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사업은 삼성·LG에 밀리고 게임사업은 닌텐도에 치이고…
◆갈팡질팡하는 TV 사업
지난 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세계전자전시회)에서 LG전자 강신익 사장은 "올해 말까지 LCD TV에서 소니를 따라잡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3년째 소니를 앞서 있고 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불과 4~5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당시에만 해도 언론에서 '삼성TV가 소니를 추격한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면 윤종용 부회장이 '누가 이런 오만한 소리를 하느냐'고 호통을 쳤었다"면서 "정말 격세지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소니 TV가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에 추격당하게 된 것은 디지털 TV로의 전환이 늦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LCD·PDP TV에 집중 투자를 했지만 브라운관TV의 향수에 젖어있던 소니는 평판 TV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소니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화면 스스로가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TV 등 차세대 상품을 육성할 계획이었지만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OLED TV 시장은 지난 2~3년간 거의 성장을 하지 못했다.
◆주도권 뺏긴 엔터테인먼트 사업
소니는 80년대 '워크맨'이라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휴대형 음악시대를 연 주인공이지만 정작 시장이 성장한 뒤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자신들만의 기술 표준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해외 음악 시장이 MP3플레이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도, 소니는 수년간 자신들이 자체 개발한 미니디스크(MD)를 고집했다. 이어 뒤늦게 MP3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소니 MP3플레이어에서는 'ATRAC' 등 자신들의 기술방식으로 저장된 음악만 들을 수 있도록 했다가 고립을 자초했다.
가정용 게임기도 고도의 기술력만을 내세우다가 실패했다. 소니는 1990년대 중반부터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를 출시해 지금까지 1억대 이상 판매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소니는 기술력과 화려한 그래픽을 내세운 게임을 고수하다가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즐기는 게임'을 모토로 내건 일본 닌텐도에 형편없이 밀리고 있다. 닌텐도가 2006년부터 3년간 매출액과 이익이 4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소니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2006년, 2007년 회계연도에 각각 2320억엔, 1240억엔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내 컴퍼니 도입 등 개혁의 실패
소니는 1994년 직원들의 자발성과 책임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본사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부문별 사업부서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사내 컴퍼니 제도를 도입했다. 최고경영진 눈치만 보는 매너리즘을 타파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제도에 일본인 특유의 배타성이 접목되면서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사내 장벽이 높아져 사업부 간 시너지(상승) 효과가 전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 부문에서 음악이나 영화 같은 콘텐츠를 활용하려면 해당 부서에서 불법 복제를 우려해 제동을 거는 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기덕 수석연구원은 "이 제도가 경영환경에 빠르게 대응하는 데에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취임한 하워드 스트링거 CEO는 이 제도를 폐지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미국식 개혁을 위해 추진했으나 글로벌 경기침체에 발목이 잡혔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