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된 테마마크

행담도개발 착공도 못하고 24만㎡ '텅텅'
노하우도 수익성도 분석없이 묻지마 개발

서해대교 복판의 행담도 휴게소. 행담도 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휴게소에는 음식 매장을 이용하려는 자동차와 사람들로 분주했다.

반면 거의 같은 크기(24만5382㎡)의 땅을 매립한 행담도 우측의 공간은 텅 비어 있다. 황토 빛 흙과 배수구, 군데군데 심어놓은 잔목, 방파제 쪽으로 난 차량바퀴 자국이 전부다. 행담도개발 관계자는 "지금쯤이면 놀이시설 등이 다 들어섰어야 했다"고 말했다. 행담도개발의 조감도에는 올해까지 이 매립지에 거북이 모양을 한 해양수족관, 22~23층 높이의 엔터테인먼트 복합건물과 호텔, 워터월드 테마파크가 들어서 있다.


행담도개발은 도로공사의 수주를 받아 1단계 행담도휴게소 건설에 이어 2단계로 매립지에 해양복합관광휴게시설을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외자 유치에 실패하고, 이런 가운데 전 정권의 실세를 끌어들여 자금을 일부 조달하는 과정에서 '행담도게이트'로 비화되면서 대주주가 사기 혐의로 구속돼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정치적 요인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실패의 본질은 테마파크에 입주하려는 기업과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차질을 빚었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지역개발계획의 단골 메뉴가 된 테마파크. 무수히 발표된 테마파크 가운데 정작 놀이시설이 들어선 곳은 극히 드물다.

▲ 올해 말 완공예정이었던 행담도 테마파크에는 어떤 시설도 들어서지 않은 채, 매립지만 황량하게 남아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은 1단계로 건설된 행담도 휴게소의 모습.
◆땅밖에 없는 지자체 추진 관광단지

지자체가 내세운 대규모 관광단지 가운데 제대로 진행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부산시 기장군 일대 364만㎡에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는 '동부산관광단지'. 1999년부터 시작된 사업이지만, 아직 뚜렷한 사업자도 선정하지 못했다. 미국 MGM사와 영상테마파크 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가 흐지부지됐고, 최근에는 영국 서머스톤사와 벌인 통합개발사업자 협상도 결렬됐다. 지난달 말 새로운 사업자로 두바이의 알알리그룹을 선정했으나 구체적인 결실을 맺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부산시가 쓴 투자비는 약 3900억원. 올해 중 이주단지 및 단지조성공사로 2600억원을 추가로 써야 하지만, 입장객으로부터 돈을 받으려면 아직 까마득하다.

광주시 광산구 어등산 일대에 조성 중인 '광주어등산관광단지' 역시 속도가 더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토지보상비 및 기반조성비로 370억원이 들어갔지만, 아직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해남 화원관광단지도 지난 1991년부터 시작됐으나, 10여 년 동안 방치됐다가 최근에야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봉중 한국관광공사 투자개발기획팀장은 "지자체 공약의 절반 이상이 관광개발이지만, 재정자립도가 낮고 지역 공무원들이 노하우가 없어서 땅만 조성한 채 제대로 진척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계획대로라면 행담도 매립부지엔 조감도에서 보이는 호텔과 놀이시설, 수족관 등이 이미 들어섰어야 한다. /행담도개발 홈페이지
◆계획대로 다 지어지면 공급과잉

눈으로 보이는 실체가 없는데도 테마파크 계획은 오늘도 기업도시·혁신도시 계획 등의 이름을 달고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만 보면 시화호 간척지엔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한 테마파크가 들어서고, 시흥 군자지구에도 테마파크가 추진되고 있다. 고양시엔 한류(韓流)를 테마로 한 '한류우드'가 계획되어 있다. 인천엔 용유·무의관광단지 이외에 송도신도시, 청라지구, 영종도에 각각 테마파크를 유치하는 계획이 잡혀 있다. 서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더 내려오면 이미 '여수화양관광단지'와 '해남화원관광단지'가 있지만 해남·영암 일대에 레저복합도시를 건설하는 J프로젝트, 무안·목포를 중심으로 한 서남해안권 발전구상, 새만금, 군산국제해양관광단지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의 실패, 되풀이할 우려

전문가들은 일본의 실패가 현해탄을 건너 한국에서 되풀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 정점기에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테마파크를 우후죽순 격으로 지었다. 일본 미야자키현은 길이 300m, 폭 100m로 한꺼번에 1만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물놀이시설인 시가이아 오션돔을 건설했고, 나카사키현 사세보시는 네덜란드의 도시를 그대로 재현한 테마파크 '하우스덴보스'를 세웠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내용의 테마파크를 너무 많이 지은데다 운영 노하우 부족으로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했다. 시가이아 오션돔과 하우스덴보스는 결국 부도를 내고, 나중에 헐값에 매각됐고, 일부 테마파크는 운영을 포기해 잡초가 무성한 폐허로 변했다.

Posted by Takumi

2008/05/21 09:01 2008/05/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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