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선생님' 김윤경(26)씨는 오늘 아침에도 아이들 합창소리에 눈을 떴다. "Good Morning, Sara!" 창 밖엔 충남 서산시 대산읍 웅도(熊島) 분교에 다니는 전교생 6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까까머리 영권이(8)가 크게 소리쳤다. "예쁜 누나 선생님, 어서 일어나세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빌었던 소원이 이뤄지기라도 한 걸까? 하루 두 번 썰물 때만 뭍으로 건너갈 수 있는 외딴 섬, 웅도. 이곳 웅도분교 아이들에게 미스코리아 출신 영어회화 선생님이 생겼다.
EBS 케이블 채널 'EBS 잉글리시'에서 웅도 분교 아이들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쳐주는 방송 '섬마을 아이들, 영어를 만나다!'(매주 월요일 아침 9시50분)를 이곳에서 촬영하기 시작한 것. 알파베트조차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EBS 측은 미국 뉴욕 파슨스 대학(Parsons School of Design)을 졸업한 2003년 미스코리아 뉴욕 진 출신의 김씨를 초빙했다. 뉴욕에 있던 김씨는 "원래 주일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걸 좋아했다"며 흔쾌히 짐을 싸서 한국으로 날아왔다.
웅도 분교 관사에서 먹고 자며 아이들과 '합숙'하다시피 한 지 한 달 반, 앞으로 6개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영어 전도사'로 활약할 예정이다. 김씨는 "사실 한국행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한 일종의 모험이었다"며 "막상 와보니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 ▲ 미스코리아 뉴욕 진 출신 김윤경씨가 충남 서산 웅도 분교에 다니는 전교생 6명의 영어회화 선생님을 자청했다. 아 이들과 학교 계단에 나란히 앉은 김씨는“동생 6명이 한꺼번에 생긴 기분”이라며 웃었다. /EBS 제공
김씨의 일과는 하루 종일 아이들과 '노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들과 산책을 가고, 같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해안가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나가 저녁놀을 보며 노래를 부르다 돌아오는 식이다. 대화는 물론 모두 '영어'로 한다. "첨엔 아이들이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어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대꾸도 잘 안 하고."
시간이 약이고, 반복학습이 최선인 법이다. A, B, C도 못 읽던 2학년 영수(8)도, '왕언니' 5학년 희정(11)이도 이젠 '세라 선생님'의 말을 조금씩 알아듣기 시작한다. "어제는 아이들이 라면을 끓여 달라면서 'May I have Ramen?'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웃음)"
미술을 전공했을 뿐 교육학을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윤경씨를 위해 김정렬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함정현 한서대 영재교육계발연구소 소장을 비롯한 전문가 6명이 교육과정을 감수·지도한다. 윤경씨도 이들에게 영어교수법을 배우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뉴욕에서 살던 20대 아가씨가 외딴 섬에서 지내는 데 불편한 점은 없을까? 김씨는 "식당도 수퍼마켓도 없는 동네지만, 이렇게 바다가 예쁜 곳에서 지낼 수 있는 건 축복"이라고 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아이들의 영어가 얼마나 늘지 기대돼요.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