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기회다 싶어 50% 더 뽑았죠"

샘표식품 박진선 사장
불황때 좋은 인재 넘쳐…
광고 단가 떨어지자 4개월간 언론 광고 집중
"올 임금도 올려줄 계획"

"욕심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채용인원을 늘리면 안 될까?"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들이 앞다퉈 채용을 줄이던 지난해 12월, 샘표식품 박진선(58) 사장은 160명의 입사지원자를 일일이 면접한 후 고민에 빠졌다. 경기침체 여파로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대기업에 취업해도 손색없는 좋은 인재들이 많이 몰려든 것이다. 입사 경쟁률은 200대 1을 넘었다. 박 사장은 "내년에 경기가 풀려 대기업들이 채용을 늘리게 되면 올해만큼 우수한 직원들을 못 뽑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당초 계획(20명)보다 10명 많은 30명을 새로 채용했다.

위기상황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박 사장의 '역(逆)발상 경영'은 광고에서도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광고 단가가 떨어지자 작년 7월부터 4개월간 언론 광고에 집중한 것이다. 박 사장은 "평소 같으면 꿈도 못 꾸는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회사를 홍보했다"고 말했다.

1946년 설립된 샘표식품은 지난 1976년 상장 이후 한번도 배당을 거르지 않았다. '샘표간장'이라는 한 우물만 우직하게 파 온 결과이지만 위기의 순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역발상과 공격적인 투자로 위기를 헤쳐 나왔다.

▲ “경기침체는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죠.”샘표식품 박진선(58) 사장은“남들이 움츠러들 때 치고 나가면 위기 이후 훨씬 탄탄한 위치에 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러시아 진출이 대표적이다. 당시 박 사장은 시장 조사를 통해 꼬치구이 등 러시아식 고기 요리에 곁들이는 소스 용도로 간장을 보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현지인의 입맛에 맞도록 향신료를 섞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박 사장은 간장을 현지화하면 기존 러시아 소스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하며, 한국식 전통 간장이 새로운 틈새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봤다. '반(反)현지화' 전략인 셈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동양에서 온 건강 소스'라는 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매년 50%씩 급격히 늘어났다. 작년 말까지 샘표가 러시아에 수출한 '한국식 간장'은 300mL 들이 500만병에 이른다.

창업주인 고(故) 박규회 회장의 손자인 박 사장은 원래 공학도 출신이다. 경기고를 나온 뒤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전기공학 석사)을 졸업했다. 그러나 이후 박사과정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공학 학력은 제품 품질 향상에서, 철학 경력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역발상 경영에서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사장은 1990년 샘표에 입사해 IMF 사태 직전인 1997년 4월 사장에 취임했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 대기업이 간장 신제품을 내놓으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는 IMF 사태로 투자가 격감하던 1998년에 특유의 '역발상'으로 은행에서 600억원을 대출받아 경기도 이천 공장을 2배로 확장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충북 영동에도 된장과 고추장을 생산하는 공장을 착공했다. 박 사장은 "선제 투자 없이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장 증설로 생산량이 늘어나며 주력상품인 간장의 생산원가가 낮아졌고, 된장과 고추장 매출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박 사장은 "다른 기업들이 움츠러들 때 더 열심히 했기 때문에 위기 이후 훨씬 탄탄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샘표식품 역사상 최대의 위기는 지난 2006년이었다. 국내의 한 사모펀드가 박 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사람들로부터 샘표식품 주식 24%를 한꺼번에 매입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 경영권을 위협한 것이다. 사모펀드는 전체 이사회 7자리 중 사외이사 몫으로 2석을 요구했다. 박 사장의 우호지분은 본인 지분(14%)을 합쳐 28% 남짓에 불과했다. 주주총회가 불과 7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승부는 나머지 지분(48%)을 보유한 일반 주주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박 사장은 2006년 말 20여 명의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을 시작했다.

"사모펀드가 경영을 맡으면 당장 직원들을 자르고 이익이 나지 않는 연구개발비를 대폭 줄일 겁니다. 주가가 올라 한번에 돈을 많이 벌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앞으로 수십년간 꾸준히 이익을 내고 배당을 하는 건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이듬해인 2007년 3월 주주총회에서 박 사장은 이사 선임 표결에서 2배 가까운 표차로 승리했다. 박 사장은 "평소 주주들의 신뢰를 꾸준히 얻은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샘표식품 공채에는 '요리 면접'이란 독특한 전형 과정이 있다. 4~6명씩 팀을 짜 사내 요리교실 '지미원(知味園)'에서 2시간 안에 요리를 만들어 내는데, 결과물보다는 조리 과정에서 개인의 열정과 품성을 주로 평가한다. 박 사장은 "사람마다 능력이 다 다르고, 할 수 있는 일도 다르기 마련"이라며 "설거지만 열심히 해서 붙은 사람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기업의 본분은 (경제적) 이익을 내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부가가치 창출"이라며 "직원들을 많이 뽑아 일 잘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도 (사회적) 부가가치"라고 말했다. 그래서 올해 임금도 예년처럼 올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Posted by Takumi

2009/03/09 10:47 2009/03/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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