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스타 교수 ‘파격 채용’

 
서울대가 교수 한 명을 채용하기 위해 학칙을 바꾸고 연구비로 현금 5억원을 지원했다. ‘공채 공고를 낸 뒤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스타급 학자를 찍어 총력전을 펼치는 ‘표적 채용(Target Hiring)’을 한 것이다.

서울대 자연대는 1일 화학부 부교수로 이철범(42·사진) 프린스턴대 교수를 특채했다. 이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2년 가까이 공을 들인 결과였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계 정상급 암전문병원인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MSKCC)’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1년 프린스턴대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유기 촉매와 이를 이용한 화학반응 연구에서 세계 정상급 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과학재단(NSF)과 국립보건원(NIH)에서도 이 교수의 연구성과를 인정, 그와 프린스턴대에 매년 54만4000달러(약 6억65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해 왔다. 2006년엔 글로벌 바이오제약회사인 암젠(Amgen)으로부터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2006년 서울대 화학과는 ‘교수탐색위원회’를 출범했다. 일종의 스카우트팀이 만들어진 것이다. 새 교수를 임용할 때 실시하는 교수 전체 투표도 없앴다. 대신 인사위원회를 만들어 의사 결정을 빠르게 했다.

탐색위는 같은 해 11월, 프린스턴대의 이 교수와 첫 접촉을 시도했다. ‘이 교수가 다른 대학으로 옮길 계획이 있다’는 정보를 국제 학회를 통해 입수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이 교수 영입을 놓고 미국에서만 7개 대학이 경쟁했다. UC샌디에이고·UC어바인·인디애나주립대 등이었다. 이들 대학은 연구비와 정착금을 합해 평균 200만 달러를 제시했다. 국내 유명 대학들도 경쟁에 가세했다. ‘테뉴어뿐만 아니라 정교수로 채용하겠다’ ‘서울대 연봉의 두 배를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서울대도 이 교수에게 테뉴어를 보장하고 영입하려 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학칙상 부교수급을 새로 채용할 때 테뉴어를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채용된 뒤 심사를 거쳐 승진 절차를 밟아야 했다. 자연대는 본부에 학칙 개정을 요청했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인재를 놓치지 말라”고 지시했고, 학칙은 두 달 만에 바뀌었다. 서울대는 자연대와 학과 지원금뿐 아니라 본부 차원의 기금을 합해 5억원의 연구 지원금까지 마련했다.

화학부는 이 교수를 끌어오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 김병문 학부장이 수차례 프린스턴으로 날아가 이 교수를 설득했다. 탐색위 김성근 교수는 “이 교수 채용이 교수 사회에 상당히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뉴어(tenure)=대학교수의 정년 보장을 의미한다. 정교수 승진과 함께 테뉴어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탁월한 학문적 성취를 보일 경우 정교수 승진 전에 미리 주기도 한다.

Posted by Takumi

2008/10/06 08:48 2008/10/0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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