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유로 등으로 투자… 환매 시점 환율 영향 커
- ▲ 이미지=블룸버그
지난달 말 회사원 김모씨(40)는 은행에서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다. 1년 전 모 은행에서 가입했던 역외펀드 만기가 돌아왔는데, 원금 1500만원 중 증시 급락으로 인한 펀드 손실이 900만원, 여기에 환차손이 700만원 정도 발생해 100만원을 추가로 내라는 얘기였다. 만일 추가납입을 하지 않으면 채권 추심에 들어간다는 무시무시한 얘기까지 들었다. 김씨는 "역외펀드가 국내에서 파는 해외펀드보다 더 안정적이란 얘기를 듣고 가입했는데, 수익은커녕 원금을 몽땅 날린 데다 돈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어 밤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 급락에다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역외펀드 투자자들 중에는 원금을 모두 날리고도 추가로 돈을 물어줘야 하는 '깡통펀드' 피해자들까지 속출하고 있다.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환헤지(위험회피) 차원에서 선물환 계약을 했다가 환율이 상승하면서 피해가 더 늘어난 것이다. 역외펀드란 도대체 어떤 상품이고, 왜 일반 해외펀드(역내펀드)보다 피해가 커지며, 앞으로 역외펀드 투자 시에는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까.
◆왜 역외펀드가 더 문제인가
보통 해외펀드가 대부분 환헤지를 한 상태에서 출시되지만 역외펀드의 경우 상당수 본인이 선택하게 돼 있다. 하지만 국내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들은 역외펀드 투자자들에게도 환헤지를 권유하다시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역내펀드나 역외펀드나 모두 환헤지를 한 것인데, 왜 역외펀드에서 더 큰 피해가 발생할까.
사정은 이렇다. 역내펀드의 경우는 투자를 하면 운용사가 돈을 모아 펀드 단위로 환헤지를 한다. 반면 역외펀드는 내가 투자한 만큼, 즉 계좌 단위로 선물환 계약을 맺는다. 그렇다 보니, 개인은 1년간 환변동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반면 역내펀드의 경우는 운용사가 그때 그때 적절하게 환헤지를 조정하면서 환변동으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여준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가 500만원 손실을 입었을 경우, 해외펀드는 남은 500만원에 대해서만 환매 시 달러를 되사주면 되지만 역외펀드는 1000만원에 대해 그대로 물어줘야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역외펀드가 환율 변동에 타격이 더 심한 것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역외펀드는 환 위험을 개인차원에서 책임진다는 점에서는 간접 투자라기보다 직접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기준통화로 불리는 달러나 엔, 유로 등으로 투자하다보니, 환매하는 시점에서 환율이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왜 깡통펀드까지 터지나
역외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하자. 자산운용사는 1000만원을 달러나 유로 등 기준통화로 교환해 투자하게 된다. 이때 투자자에게 환헤지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묻게 된다.
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환헤지를 결정하게 되면 통상 1년짜리 선물환 계약으로 하게 된다. 선물환 계약은 다소 복잡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1년 만기 선물환 매도 계약'을 예로 들어보자. 작년 12월에 환율이 1000원이었다고 가정하고, 달러화로 1만 달러(1000만원) 투자하면서 1년 후인 올 12월에 환율 1000원을 기준으로 1만 달러어치를 되사주기로 선물환 매도 계약을 맺게 된다. 그런데 1년 후 펀드 손실이 60%가 나고, 그 사이 환율은 1400원이 됐다고 치자. 수수료나 세금 등 펀드 비용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펀드 청산 시 본인은 펀드 손실로 600만원에다 환손실로 160만원을 더 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는 1000만원을 넣어 240만원만 건진다. 환율이 1700원까지 올랐다고 전제하면, 환손실이 마이너스 420만원까지 늘어나 원금을 모두 날리고 추가로 20만원을 더 물어내야 한다. 이럴 경우 추가 납입을 해야 한다. 선물환 거래는 고객과 은행 간의 1대1 계약이므로, 추가 납입을 하지 않으면 은행 측에서 투자자를 상대로 채권추심에 들어오게 된다.
◆역외펀드는 개인 차원에서 환변동 위험을 떠안고 투자하는 것이다
역외펀드는 기본적으로 환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브라질 역외펀드에 투자하면서 브라질에 살고 있는 사람 수준의 투자 수익률을 노리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환변동이란 변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최상길 전무는 "역외펀드는 해외펀드가 활성화 안 됐을 때 팔리던 상품으로 오랫동안 운영되면서 검증을 받았고, 투자하는 자산의 종류 등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역외펀드 투자 시 가장 핵심은 어떤 통화로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인데, 같은 일본 역외펀드라도 엔화와 달러화로 각각 투자, 기준환율이 다른 상품도 있기 때문에 본인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내펀드(onshore fund)와 역외펀드(offshore fund)
역내 펀드는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펀드로 주로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한다. 원화로 투자하고, 대부분 펀드가 환헤지를 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직접 환헤지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역외펀드는 해외에서 펀드를 설정한 뒤 각국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전 세계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많은 역외펀드는 투자자가 직접 환헤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지만 국내에서 팔린 상품은 판매사측의 권유로 환헤지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최근 환율 급등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