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 루이스 美 AMD 회장 인터뷰

영어 더듬던 멕시코 소년 CPU업계 2인자로 성공…
“경쟁체제 활성화되면 PC 선택폭 넓어져 더 좋은 가격·혁신 제공”

“인텔 ‘심판의 날’ 다가와…
시장 상황 개선되면 소비자들 자유 보장될 것”


소년은 매일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 자신이 태어난 멕시코 소도시(피에드라스 네그라스)에서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면 바로 미국땅 텍사스였다. 소년은 텍사스주 이글패스의 고교에 다녔다. 수업을 마치면 다시 국경을 넘어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고단한 일과였다. 입학 당시 영어를 더듬거리던 이 소년은 3년 뒤 고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소년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의 열정을 키워나갔다.

가난한 이민자 출신인 헥터 루이스(Hector Ruiz·62)는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미국 AMD의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가 됐다. 컴퓨터의 핵심 부품인 메인프로세서(CPU)를 만드는 AMD는 업계 1위인 인텔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는 거의 유일한 회사다.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CPU가 AMD의 트레이드 마크다.

작년 AMD는 CPU 시장점유율이 25%를 넘어서며 인텔을 위협했다. 위기에 처한 인텔은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주요 제품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수모를 겪었다. AMD도 이에 맞서 가격경쟁에 나섰다가 올 1분기에 6억1100만달러라는 엄청난 손실을 냈다. 자금력과 시장지배력이 막강한 인텔의 대공세에 밀린 것이다. 하지만 루이스 회장은 “인텔에게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며 ‘타도 인텔’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는 “인텔이 시장을 독점하며 불공정 행위를 일삼아왔다”며 법원에 제소, 인텔의 운신 폭을 좁혔다. 이와 동시에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해외시장 공략으로 인텔을 따라잡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본지는 헥터 루이스 AMD 회장을 이메일로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당신의 사람들을 따르는 것이 전부”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열렬히 신봉하며 경영에 실천한다고 했다.



    • ▲사진제공=블룸버그
    ―지난 몇 년 사이에 AMD의 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공정한 자유경쟁 시장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기업이 시장에 제공하는 혁신의 질을 바탕으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게 된다. AMD는 고객중심의 혁신에 집중해 온 덕분에 점유율 상승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하길 원하며,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 인텔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인텔은 지난 10여년간 컴퓨터 CPU(메인프로세서) 시장의 거의 80%를 독점적으로 지배하면서 AMD의 R&D(연구개발) 투자 및 비즈니스 성장을 제한해 왔다. 인텔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강화된 2005년 여름 이후 우리는 좀 더 유연성을 갖게 됐고, 컴퓨터 제조업체 역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혜택을 누렸다.”

    ―인텔의 시장 지위를 남용한 행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인텔은) 고객들이 AMD로 옮기려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완벽한 경쟁 체제를 구축하면 IT 업계와 모든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와 더 좋은 가격, 혁신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분기에 6억1100만달러 손실이라는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는데.

    “새로운 글로벌 OEM(주문자상표부착) 업체들과 사업을 전개하고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몇 가지 성장통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로 제품 구성 및 배송 등에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PC 및 그래픽 프로세서 사업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압박을 받게 됐다. 소비자 가전 부문에서는 수요가 부진했다.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실적을 개선시킬 방법이 있나.

    “우리는 정공법을 택했다. 매출을 증대시킬 것이며, 경쟁 환경에 맞도록 비용 구조를 바꿔 나갈 것이다. 또한 고객 요구사항에 보다 잘 응대하기 위해 영업 및 마케팅 조직을 단순화했다. 조직의 효율화와 함께 자본 지출 및 각종 중간거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출시가 예정된 제품 및 기술 로드맵을 확실하게 지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고객들이 AMD가 승리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협력 관계를 확장해 나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요즘 주력 분야는 무엇인가.

    “기업용 컴퓨터 시장 확대에 신경쓰고 있다. 일반 소비자 대상의 시장에서만큼 기업 사용자들의 PC 선택 폭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그 결과 작년 한해 동안에만 AMD는 주요 PC업체를 통해 100 종류가 넘는 AMD 프로세서 기반의 신형 컴퓨터와 노트북을 출시했다.”

    ―향후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첫 번째는 컴퓨팅의 시각화(visualization) 분야다. 이제 소비자는 시각적 경험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기준으로 컴퓨터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난 제품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잠재수요가 큰 개도국에서 필요한 사항을 진정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다.”

    ―인텔이 칩 하나에 핵심 연산장치(코어)가 4개 달린 쿼드코어 신제품을 이미 발표했는데.

    “경쟁을 의식해 열등한 제품을 서둘러 출시한 경쟁사와는 다르다. 올 하반기에 서버 컴퓨터용 프로세서(개발명 ‘바르셀로나’)를 출시할 예정이다. 진정한 쿼드코어인 이 제품은 경쟁사의 최고 성능 제품보다 성능이 최대 50% 뛰어날 것이다.”

    ―작년 7월 54억달러를 들여 그래픽 칩셋 개발업체 ATI를 인수한 이유는.

    “ATI 인수는 기술 산업의 구도를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양 사의 기술을 결합시킨 ‘AMD 690’ 시리즈 칩셋은 고화질(HD) 게임 및 멀티미디어 구현에 있어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고객이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할 것이다.”

    ―AMD는 2005년 12월 한국에 기술개발센터(KTDC)를 세웠는데, 어떤 성과가 있나.

    “KTDC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했다. KTDC는 그동안 한국의 주요 고객사와 협력해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DMB(이동 멀티미디어 방송) 수신기 및 초소형 PC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ATI 인수 이후 KTDC는 디지털 TV 및 휴대용 기기 등을 위한 고부가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 ▲사진제공=블룸버그
    ―한국의 반도체 기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반도체 산업은 세계 경제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며, IT(정보기술)는 21세기의 플라스틱과 철이라고 이야기돼 왔다. 우리 업계는 우리가 생활하고, 일하고, 배우고, 즐기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혁신과 생산성 및 경제적 성장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 산업의 리더로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왔다. 한국 기업에게 조언을 하기 보단 조언을 구하고 싶을 정도다!”

    ―정보접근의 불균형(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는 내 개인적인 열망이기도 하다. 전세계 60억 인구가 인터넷에 접속해 글로벌 경제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AMD는 2015년까지 전세계 인구의 50%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50x15’ 운동을 제안했다. 현재 12개국에서 30 여건 이상의 기술 도입이 이루어져 수백만명에게 인터넷 접속과 컴퓨터 사용을 가능하게 지원했다.”

    ―‘어린이 1인당 1 노트북(One Laptop Per Child·OLPC)’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OLPC는 전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노트북 PC를 제공해 새로운 방식의 배움과 교류를 도모하는 비영리 단체다. 이 운동의 창시자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AMD는 OLPC 설립멤버로 참여해 보급형 PC용 프로세서를 개발했다.”

    ―독점 금지법 위반으로 미 연방 법원에 인텔을 제소한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조사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은 인텔에게 미국 외의 국가에서 발생한 각종 배타적 행위에 대한 자료 및 증거를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공정한 자유 경쟁은 업계에서 혁신의 가장 큰 원천이다. 그런데도 인텔의 독점적 지배력은 이를 위협하고 있다. 이번 소송으로 글로벌 IT 업계와 그 고객들에게 큰 변화가 야기될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조사가 진행중인데.

    “인텔에게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일본 공정위는 인텔이 독점적 지위를 불법적으로 남용했다고 판결했다. 한국에서도 관련 조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 유럽연합(EU)에서도 대규모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정부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시장 상황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결국 혁신과 경쟁력 있는 가격, 소비자들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텔의 불법적인 행동을 막는 것뿐이다.”

    ―인재 경영에 있어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개개인의 능력은 AMD의 생명력이다. 운 좋게도 AMD에는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는 경영진과 그들을 뒷받침해주는 유능한 직원들이 있다. AMD의 각 사업장은 세계 수준의 능력을 갖추었다고 나는 자부한다. 나의 인재 경영 방식은 적합한 인재를 선발해, 그들이 열정을 다해 가장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하는 것이다. 일단 인재가 배치되면 그들이 성공하는데 필요한 모든 도구, 자원, 리더십을 제공한 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풀어준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면서, 풍요로운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성공을 지향한다. 인간존중이 우리 문화의 기반이다.”

    ―개인적인 취미는.

    “아내과 아이들, 손자들은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여가시간을 그들과 함께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또 어렸을 적부터 기타 연주를 좋아했다. 이것들은 심리적 안정에 매우 도움이 된다. 나는 또한 열렬한 독서광이며, 자전거 타기도 즐긴다.”

    ―자신의 인생관을 한 마디 들려준다면.

    “당신의 열정을 발견해 내고 그것을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 기회가 주어질 때 그것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당신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당신 삶을 이끄는 것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기쁨을 가지고 매사에 성실히 임하라.”





    <키워드> AMD(Advanced Micro Devices Inc.)

    1969년 제리 샌더스(Sanders) 등 미국 페어차일드 반도체 출신이 독립해 설립한 회사. 컴퓨터 핵심부품인 CPU가 주요 생산품목이다. 업계 1위인 인텔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작년 4분기에 점유율 25.7%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는 무리한 가격경쟁과 인수합병 비용 증가로 인해 매출 12억3000만달러에 순손실 6억1100만달러를 기록했다. 54억달러를 들여 그래픽 프로세서 회사 ATI를 인수했고, 델컴퓨터와도 제휴했다. 올 하반기에 차세대 프로세서 ‘바르셀로나’에 이어 이르면 내년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그래픽 프로세서를 결합한 ‘퓨전’ 반도체를 출시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에 본사가 있으며, 직원은 1만6000명. 세계적인 플래시메모리 회사인 스팬션의 지분 37%를 소유하고 있다.


    헥터 루이스(Hector Ruiz)


    1945년 미국 텍사스주와 접한 멕시코의 피에드라스 네그라스에서 태어났다. 국경 건너 텍사스의 고교를 날마다 통학한 끝에 수석졸업했다.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주립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해 학사 및 석사 학위 학위를, 휴스턴의 라이스대학에서 박사 학위(전자공학 전공)를 각각 받았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를 거쳐 모토로라에서 22년간 근무하면서 반도체 부문 회장을 지냈다. 2000년 AMD에 스카우트 됐고, 2002년부터 창업자인 제리 샌더스(Sanders)의 뒤를 이어 CEO를 맡고 있다. CPU 분야의 1인자 인텔을 위협하는 최대 적수다. 2004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개도국과 저개발국에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을 확대하자고 역설하는 등 정보격차 해소에도 관심이 많다.
  • Posted by Takumi

    2007/05/11 09:53 2007/05/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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