 적극적인 유럽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그 비중이 70%로 올라간다. 국내 시장에서도 디아지오의 윈저 체커를 비롯해 페르노리카의 임페리얼, 하이트의 랜슬럿과 킹덤 등 대부분의 인기 위스키가 구알라클로저그룹의 위조방지 마개를 장착했거나 관련 기술을 적용했다.
구알라클로저그룹의 한국지사를 맡고 있는 대왕인터내셔널 이상열 사장은 "대부분의 유명 위스키에 가짜 술을 방지하기 위해 구알라클로저그룹의 병마개가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며 "사실상 구알라클로저그룹이 가짜 술과의 전쟁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여러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한 구알라클로저그룹은 50년대 후반부터 술병용 플라스틱 안전 마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알라클로저그룹은 시장 진출 6~7년 만에 이탈리아 주류용 안전마개 시장의 25%를 장악했고, 60년대 후반부터는 발렌타인과 J&B에 안전마개를 공급하면서 국제시장에 진출했다.
세계적인 회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자 프랑스, 스페인, 스코틀랜드 등 각국 주류회사로부터의 주문이 쇄도했고, 70년대 들어서는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인도 등 남미·아시아로 시장이 확대했다. 이상열 사장은 "오늘날 가짜 술 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 3000억 달러에 달하며 매년 9%씩 늘고 있다"며 "위조 주류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구알라클로저그룹도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비결은 연구개발
구알라클로저그룹의 성공비결은 연구개발(R&D)과 특허에 있다. 가짜 술을 만드는 사람들과 싸워 이기려면 그들보다 한 발 앞선 기술과 디자인으로 맞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구알라클로저그룹은 회사 설립 직후부터 병마개 회사로서는 흔치 않게 본사에 연구개발센터를 세웠다. 각 제품별로 가장 적합한 위조 방지 기술과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마개의 원료인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다루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주류·음료·화장품·식품·의약품 등 내용물에 가장 잘 융화하는 재료도 찾고 있다.
구알라클로저그룹은 이를 위해 매년 총매출액의 2.5%를 R&D 분야에 재투자한다. 연구인원은 박사급 인력을 포함해 125명에 이른다. 이를 통해 구알라클로저그룹은 60개에 이르는 모방·위조방지 기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알레산드리아 외에 주요 소비국인 스코틀랜드, 중국, 인도, 멕시코에 각각 R&D센터를 두고 있다.
구알라클로저(Guala Closures) 그룹
주류와 비(非)알코올 음료·와인·생수·기름·식초·화장품 제품에 사용되는 안전마개를 디자인·제조하는 최대 회사이다. 전 세계 15개국에 걸쳐 21곳의 생산설비를 갖고 있다. 지난해 60개가 넘는 나라에서 80억개 이상의 병마개를 생산했고, 원화기준으로 약 6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가부도 닥친 '빙하의 땅'을 가다
흥청망청 써버린 바이킹 후예… 너무 추운 겨울
미국發 글로벌 위기 첫 희생국은 지금 '검은 크리스마스'를 맞고있다
위클리비즈 편집장으로부터 아이슬란드 출장 제안을 받고 속으로 '잘됐다' 싶었다. 외신을 봐도 자세한 속사정을 알기 어려워 한번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가 부도 후 바이킹의 후예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지난 1일 오후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항공권을 예약할 때 파리-레이캬비크 직항편은 있는데, 오는 편은 직항편이 없어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예약해야 했다. "왜 오는 편은 직항이 없느냐"고 묻자, "나오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10년 전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해외 나들이객이 급감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레이캬비크행 보잉 757-200 항공기는 썰렁했다. 20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항공기에 승객은 80명 정도에 불과했다.
3시간 30분 뒤 아이슬란드 유일의 국제공항인 케플라비크 공항에 내리자 오후 4시밖에 안 됐는데도 밖은 이미 어둑어둑했다. 요즘 이곳은 낮 시간이 6시간밖에 안 된다.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은 아이슬란드의 현주소를 무엇으로 보여주나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날 현장 취재를 시작하면서, 그런 걱정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 골병이 들고 있는 징후를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 직원 소개로 만난 자동차 딜러 지구르손씨. 그는 올 초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연이율 4%짜리 외화(外貨) 대출을 받았다. 일본 엔화와 유로화를 섞어 총 2100만 크로나를 빌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슬란드에는 주택 붐이 일어 새집을 사는 게 유행이었고, 집값의 10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출 하면 곧 외화 대출을 의미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잇따라 올리자 아이슬란드인들은 저리(低利)로 외화 대출을 받는 길을 택했다. 은행들은 외국 자본을 끌어와서 이를 부추겼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닥치자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재앙이 시작됐다.
■물가 급등, 금리 급등, 집값 급락의 삼중고(三重苦)
금융위기 여파로 자동차 딜러 지구르손씨가 갚아야 할 원금은 3500만 크로나로 불었다. 환율이 급등한데다 은행 대출이 물가 연동형이기 때문이다. 1000 크로나의 대출을 받았는데 물가가 5% 오르면 원금이 1050 크로나로 불어난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황당한' 구조인데, 아이슬란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보편화돼 있다. 게다가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연 18%로 올리는 바람에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대출 금리는 연 20%대로 치솟을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값은 원래 매수 가격에서 30% 이상 떨어진 상태다.
"정부 긴급조치 덕에 매달 갚는 원리금이 10% 정도 깎이긴 했지만, 현재 상태로는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습니다. 요즘 차도 너무 안 팔려 회사에서 감원(減員) 대상자 선별에 나섰다는 소문도 있는데, 실직이라도 하게 되면 정말 큰일입니다. 제가 팔았던 포르셰, BMW, 볼보 등 최고급 SUV 차량들이 컨테이너에 가득 실려 노르웨이, 덴마크 등에 중고차로 헐값에 수출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마치 제 신세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울적해집니다."
국립 아이슬란드 대학 교정에서 만난 약대 대학원생 미스트양은 "2~3년 전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은행 대출을 받아 자기 차를 사는 것이 유행했었다"고 전했다. "저한테도 은행에서 '새 신용카드를 만들면 300만 크로나(3000만원)를 대출해 준다고 유혹했었는데, 그때 대출을 받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은행들의 대학생 대출 경쟁이 극에 달했을 땐, PC 구입자금 대출까지 등장했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아이슬란드 개인의 외화대출액만 3500억 크로나(약 3조5000억원)에 이른다. 1인당 평균 100만 크로나(1000만원) 이상의 외국 빚을 갚아야 하는 셈이다.
■금융위기로 연금 수령액이 40% 줄어
샴히아울프(아이슬란드어로 '단결'이란 뜻)라는 간판을 단, 레이캬비크 항구 주변 무료급식소. 10여 명이 공짜 빵과 커피를 먹고 있는 이곳에서 1인당 국민소득 세계 5위 부국(富國)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자원봉사자 구드몬타씨는 "작년 10월에 문을 연 이후 평소 하루 40명 정도가 이곳을 찾았는데, 11월 이후 하루 이용자가 10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했다.
그는 "전에는 거리의 부랑아와 알코올 중독자들이 주 이용자였는데, 최근엔 실업자뿐 아니라 연금생활자나 자녀를 데리고 오는 싱글맘들도 간혹 있다"면서 "저쪽 구석 한 테이블에 모여 있는 이들은 건설회사에서 해고된 폴란드 노동자들"이라고 귀띔했다.
한쪽 구석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있는 이에게 다가가 "왜 이곳에 왔느냐"고 묻자, 자신을 구드몬드라고 소개한, 전기공 출신의 60대 노인은 "금융위기로 연금이 줄어 생활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맡긴 연금이 금융위기로 거의 대부분 날아가버려 매달 받는 연금이 40% 이상 줄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더니 "정부 당국자도 아니고, 은행도 아니고, 아이슬란드 국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땀 흘려 번 돈이 아니고 빚을 내 살림을 늘리고, 새 물건을 마구잡이로 사들였으니 국민 모두가 잘못한 거지요.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다.
실업률은 지난 10월 1.9%를 기록했는데, 내년 1월에는 7%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 지역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18~24세 청년의 절반 정도가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시내 대형 약국 한 곳을 찾았다. 노인 몇몇이 의사 처방전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국 지배인 막그누스씨는 "평소 우울증 치료제를 사러 오는 손님이 하루 400명 정도였는데, 9월 금융위기 이후 600명 이상으로 5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오후 피크 타임 때는 줄을 서서 30분 이상 기다려야 약을 받아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외국 투기자본에 기댄 성장
지난 몇 년간 아이슬란드 경제는 세계의 부러움과 찬탄의 대상이었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를 웃돌아 유럽 국가들을 크게 앞질렀다. 주력 산업인 어업은 고속 성장했고, 지열(地熱) 에너지라는 신산업을 개척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중요한 성장 엔진은 바로 금융과 레버리지(leverage·차입)였다.
국립 아이슬란드 대학 부설 경제연구소의 군나르 하랄드손 교수는 "이번 아이슬란드가 맞이한 경제위기의 원인은 1994년 유럽경제지역(EEA)에 가입하면서 금융과 서비스 시장을 개방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 뒤 무역이 활성화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자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크로나화가 평가절상됐고, 이는 외화의 유입을 촉진했다. 국제 투기 자본들은 저금리의 달러 자금을 빌려 고금리의 아이슬란드에서 굴리는,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라는 돈놀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아이슬란드에 유입된 막대한 외화자금으로 개인은 외화대출을 받아 주택과 고급 승용차, 주식을 사들였고, 그 결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치솟았다. 또한 기업은 해외로 나가 외국 금융회사, 호텔, 항공사 등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어업에 의존하던 조용한 섬나라는 어느 날 갑자기 '금융 허브'라는 멋있는 별칭을 얻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미국의 지속적 금리 인상으로 투기 자본들이 빠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2006년 상반기에 이미 크로나화 가치가 17%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어렵게 버텨오던 아이슬란드 경제는 올 들어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급격한 디레버리징(deleveraging·차입 축소 및 대출 회수)이 일어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아이슬란드의 유명 작가인 아이나르 구드먼슨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룰렛 도박을 벌였고, 온 국민이 돈을 잃었다"고 말했다.
■"3대 은행이 위기 주범"
이번 위기의 주범(主犯)으로는 아이슬란드 3대 은행이 지목받는다. 2003년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하에 진행된 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은행 재벌'이 탄생했다.
민간 은행의 대주주는 자신의 다른 계열사에 은행 자금을 집중적으로 빌려주는 수법으로 한국의 재벌처럼 '대기업 집단'으로 변모했다. 이들 기업 집단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엄청난 외화 자금을 빌려 은행 창구에 돈을 푸는 한편, 해외로 나가 외국 기업들을 사들였다.
인수 대상에는 영국의 소매은행과 대형 유통업체, 미국 항공사, 동유럽 통신회사, 심지어 영국 프리미어리그 프로축구단까지 포함됐다. 해외 기업 M&A 알선을 주도했던 카우프싱(Kaupthing) 은행은 한때 '북극의 골드만삭스'를 자처했다.
물론 오늘의 위기에는 정부의 대응 실패도 큰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금융감독 기능이 전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몸집이 비대해져 정부가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이미 몇 년 전부터 위기 신호가 왔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미국이 금융시스템을 구제하기 위해 내놓은 7000억 달러의 긴급구제금융은 미국 GDP의 5% 수준이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대외 부채는 GDP의 10배를 넘는다.
■후손에게 남겨진 무거운 짐
이에 따라 최근 아이슬란드 국민들 사이에서는 은행 대주주에게 사재(私財)를 국가에 기부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정치권에는 책임을 묻는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자가 레이캬비크에 도착한 지난 1일은 아이슬란드가 덴마크로부터 자치를 선언한 90회 기념일이었다. 하지만 이날 기념식에 참여한 인파 중 수천 명이 총리와 중앙은행 총재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수백 명이 중앙은행으로 몰려갔다. 데이비드 오드손(Oddsson) 중앙은행 총재는 1991년부터 2004년까지 총리를 역임하면서 경제 개방 정책을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아이슬란드 국민들 사이에선 차제에 크로나화를 폐지하고 유로화를 채택하자는 의견도 많다. 길피 아른비요른손 아이슬란드 노조연맹(ASI) 의장(국가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은 "아이슬란드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별도의 통화를 관리하기란 힘들며 이번에 그 위험성이 드러난 셈"이라면서 "유로화 편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극복에는 노사정이 따로 없다"면서 "기업은 해고를 회피하는 노력을 하고, 노조는 양보 의식을 발휘해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 국민이 한 푼도 안 쓰고 10년치 소득(GDP)을 꼬박 모아야 빚을 갚을 수 있는 현실 앞에 그의 말은 공허하게 들렸다. 아이슬란드인들은 '바이킹 선조의 영광을 재현하자'면서 천년 만에 잠을 깨 눈을 해외로 돌렸다. 하지만 대외 개방과 글로벌 금융시장을 너무 만만한 상대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남의 돈을 쓰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착각과 과신의 대가치고는 후손들에게 남겨질 짐이 너무도 무거워 보였다.

중국 인터넷 검색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www.baidu.com)가 광고와 검색 결과를 연계해 '몰래' 팔아오다가 집단 소송 위기에 놓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바이두가 '검색어 경매' 제도로 집단소송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검색어 경매'란 인터넷에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검색할 때, 인터넷상에 등장하는 업체의 순서를 돈을 많이 써내는 기업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식.
가령 '꽃배달 업체'의 경우, 가장 많은 광고비를 제시한 업체 순서로 검색 리스트에서 '1위'와 2·3위 자리를 준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인터넷 포털도 모두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어서, 바이두의 집단소송 진행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바이두는 국내 인터넷 포털들과 마찬가지로 광고비를 받고 검색업체 순위를 판매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사실상 광고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다. 국내의 경우 네이버만 올 9월부터 'AD'라는 표현을 덧붙이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여전히 이를 광고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바이두에 대한 집단소송을 이끌고 있는 리창칭 변호사는 "중국 내 50개 기업이 이미 바이두에 대한 소송에 동참했다"며 "참가 기업이 100개를 넘으면 바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바이두의 상표권 침해와 사기, 불공정행위 등을 문제삼을 계획이다.
변호인단은 또 "바이두가 검색어 경매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을 검색에서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행태"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에 대해 바이두측은 "무허가 업체에 대한 검색을 차단하고 검색결과에서 돈을 낸 업체를 명확히 표기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라고 주장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이날을 계기로, 사실상 크리스마스 매출 시즌이 시작되면서 유통업체의 손익계산서가 적자(赤字)에서 '흑자(黑字)'로 반전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하지만 올해는 경기침체로 '블랙 프라이데이'가 아닌 '레드 프라이데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자, 업체들은 더더욱 파격적으로 물건값을 내렸다.
이 같은 이상(異常) 쇼핑 열기는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28일 오전5시쯤 뉴욕주 롱아일랜드 밸리스트림의 월마트 매장에선 종업원 지미타이 다모어(Damour·34)씨가 물밀듯이 들어오는 2000여 명의 쇼핑객들에게 밟혀 사망했다. 28세의 임산부를 포함한 4명도 이 와중에 다쳤다. 모두들 삼성의 127㎝(50인치) 플라즈마 HDTV를 798달러에 사려고, 말 그대로 미쳤기 때문이었다.
캘리포니아 팜데저트의 토이저러스 매장에선 두 여자가 언쟁을 벌이다가 곁에 있던 남자들이 끼어들면서 서로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졌다. 예년에도 블랙 프라이데이에 밀려드는 고객들로 소동과 몸싸움은 있었지만, 사망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와중에 치른 유별난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열기로, 유통업체의 매출은 예상보다 좋았다. 시장조사업체인 쇼퍼트랙은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이 106억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3% 늘었다고 잠정 집계했다.
유통업체들은 또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뒤 맞는 첫 번째 월요일인'사이버 먼데이'에 대대적인 온라인 할인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이버 먼데이'는 연휴기간에 물건을 사지 못하고 출근한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날이라는 뜻.
하지만 블랙 프라이데이→사이버 먼데이로 이어지는 쇼핑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통업체의 홀리데이 매출 실적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의 쇼핑 열기는 나중에 할 소비를 먼저 당겨 쓰도록 하는 효과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에 이르는 연휴 기간이 예년에는 32일이지만, 올해는 27일밖에 안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랙 프라이데이가 쇼핑의 시작이 아니라 올해 쇼핑을 끝내는 행사로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