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으로 소비 폭발… 새 구매층 떠올라
백화점, 통역 늘리고 주한 대사 부인들 공략
- ▲ 지난 7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찾은 한 외국인 소비자가 전문 통역 서비스 요 원으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최근 주한 외국인 쇼핑객 증 가에 맞춰 매장 통역 요원 수를 2~3배 정도씩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국내 한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라치도 오마리(Omari·38)씨. 그는 한국 생활 2년 만에 '토종 알뜰 소비자'가 됐다. IT 제품에 관심이 많은 그는 주말을 이용해 백화점, 할인마트를 둘러본 다음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격을 꼼꼼히 비교한 후 물건을 산다. 오마리씨는 "한국생활 초반엔 필요한 물건을 본국 친지에게 부탁하거나 이베이 등 해외 사이트를 이용해 샀지만, 최근 외국인 쇼핑 여건이 좋아지면서 '한국식(式) 쇼핑'에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주한(駐韓) 외국인 소비자'를 뜻하는 '포린슈머(Foreigner+Consumer)'가 새 구매층으로 뜨고 있다. 주한 외국인 숫자가 늘어난 데다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이들이 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의 '2008 외국인 주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5월 현재 90일 초과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은 89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2%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백화점 등 오프라인과 인터넷 쇼핑몰 등 유통업체들의 '포린슈머 잡기'가 한창이다.
◆외국인 매출 2배 이상 급증
주한 외국인 소비자를 잡기 위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백화점들이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미국, 유럽의 주재원 소비자들의 명품 구매가 최근 6개월 동안 70% 넘게 늘었기 때문. 용산아이파크몰 관계자는 "고(高)환율로 작년 10~12월 주말 방문고객 60만명 중 외국인 비중이 7%로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 중 60%가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들"이라고 했다.
더 많은 외국인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다. 원활한 언어 소통을 위해 현대백화점은 최근 점포 매장에 일본어 능통자 4명, 영어 능통자 31명, 독일어 능통자 1명을 배치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외국인 통역 담당 인력을 지난해 5명에서 올해 18명으로 늘렸다. '외국인 쇼핑 도우미'들로 불리는 이들은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영업 직원들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까지 다양하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김형욱 판매기획팀장은 "외국인 쇼핑을 돕기 위해 외국어가 능통한 직원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했다.
일부 업체는 주한 대사관을 직접 겨냥하거나 외국인 전용 마일리지 카드 등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작년 말부터 99개 국내 주한 대사관을 대상으로 영문과 일문, 중문으로 제작된 쇼핑 안내 책자를 발송하는 '대사관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대사와 대사 부인들에게 안내 책자를 보내고 백화점을 찾으면 서비스 담당자가 직접 쇼핑 안내를 하며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의 이달석 고객서비스팀장은 "주한 외국인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가 핵심 타깃이다"라고 말했다.
용산아이파크몰, 현대백화점 등은 외국인 전용 마일리지 카드를 만들고 적립 사은품을 증정해 중장기 체류 외국인이나 주재원 고객을 확보한다는 계획. 용산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최근 주한 외국인들이 환율 상승에 따른 기대심리로 많은 물건을 카드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한 외국인을 장기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런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린슈머 소비, 온라인에서도 폭발
이들의 '쇼핑 동선(動線)'은 온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의 경우, 작년 상반기 대비 11월 외국인들의 회원 가입자 수는 30배, 매출은 150% 이상 증가했다. 특히 환율 상승이 본격화한 9월 이후 구매율이 계속 늘고 있는 중이다.
작년 7월엔 주한 외국인 전용 쇼핑몰도 생겼다. 주한 외국인들의 물품 구매 관련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전문 쇼핑몰 바이더코리아는 생활가전에서 휴대폰 개통 서비스까지 여러 상품을 판다. 모든 제품에 대한 상세 정보와 배송절차 설명이 영어로 돼 있고,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가 필요 없고, 해외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G마켓,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들은 콜센터에 영어에 능통한 전문 상담원을 배치하고 영문 사이트를 속속 만들고 있다. G마켓의 김준영 글로벌운영팀장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G마켓 영문사이트의 지난달 매출은 작년 연초 대비 10배 정도 증가했다"며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