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지어주마, 돈 왕창 빌려주마,다 해주마… 제발 자원만 다오"
아프리카 자원외교 삼국지
中·日, 자원 채굴권 싹쓸이 야심
아프리카에 '선심쓰기 경쟁' 나서
우리는 중국 20분의 1 수준 투자
지난해 11월 아프리카 잠비아(Zambia)의 종합정부청사 회의실. 에너지광산부 장관을 만나러 온 대한광업진흥공사 이한호 사장의 눈에 매화 나무가 멋들어지게 그려진 시서화(詩書畵) 한 폭이 눈에 띄었다. "장관님께서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죠?"
잠비아측 공무원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뇨. 저 족자는 중국 정부가 '청사 완공 기념'으로 두고 간 겁니다. 중국이 우리 청사를 공짜로 지어 줬거든요." 중국은 청사로 들어오는 널찍한 아스팔트 도로까지 지어 기부했다.
중국뿐 아니다. 청사에서 잠비아 수도 루사카(Lu saka) 시내로 들어가면 일본이 공짜로 깔아준 고속도로를 지나야 한다. 일본은 요즘 잠비아의 초등학교와 도서관까지 무상으로 지어주고 있다.
왜 중국과 일본이 아프리카의 오지(奧地) 잠비아에 이토록 선심을 쓰고 있을까. 이 사장은 "잠비아는 구리와 우라늄의 세계적인 매장국입니다. 개발·공급권을 따내기 위해 선물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죠. 아마 눈에 보이지 않는 '거래'도 상당할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은 잠비아에서 매장량 3만t짜리 구리광산 개발권을 얻었다. 일본도 구리와 우라늄 채굴권 확보를 목전에 두고 있다. 대한광업진흥공사는 "우리도 잠비아 자원 개발을 위한 조건합의서를 체결하는 등 중국·일본의 '자원 싹쓸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나먼 아프리카 땅에서 한·중·일 3국의 '자원 삼국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까마득히 앞서가는 중·일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 총력전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중국·일본에 한참 뒤떨어진 상황이다. 중국은 이미 2006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아프리카 16개국을 순방하면서 자원 외교전의 문을 열었다.
또 같은 해 11월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 '중국·아프리카 개발 포럼'을 열고 개발기금과 특혜 차관, 무상 원조 등 총 90억 달러 규모의 선물보따리를 풀어 놓으면서 '아프리카의 후원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심지어 국부(國富)펀드인 중국투자공사가 직접 아프리카 경제 개발에 투자하는 '아프리카 펀드'도 조성했다.
중국에 선수를 뺏긴 일본은 지난해 10월 과학기술 협력과 원조자금(ODA)을 앞세운 '아프리카 자원 외교 전략'을 발표하고, 아프리카에 대한 엔화 차관을 개시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채무변제 능력이 떨어진다'며 아프리카에 대한 차관을 거부해왔지만, 180도 달라진 것이다.
◆뒤늦게 뛰어든 한국… 시스템이 없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짭짤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은 수단·알제리·나이지리아·앙골라 등에서 유전을 개발, 연간 3000만t 이상의 원유를 가져오고 있고, 남아공과 콩고민주공화국·짐바브웨·잠비아 등에서 구리(4만t), 크롬(30만t), 백금, 금 광산 등을 확보했다.
일본은 남아공에서 철, 크롬(53만t), 망간(170만t)을, 또 나이지리아에서 우라늄(1800t), 마다가스카르에서 니켈 사업권을 따냈다.
뒤늦게 뛰어든 한국은 2006년 이후 나이지리아·알제리의 석유 자원개발권을 확보하고, 짐바브웨의 크롬, 잠비아의 구리와 우라늄, 남아공의 망간 자원 채굴권을 따왔지만, 중국·일본의 성과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지난달 민간기업인 코아정보기술과 KCD홀딩스가 콩고민주공화국의 전력 프로젝트에 참가해 3조20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우라늄·코발트·구리로 받아오기로 한 것이 그나마 최근의 성과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에 대한 '전략적 관심'이 적었던 것이 문제다. 한국의 해외 투자·무역량 중 아프리카 비중은 2% 내외에 불과하다. 정부의 해외자원개발투자액 역시 일본의 6분의 1, 중국의 20분의 1수준이다. 게다가 외교부와 지식경제부, 국가정보원, 민간기업 등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는 주체들이 제각각 따로 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자원개발업체 CMKC컨소시엄의 정동완 대표는 "새 정부의 자원 외교 정책은 (이전 정부처럼) 추상적이고 전방위적인 접근이 아니라, 아프리카 같은 중요 거점을 민간 기업과 함께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