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위피(WIPI·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라는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platform)이 있다.

휴대폰에서 무선인터넷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된 기본 소프트웨어로 지난 2005년 4월부터 정부는 모든 휴대폰에 위피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했다. 위피를 바탕으로 국내 무선인터넷관련 소프트웨어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자는 의도에서였다.

이러한 위피 탑재 의무화 정책이 출범 3년여 만에 '폐지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의무화 폐지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실무선에서 검토는 끝난 상태"라며 "조만간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위피 정책 폐기를 검토하는 이유는 '위피 무용론'이 여론의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무선인터넷 소프트웨어·솔루션 업체들이 위피에만 안주하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국내 업체들이 위피에만 매달려 있으면서 심비안 등 외국의 범용 무선인터넷 운영체계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통상마찰을 유발할 우려도 있다. 실제 노키아·애플 등 외국 단말기 업체들은 틈만 나면 '위피' 때문에 한국 시장 진출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진출을 위해 위피를 깔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하려면 추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KTF·SK텔레콤 등 통신업계에서는 위피 의무화 폐지에 적극적이다. 노키아의 저가폰이나 애플의 아이폰 같은 히트제품을 국내 시장에 들여오기 위해서다.한 이통업체 임원은 "내부적으로 외국산 단말기를 들여와서 단가를 낮추겠다는 전략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 블룸버그 위피 의무화가 폐지되면 애플 아이폰(왼쪽)과 구글폰과 같은 외국산 단말기가 국내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국내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70% 이상을 공급하는 과점(寡占) 상황이기 때문에 이동통신업체들이 주도권을 행사하기 힘든 형편. 하지만 해외 유수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휴대폰 가격을 대폭 내리는 것은 물론, 제조업체와의 힘겨루기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산은경제연구소 김기종 수석연구원은 "위피 의무화가 폐지되면 외국 휴대폰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국내 제조사들의 점유율 하락과 가격 인하는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국내 휴대폰 시장의 일정 부분을 해외 업체에 내줘야 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왔지만 앞으로는 그런 보호막이 사라지는 것이다.

Posted by Takumi

2008/11/07 09:25 2008/11/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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