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가이드 도쿄' ★★★ 받은 스시집 주인 미즈타니 씨
"부모 장례식 날도 가게 다 끝내고 가 직접 만들어야 하므로 가게 확장 안해
스시와 잘 맞는 음식은 술보다는 차"

도쿄 최고 번화가 긴자(銀座), 그 변두리라고 할 8번지 작은 빌딩 지하 1층에 스시집 '미즈타니(水谷)'가 있다. 13평(43㎡)에 손님 10명만 받을 수 있는 규모다. 이곳이 올 1월 발간된 세계적 권위의 레스토랑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 도쿄'로부터 최고 영예인 별(★) 셋을 받았다.

일본 최고라 할 '별 셋'을 받은 도쿄 음식점은 8곳. 이 중 스시집은 '미즈타니'와 '스키야바시 지로(次郞)' 2곳이다. '미즈타니'의 스시 직인(職人) 미즈타니 하치로(水谷八郞·61)는 함께 별 셋을 받은 '스키야바시 지로'의 직인 오노 지로(小野二郞·83)를 16년 사사(師事)한 제자다.

3일 미즈타니는 기자 일행에게 '폭탄주(爆彈酒)'를 권했다. "40년 전에도 폭탄주가 일본에 있었는데 그립다"는 것이다. 맥주에 소주를 섞는 '소폭주'를 석 잔 마셔주고 인터뷰를 요청하니 날짜를 잡아줬다. 내키지 않는 일을 해주자 내키지 않는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 미슐랭 가이드 도쿄 별 셋의 스시집 미즈타니의 스시

―언제 스시 세계에 들어갔나요?

"열다섯이었지요."

―어떤 연유로?

"도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였지요. 시즈오카(靜岡)현의 시골 출신이라. 그때까지는 스시집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요. 만족할 만한 스시를 먹어본 적도 없고."

―처음 입문한 도쿄 교바시(京橋)의 '요시노(�志乃)'는 유명한 스시집이었지요. 스시를 먹어본 적도 없는 시골 소년이 어떻게 들어갔나요?

"요시노 직원 중에 아는 사람이 있었어요. 고향 사람."

―처음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밑에 누군가 들어올 때까지는 누구나 청소 담당이지. 3~4년 청소만 했어요. 청소 다음은 설거지라든가, 전부 뒤에서 하는 일들이었지요."

▲ 스시집 미즈타니의 미즈타니 하치로 /선우정 특파원

―직접 스시를 만든 것은?

"요시노에선 출장 때만 만들 수 있었어요. 교바시엔 유명한 료테이(料亭)가 많았으니까. 거기 불려나가 스시를 만들었지. 가게 손님은 오야가타(親方·기예를 가르치는 스승)가 다 하고 그 외의 일만 했으니까. 출장 요리를 3년 하면서부터 스시를 직접 만들었지요."

―열다섯에 입문해 마흔다섯에야 독립하셨습니다. 30년이 걸렸습니다.

"자금이 없으면 독립할 수 없으니까. 내가 46년 전 입문할 땐 자고 먹는 것은 가게에서 대주고 한 달에 2000엔 받았어요. 그래도 감지덕지했지요."

―'청출어람'이란 말이 있습니다. 독립 15년 만에 오야가타와 같은 반열에 오르셨는데.

"밖에서 같은 평가를 받는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하지만, 지로는 영원한 오야가타입니다. 죽을 때까지."

―그런 인정을 받으려면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합니까?

"손님을 오게 하려면 열심히 해야 합니다. 대충대충 하지 않고 성실히 열심히 하는 것. 휴일 빼고는 어떤 일이 있어도 쉬지 않았어요. 부모가 세상을 뜬 장례식 날도 가게를 끝낸 뒤 식장에 갔지요. 형제의 아이가 결혼하는 날도 영업일이면 못 갔지요."

―일과는?

"새벽 5시50분에 일어나 집을 나서는 것이 6시15분. 6시30분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가서 신바시(新橋)역에서 내려 6시45분 버스를 갈아탑니다. 쓰키지(築地·도쿄의 세계 최대 수산물시장) 시장은 5분 후 도착해 한 바퀴 돌면서 하루분의 생선 재료를 삽니다. 1시간 정도 걸리지요. 시장에서 아침 먹고 8시30분 가게에 도착하면 점심 준비하고. 점심 영업이 끝난 뒤 오후 2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휴식하지요. 다시 저녁 준비를 하고 저녁 영업 후 가게 문을 닫는 것은 9시30분. 정리하고 밤 10시30분 가게를 나서 집에 도착해 맥주 한잔하고 12시에 잡니다."

―일본에서 최고의 스시를 만든다는 것은 우선 최고의 생선을 고른다는 것인데.

"경험이지요. 몇 만 마리의 생선을 만졌으니까. 더 중요한 것은, 예를 들어 쓰키지 시장에서도 좋은 생선을 다루는 좋은 가게가 있지요. 이런 좋은 가게의 '좋은 손님'이 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좋은 손님이 돼야 좋은 가게에서 더 좋은 생선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가격으로 더 좋은 것을 받는다는 뜻인가요?

"아니, 더 좋으면 그만큼 비싸지요."

―그럼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인간관계, 신뢰관계이지요. 돈만으로 된다면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부자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스시를 만들 수 있겠지요."

―스시의 중요한 재료인 쌀은 어떻게 고릅니까?

"쌀은 여러 종류를 섞어야 맛이 좋아져요. 어떤 쌀을 어떤 비율로 섞느냐가 맛을 결정합니다. 역시 30년, 40년 동안 같은 쌀집과 거래하면 점차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쌀을 쌀집에서 알아주는 것이지요."

―누가 섞습니까?

"쌀집 주인이. 쌀집의 브랜드 기술이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 장사는 나 홀로 하는 장사가 아닙니다."

―스시에 가장 맞는 술은?

"역시 사케(일본청주)이지요. 쌀로 만들었으니까. 스시도 쌀이니까. 하지만 가장 맞는 것은 술이 아니라 차(茶)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생선이 모이는 쓰키지시장 옆에 식도락 중심지 긴자가 있는 것도 상징적입니다.

"긴자는 좋은 시장 때문에 '긴자'가 아니라 역시 좋은 손님 때문에 '긴자'입니다. 수산시장 옆에 있어서 최고의 스시집이 있는 게 아니라 좋은 손님 때문에 최고의 스시집이 있는 것이지요. 긴자는 일본 요리인들이 '꿈의 장소'라고 하지요."

―하긴 아무리 좋은 생선이라도 손님이 맛을 모르면….

"외국인 손님 중에는 '별 셋'이라니까 '한 번 와보자'는 마음으로 오는 손님도 있고. 그렇게 와서 술만 마시기도 하고. 우리 맛을 알아주는 손님들이 가게에 매일 모여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요. 스시집과 손님도 역시 인간관계이지요."

―스시는 만들어 내놓는 그 순간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는 타이밍입니까?

"그렇지요. 밥의 온도를 고려해 가장 좋은 타이밍에 내놓는 것이니까."

―스시를 방치한 채 이야기 하거나 술 마시는 것은 손님으로서 예의가 아니군요.

"그렇지요.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해도 눈은 스시를 만드는 사람을 보는 것이 예의입니다."

―실례지만, 돈은 좀 버시나요?

"고급 요릿집은 많이 못 모아요. 박리다매로 싼 것을 많이 파는 것이 돈을 모으지요. 고급 요릿집은 재료비도 높지요."

―'미즈타니' 이름에 비하면 가게 규모가 작습니다. 평수를 늘리든가, 체인을 낼 생각은 없습니까?

"난 내가 전부 니기리(스시를 주무르는 것)를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손님이 이 이상 더 늘어나면 안 됩니다. 좋은 평판은 긴 세월 천천히 쌓입니다. 나쁜 평판은 일주일이면 가게를 망하게 할 정도로 빠릅니다."

―그럼 스시를 만드는 것은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아뇨. 장사이지요."

―돈 벌기 위한 것이 장사 아닌가요?

"자기 만족도 있으니까."

―어느 쪽에 가치를 두시나요?

"스시집이란 원래 부자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요. 물론 가난하면 안 되지만, 어느 정도 윤택하고, 마음이 넉넉하면 만족해야지요. 돈을 모으려고 가게를 늘릴 수도 있어요. 그러면 '별'을 얻을 수는 없겠지요."

―학력은?

"중학교 졸업."

―요리를 위해서 학업을 포기한 것인가요?

"노(No), 노. 학교가 싫었으니까. 시험지 정답을 찾는 것이 재미가 없어서 고등학교를 포기했지. 인생은 정답을 고르는 게 아니잖아요."

―스시인에게 정년(停年)이 있다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늙으면 힘도 없어지고. 그렇게 오래 하고 싶지는 않아요. 역시 (요리도) 일흔이 아닐까. 일흔이 넘으면 할아버지가 돼 버리니까. 주름투성이 얼굴에 손에 검버섯 난 할아버지가 만드는 스시를 맛있게 먹어줄까요?"

―일흔 이후엔?

"뒤를 이어주는 사람이 1억엔이든, 2억엔이든 사주면 가장 좋겠지만. 그럼 여생을 정말 유유히 살 수 있지요."

―미즈타니(사람)가 없는 미즈타니(가게)가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그렇죠. 사줄 사람이 없을 것이란 뜻입니다."

―후계자는?

"아직."

―자손은?

"딸 한 명 있는데 시집가 버렸어요. 아버지가 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쓸쓸하시겠네요. 곧 일흔인데.

"그러니 바쁘게 살려고요. 정신없이 일하다가 일흔 되는 날 '이걸로 끝' 하고 매듭 지어주는 게 멋있잖아요. 쇠퇴하면서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것보다는. 일흔 이후는 내 인생을 살고 싶어요. 내가 남이 만든 맛있는 것을 먹는 인생."

Posted by Takumi

2008/11/09 13:12 2008/11/0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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