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헤지'로 손실 2300억 줄여… 눈부신 선방
先物시장에서 평균가격으로 달러·기름 구입, 변동 최소화
'높이 날고 멀리 보는' 경영 2900억 손실 600억으로 감소

아시아나항공은 28일 고(高)환율과 유가상승 영향으로 지난 3분기까지 총 6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는 '적자 성적표'를 공개했다. 하지만 증권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상반기에만 6143억원에 달하는 누적손실을 기록한 대한항공에 비하면 '눈부신 선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상반기에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인 유가와 실물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 세계 항공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아시아나 항공은 상대적으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고환율, 고유가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을 '유가와 환(換) 헤지 덕분'이라고 밝혔다.

◆환·유가 헤지 이익 2300억원대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재무담당 상무는 "돈 벌 목적이 아니라 경영안정을 위해 외환과 유가에 헤지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지금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5년 8월부터 분기마다 달러와 항공유 소요량의 일정부분을 선물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으로 헤지를 걸어뒀다. 항공유와 달러구매 단가를 과거 2년간 시장평균 선물가격으로 고정시켜 환율과 유가변동의 충격을 완화시킨 것. 예컨대 올 3분기에 사용하는 항공유 소요량이 300만 배럴이라 할 때 30%인 90만 배럴은 2006~2007년에 선물시장에서 나눠서 구입했다. 나머지 70%(210만 배럴)는 3분기 현물 시장 가격으로 구입하는 식이다. 지난 2년간 평균 항공유는 배럴당 109달러였고 올 3분기엔 평균 158달러였으니, 소요량의 30%는 현물보다 배럴당 49달러나 싸게 구입한 셈.

달러화도 마찬가지다. 2008년 3분기에 필요한 달러의 70%를 과거 2년간 선물시장에서 나눠서 미리 구입해뒀으며 30%만 시장 가격으로 구입, 최근 환율 급등의 충격을 피할 수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년간 사들인 달러의 평균 환율은 936원이었다. 3분기에 적용된 환율이 1061원임을 감안하면 필요한 달러의 70%를 달러당 125원이나 싸게 구입했다.

이는 최근 중소기업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키코(KIKO)와 완전히 다른 헤지시스템이다. 키코는 약정한 상한선 이상으로 환율이 올라가면 계약액의 2~3배에 달하는 달러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처럼 환율이 폭등하면 고스란히 기업손실이 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환 헤지 방식은 손실폭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지난 3분기 중 원·달러 환율이 161원(15%)이나 올랐지만 아시아나항공은 헤지를 걸어둔 덕분에 678억원의 환차익이 발생해 환율 급등에 따른 손실을 448억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무려 60%나 효과를 본 셈이다.

올 들어 아시아나항공이 환 헤지를 통해 거둔 환차익은 1350억원에 달했다. 유가 헤지를 통한 이익도 998억원이나 된다. 3분기까지 누적 손실 637억원을 감안할 때 아시아나항공이 유가와 환 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2985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헤지를 적절히 이용하면 득이 되는 좋은 사례"

아시아나항공은 헤지 덕분에 지난 2분기 적자를 냈던 영업이익을 3분기에 흑자(237억원)로 돌려세울 수 있었다.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를 저점으로 영업이익의 흑자세를 지속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배럴당 50달러대로 떨어진 유가가 아시아나항공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대우증권 신민석 애널리스트는 "유가하락으로 항공사들의 비용부담이 크게 줄면서 항공산업은 바닥을 친 것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 항공 운임이 내릴 예정이어서 항공수요가 늘면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항공산업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헤지 개념을 잘못 이해하면 큰 손실이 날 수 있는 키코와 달리, 아시아나항공 사례는 헤지를 적절히 활용하면 위험도 피하고 이익도 낼 수 있는 좋은 예"라며 "기업들도 이제 헤지에 대한 이해와 활용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헤지(hedge)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한 거래 기법을 말한다. 예컨대 1년 뒤에 사들일 달러나 상품을 현재 가격으로 미리 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미래의 가격 급등락에 대비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Posted by Takumi

2008/10/29 09:27 2008/10/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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