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음식점 참여 유도… "연말까지 300곳 늘릴 것"
메뉴마다 열량·지방 표시… '건강식당' 운동도 벌여

"남의 음식에 이렇게 못된 짓을 해 놓나…."

회사원 김민수(37)씨는 최근 한 음식점 문을 나서다 이런 주인의 혼잣말을 들었다고 한다. 남은 반찬을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김씨가 해장국 그릇에 김치 등을 쓸어 담은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식당 주인이 무심결에 투덜댄 것이다. 김씨는 "마땅히 버려야 할 잔반을 '다른 사람을 위한 음식'으로 생각한다니 기가 막혔다"며 "이렇게 먹다 남은 반찬이 돌고 돈다는 생각에 끼니 때마다 어디서 먹어야 할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김치찌개·누룽지도 못 믿어"

식당들의 비위생적인 음식 재활용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 광우병 파동과 멜라민 공포 등 시민들의 위기의식·위생관념을 높인 사건들이 유독 많았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남은 김치로 끓일지 모르니 김치찌개는 사먹지 말라' '누룽지도 대부분 밥을 재활용해 끓이는 것 같다' 같은 경고와 우려가 사실인 양 돌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26일 식품위생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은 늦은 감이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먹다 남긴 음식물을 다른 손님에게 내놓는 음식점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지난달부터 서울 서초구(구청장 박성중)가 벌이고 있는 '남은 반찬 재탕 안 하기' 운동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서초구는 몇 년 전부터 음식물을 남기지 말자는 '빈 그릇 운동' '남은 음식 싸주기'를 벌인 데 이어, 'Safe and Clean(안전하고 깨끗한) 음식 실천'이라 이름 붙인 캠페인을 지난달 시작해 이미 30여개 모범음식점의 참여를 유도했다.

▲ 서초동의 한 음식점 직원이 손님들에게 반찬을 덜어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남는 반찬을 줄이기 위해 조금씩 덜어주고, 남은 음식은 모두 한곳에 모아 버린다. /서초구 제공
참여업소에 살균수저통 선물

지난 25일 낮 서초동의 한 음식점. 된장찌개를 주문하자 멸치·나물 등 밑반찬이 가지런히 차려졌다. 몇 번 집어 먹으면 그릇이 빌 정도로 적은 양이었다. 종업원은 "남는 반찬을 최대한 줄이려고 적게 담았는데 손님이 원할 경우 다시 채워준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자 종업원 2명이 플라스틱 용기를 가져가더니 남은 반찬을 한곳에 모조리 쓸어 담았다. 반찬을 재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주는 듯했다.

서초구는 '남은 반찬 재사용 안 하기' 운동에 참여할 업소를 연말까지 3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 음식점에는 'S&C 음식 실천운동'에 참여한다는 안내판을 붙여 누구나 쉽게 찾도록 한다. 또 손님이 먹을 만큼 덜 수 있는 스테인리스 용기를 구에서 주문 제작해 음식점에 지원하고, 남은 음식을 싸 줄 수 있는 봉투와 용기도 보급할 예정이다.

살균 기능이 있는 수저통을 공급해 음식 이외의 위생에도 신경쓰기로 했다. 전칠수 서초구 보건위생과장은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음식점들이 다양한 인센티브를 보고 적극 참여로 돌아섰다"며 "내년에는 관내 중·소형 한식 음식점 500곳도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식단에 열량 표시, 조리법도 교육

관내 모든 업소가 남은 반찬을 사용하지 않도록 운동을 확대한다는 게 서초구 목표다. 어느 음식점을 찾아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위생적 먹거리가 나온다는 인식을 굳혀 '건강 음식 특별구'와 같은 효과를 거둔다는 구상이다.

구는 음식 재사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양가 있는 건강음식을 내놓기 위한 '건강식당' 운동도 함께 벌이고 있다. 음식점 차림표에 메뉴별로 열량·지방·나트륨 함량 등을 표시해 손님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권영현 서초구 보건소장은 "작년부터 5개 업체를 '건강식당'으로 인증해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음식의 지방이나 나트륨 함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건강식 메뉴와 조리방법도 개발해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는 건강식당에서는 절반이나 갑절 등의 분량은 물론, 현미·보리 등 밥의 종류도 손님이 고를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남은 음식을 절대 다시 쓰지 않고 모든 메뉴와 조리법에 영양과 건강을 고려하는 지역 '음식혁명'이 새로운 음식문화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2008/11/27 09:27 2008/11/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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