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8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과에 합격한 박미령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 제 자랑을 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2006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통대 공부를 시작해서 합격하기까지 약 1년간 정말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는 생활을 보낸 것 같습니다.
처음 6개월간은 아무것도 모르고 호기심과 설레임에 넘쳐서 늘 싱글벙글 웃고 있었고 그 다음 6개월간은 거의 매일을 눈물과 절망 속에서 지냈습니다.
진짜입니다.
저의 수험생활이 이렇게도 힘들어야만 했던 가장 큰 이유를 생각해 보니 공부방법에서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이 굉장한 스트레스였던 것 같습니다.
아래에 제가 쓰게 될 공부방법 중에는 제가 실제로 적용한 부분도 물론 있지만 ‘아, 이렇게 공부했으면 훨씬 고생도 덜하고 효율적으로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나중에 가서 땅을 치며 후회한 요령들이 적지 않습니다.
수험기간 동안 얻은 교훈들을 이 글 속에 가능하면 충실히 담아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저처럼 힘들어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입니다.
저는 1차건 2차건 치고 나서 절대로 ‘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완벽하게’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이미 1차를 친 직후부터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면 좋을까 머릿속으로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차를 치고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머릿속에 100%의 절망감만 남아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하루를 보낼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영화나 보면서 괴로움을 잊으려고 극장에 달려갔지만 영화를 보는 와중에도 머릿속에서는 면접 장면이 지워지지가 않아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합격발표를 기다리며 그렇게 악몽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덜컥 붙어 버린 것입니다.
절대로 시험을 잘 쳐서 붙은 느낌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합격의 기준이 과연 무엇이었는가에는 여전히 의문점이 많이 남지만, 붙고 나서 드는 생각은 결국 시험장에서 꼼수는 다 소용없고 자신의 평소 실력만이 드러날 뿐이라
는 것입니다.
필기시험은 1차건 2차건 요리조리 생각해보고 적절한 어휘를 골라서 충분히 여유를 갖고 쓸 시간은 거의 없으며 면접시험도 평소의 말버릇이나 성격의 한계가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
저는 기초 실력이 많이 부족했으므로 1년동안 열심히 하긴 했지만 통대 끄트머리에 겨우 붙을 만큼의 실력밖에는 쌓지 못했고, 그래서 더욱더 시험이 끝난 후에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공무원이든 회계사든 다른 모든 종류의 시험보다 통대 시험만큼은 오래 공부한 사람일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어 실력이란 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체화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단, 100점 만점에 공부한 기간이 50점 정도라면 공부방법도 50점 정도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말도 안 되게 외대 통대에 붙을 수 있었던 데에는 효율적인 공부방법을 찾아 끝없이 연구하고 고민한 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몇 년을 공부하셨지만 좀체 합격하지 못하고 계신 분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하던 공부를 잠깐 멈추시고 자신의 공부방법에 무슨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냉철하게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진정한 공부는 자신에 대한 철저히 반성을 거친 뒤에 시작해도 절대로 늦지 않습니다. 아니 그게 오히려 남보다 몇 발자국이라도 앞선 스타트 라인에 서는 길입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제가 수험생활을 겪으며 가장 고민했고 또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면, 그리고 입시를 치르실 여러분께서 궁금하게 생각하실 만한 공부방법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겠습니다.
1.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일
후지와라 학원부터 등록하는 것이라고요? ^^ 아쉽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새출발에 나서는 여러분께서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바로 외대의 과거 기출문제들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구해서 풀어보는 것입니다.
서점에 가면 책으로 구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언어도 같이 딸려 있어서 책이 좀 두껍고 비싸지만 절대 망설이지 마십시오. 여기서 몇 만원 아까워했다가 소중한 몇 달간을 헛걸음질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눈으로만 보고 넘어가지 말고 꼭 풀어보세요.
혹시 『수험의 신』이란 일본드라마를 아시나요? 일본의 초등학생들이 사립중학교 입시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입니다. 거기서 수험의 신이라 불리는 가정교사가 학생들에게 던진 어떤 대사를 듣는 순간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출문제는 어떤 학생이 들어오기를 원하는지 학교에서 보내는 메시지”라는 대사였죠. 어떤 시험을 준비하건 간에 가장 먼저 기출문제를 직접 풀고 철저하게 분석하지 않고는 절대로 공부를 시작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분야들이 시험에 나오는지, 내가 직접 쓸 수 있는 한자들인지 꼼꼼히 살펴보십시오. 그런 다음 자신의 파악된 약점을 보강할 수 있는 공부 방향을 세우십시오.
저는 2003, 2004, 2006, 2007년도 기출문제집을 사서 풀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분석을 내렸는데, 예를 들어 1차의 경우에는 대체로 평이한 어휘 수준의 지문이 출제되며 문제에 대한 답도 거의 응용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매우 직접적인 내용을 가리키는 게 많았다, 따라서 머리를 그다지 굴릴 필요 없이 일단 노트테이킹만 빠짐없이 잘 할 수 있으면 무난히 평균 이상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노트테이킹 실력을 늘리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다만 올해(2008) 출제방식은 기존 기출문제의 방향과 상당히 빗나간 터라 꽤나 당황한 기억이 납니다.
우선 지문을 낭독하는 목소리가 뜬금없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으며, 속도도 기존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빨랐고, 지문 내용도 요구하는 답도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제가 잘못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3-4번 지문 중에 한 질문은 ‘들은 지문 내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쓰십시오.’였던 것 같습니다. 들은 순간 잠시 ‘뜨악’하고 패닉 상태에 빠졌었습니다.
과거 시험에서 단 한번도 지문내용 외의 자신의 생각을 물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험이 예상을 보기좋게 이탈한 것처럼, 내년 시험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자행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기출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어떤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통대에 들어오기를 교수님들이 바라시는지가 기출문제 안에 녹아 있기 마련입니다. 매우 심혈을 기울여서 문제를 출제하실 테니까요. 기출문제를 분석하는 것은 시험공부의 ‘지도’를 갖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기출문제를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제 경험상 기출문제는 최초에 공부를 시작할 때 한번, 6개월 뒤에 또 한번,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실전에 임하는 마음가짐으로 한번, 이렇게 세 번 정도 풀어보면 적당한 듯 합니다. 6개월 뒤에 두번째 시험을 보고도 많이 부족한 점을 느낀다면 그동안의 게으름을 반성하고 힘껏 재도약을 해야 하겠지요. 시험 직전에 세번째로 기출문제를 풀어보라는 것은, 이미 앞서 두번을 본 상태이기 때문에 지문에 약간 익숙해 있어서 일종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과, 또 실전의 긴장감을 다시금 체험해 본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특히 바로 전년도 1차 기출문제(2007년도)를 시험 당일날 아침 일찍 외대에 도착해서 실전처럼 풀고 시험에 임했습니다. 그게 지금 생각해 보니 마인드 컨트롤에 효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2. 학원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학원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학원 출신들이 100% 합격하는 현실에서, 학원을 다니지 않고는 도저히 통대 입시에서 붙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극소수의 자기주도형 천재가 있을 수 있겠지만, 통대 시험은 혼자 책상 앞에서 교재를 달달 외워서 잘 칠 수 있는 그런 일반 시험들과는 종류가 좀 다릅니다. 노트테이킹 연습을 도와줄 타인이 꼭 있어야 하고, 번역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들의 지혜를 열심히 흡수하고 배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스터디 멤버를 확보한다는 목적만으로도 학원에 다닐 가치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학원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수업에서의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학원수업의 좋은 점은 매일 무작위로 노트테이킹과 재생, 메모리를 시키기 때문에 매일매일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과, 매일 학원에 부지런히 다니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동료감도 느끼는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학원에 다녀보시면 아시겠지만 학원수업 때 매번 받는 프린트만 소화하기에도 하루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완벽주의자일수록 배운 내용을 완벽히 소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하루 온종일 프린트에 매달리다가 다른 공부는 아무것도 못하고 결국 그날 배운 거 복습만으로 끝나기 십상입니다.
물론 학원 프린트 복습은 많이 할수록 피와 살이 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자칫 학원에서 배우는 내용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바람에 자신의 단점들을 보강할 충분한 개인적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큰 실수를 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학원에 매일 다니고 복습도 매일 열심히 하고 과제도 부지런히 하고 있으니까 나는 잘하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안주하기가 쉬워진다는 말입니다.
중심을 ‘학원’이나 ‘스터디’가 아니라 ‘통대 시험’에 두십시오. 무슨 말이냐 하면, 학원에서 내가 아무리 후지와라 선생님의 발음을 기똥차게 분별해 내고 들은 내용을 그자리에서 멋드러지게 재생해 낸들, 그것과 1차 시험에 붙기 위한 능력과는 별 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1차 시험의 출제방식은 학원수업과 다르니까요. 학원수업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데 관심을 쏟을 게 아니라, 학원수업은 일본어의 기본기를 익히는 정도라는 마음가짐으로 여유를 갖고 너무 집착하지 말고, 오히려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시험에 붙기 위한 훈련을 하는 개인적 특훈 시간으로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학원에 다녀야 하는 이유는 첫째, 매일매일 나태해지지 않도록 자신을 수험생 모드로 유지한다, 둘째, 스터디 멤버를 만든다, 셋째, 수업을 통해 기본적인 일본 시사상식을 이해한다, 정도로 압축해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위에 쓴 내용들은 저에 대한 반성입니다. 제가 학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거든요.
처음 몇 개월간 학원 수업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것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본격적인 시험 대비 공부는 6월쯤 가서야 뒤늦게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굉장히 초조해져서 시험 직전까지 한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후회가 끝없이 밀려오더군요. ‘좀더 일찍부터 학원에서 자유로워졌어야 했는데…’라고 말이죠. 결국 저의 부족한 점들을 늦게나마 보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 과감하게 7월부터는 학원을 많이 빼먹었고 개인적으로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공부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공부하니까 감정의 기복이 너무도 심해지고 외로워서 우울증에 걸리기 딱 좋겠더군요. 통대 시험은 마인드 컨트롤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열등감, 슬픔, 고독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몰고 오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건 절대로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공부하는 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쨌든 학원은 끝까지 계속 다니는 게 여러모로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7월부터 시작되는 윤지나 선생님의 토요모의고사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수강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2008년도 1차 시험에서 토요모의고사 스타일로 나온 문제들이 몇몇 있었던 걸로 기억납니다. 심지어는 일부 지문 내용이 토요일에 다룬 테마랑 겹치기도 했습니다. 1차 시험에 필요한 요령들은 토요모의고사반에서 전부 얻어가실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모의고사 시작 전에 말씀해 주시는 내용들은 하나도 놓칠 게 없는 주옥 같은 조언입니다. 귀담아 듣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다만 매번 수업 시작 전에 지난주 시험의 학생 모범답안을 배부해 주시는데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단 한번도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완전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답안지를 안 낸 적도 있었고, 마지막 모의고사 때까지도 엉뚱하게 풀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1차 시험을 볼 때는 100%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학원 수업이건 수업의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시험 때 잘하면 됩니다.
3. 스터디
저도 스터디를 했습니다. 7월에 혼자공부 모드로 돌입하면서부터는 그것도 끊었습니다만, 공부 초기에는 스터디를 두 명이서 짜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연습했습니다. 그런데 학원과 마찬가지로 저는 스터디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당하는 것도 효율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까부터 효율 효율 하고 있는데 사실 시험공부에서 효율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입니다. 빨리 합격하고 싶다면 말입니다. 효율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따라 6개월 만에 붙을 수도 있고 3년을 해도 1차에 떨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우리가 평생 한가하게 시험공부만 하고 앉아 있을 게 아니라면, 어떻게 하면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시험 공부에 도움이 별로 안 되는 쓸모없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까에 정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획을 짜 나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터디는 너무 많이 하면 시간 낭비가 심합니다.
스터디 멤버를 만나게 되면 본의아니게 신세한탄도 하고 싶어지고 같이 밥먹으면서 끈끈한 수험생 우정도 나누고 싶어지게 마련입니다. 밥먹고 헤어진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밥먹으면서 나눈 얘기들이 은근히 이후의 공부에도 잡생각으로 계속 떠오르게 됩니다. 그 모든 것들이 야금야금 소중한 공부시간을 갉아먹어 버립니다.
중요한 것은 스터디 자체가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켜 주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스터디는 ‘테스트’일 뿐입니다. 공부한 ‘결과’를 확인하는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진정으로 실력을 빠른 시일 내에 키우고 싶다면 진짜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스터디의 장점은 최대한 활용하되 스터디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지혜롭게 머리를 굴릴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생각하는 최상의 스터디 방법입니다.
1 굳이 직접 만나서 스터디를 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온라인’ 스터디를 실시한다.
2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스터디이므로 멤버수에 그리 큰 제약을 둘 필요는 없지만 의견 차로 인한 트러블 발생에 대비해 4명 정도까지는 무난하다.
3 스터디 과목은 노트테이킹, 일한-한일 번역, 한국어-일본어 에세이로 한다. 메모리 연습은 혼자서도 충분하다. 아니 아예 안 해도 된다.
4 과목별로 지문을 준비할 멤버를 정한다. 한 주 단위로 번갈아가는 게 좋다.
5 노트테이킹 : 기출문제와 같은 형식으로 낸다. 반드시 4개의 지문이 들어가야 하며 그중 하나는 한국어 지문으로 해야 한다. 문제도 실전 시험처럼 낸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실전 시험감각을 일찍부터 익히기 위해서다. 막상 해보면 지문 하나 정도는 그럭저럭 해볼 만 해도 1시간 동안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는 힘들다는 것과 팔이 아파서 노트테이킹을 하기가 귀찮아진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걸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다. 준비한 지문은 mp3파일 형태로 녹음한다. 문제를 읽고 4분동안 기다리는 시간까지 다 포함해서 시험낭독관이 됐다는 마음으로 풀타임으로 녹음한다.
6 번역 : 역시 기출문제처럼 낸다. 신문기사 위주로 선정하고, 되도록이면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주목받는 사건이나 상황으로 하면 좋다. 번역에 참고가 될 만한 기사를 찾기가 쉽기 때문이다. 아예 한일, 일한을 모두 같은 테마로 잡는 것도 효과적이다.
7 에세이 : 막상 시험장 가면 어떻게든 쓰겠지 하고 소홀히 하기 쉬운데, 반드시 연습을 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어는 모국어라고 우습게 보면 큰코 다친다. 신문의 학생용 논술 관련 기사를 참고하여 문제를 내는 식으로 하면 된다. 분량은 800자 정도면 적당하다.
8 각자 준비한 문제를 요일을 정해 멤버들의 메일로 쏜다. 이를 통해 멤버들은 한 주 동안 모의고사식으로 노트테이킹, 일한-한일 번역, 한국어-일본어 에세이를 각각 한 번씩 혼자서 연습하게 된다. 문제를 낸 사람도 연습에 동참한다. 답안 작성은 워드가 아니라 수기(手記)로 한다.
9 각자가 쓴 답안들과 노트테이킹 낭독 지문 등을 지정한 요일에 학원에 가져와서 수업 전후에 멤버들에게 복사해 나눠준다. 함께 모여서 크리틱을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머리를 맞대봤자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하므로, 각자 집에 돌아가서 혼자 다른 멤버들의 답안과 자신의 답안을 비교해 가며 개선점을 분석한다. 토론이 필요하면 메일이나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으면 된다.
이런 식으로 온라인 스터디를 꾸준히 하면 시험대비도 정기적으로 하면서 시간 낭비도 줄이는 매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제가 이 방법을 적용해서 스터디를 계속했으면 정말 장족의 발전을 이룩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뭉개뭉개 피어오르는군요. 그런 만큼 여러분은 꼭 실천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실전처럼 연습하는 것이 스터디의 포인트입니다.
4. 그 외의 시간
학원과 스터디 일정만 소화해도 사실 한나절이 후딱후딱 저물어 버립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두 일정을 모두 마친 뒤부터입니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학원이나 스터디 자체는 단지 여러분의 ‘현재 실력을 평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현재 실력을 끌어올리려면 좀더 분발해서 혼자 눌러앉아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일단 매주 한번의 스터디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취약점을 분석하세요. 노트테이킹, 번역, 에세이 중에서 자신이 가장 취약한 분야가 뭔지를 파악한 뒤,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보강하세요. 이것저것 골고루 해야 되지 않을까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매주 스터디라는 형식을 통해서 의무적으로 한번씩은 훈련을 하게 되어 있으니까 그 정도로 일단 만족하시고, 부족한 부분부터 빨리 개인특훈을 통해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그래야지 시험이 막바지에 다가왔을 때 그 취약분야 하나가 계속 눈에 밟혀 불안해지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는 한국어 에세이가 아킬레스건이었는데, 그것만큼은 어릴 때부터 유독 자신이 없었습니다. 대학 입학 때도 논술 치기가 싫어서 특차만 노렸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7월부터 혼자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을 때는 다른 어떤 과목보다도 한국어 에세이 쓰는 데 제일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일본어 기본기 익히기에도 벅찬데 이 시점에서 한국어나 파고 있어야 된다니… 하는 생각에 초조함이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어쨌든 2차 시험 직전까지도 결국은 극복해 내지 못하고 불안불안해 하면서 시험을 쳤습니다. 더군다나 2008년도 한국어 에세이는 저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문제였습니다.
“‘과학은 국적이 없지만 과학자는 국적이 있다’는 주장이 내포하는 관점의 위험성에 대해 논하시오.” 문제를 지금 이렇게 외우고 있을 정도로 몇번이고 읽고 또 읽었지만 도무지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결국 10분이 지나서야 겨우 펜을 들었습니다. 내가 여기서 무너지는 건가… 하면서 그 바쁜 와중에 제가 떨어지면 실망하실 어머니의 얼굴이 막 떠오르더군요. 어찌됐건 양이라도 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교수님들께서 시험 채점을 어떤 식으로 하시는지가 정말 궁금합니다. 결코 잘 썼을 리가 없거든요.
(다만 일본어 에세이는 ‘조기영어교육 열풍의 문제점’이라는 평소에 관심 있는 테마가 나왔길래 즐겁게 죽죽 써내려갔습니다. 여기서 점수가 상쇄된 것일까요?)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여러분께서 겪지 않기 위해서는 매주의 스터디를 통해 그때그때 취약점을 발견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자세를 가지셔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한 분야에 집중할 때는 과감하게 다른 분야의 공부는 접어 두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선택과 집중’을 수험공부 때도 적용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개선하냐고요? 집중적으로 파고들다 보면 방향이 보이게 되어 있습니다. 못하는 분야에 열심히 몰두해 보세요.
학원에서 다룬 프린트는 당일에 바로 복습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업 시간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의 내용은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복습을 하려면 그 다음날 다시 한번 훑어보세요. 인간은 하루가 지나면 전날 배운 내용의 50%를 잊어버린다고 하지요? 이튿날 다시 한번 훑어봄으로써 잊혀지려던 기억을 다시 머릿속에 주입시키세요. 복습에서도 효율성을 최대한 고려해야 합니다. 복습한 내용은 일주일 뒤에 한번 더 훑어보고, 두 번째 복습 2주일 뒤에 한번 더, 세 번째 복습 한 달 뒤에 마지막으로 훑어보면 뇌과학적으로 최상의 공부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론을 뒤늦게 안 탓에 실천해 [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합시다.] 못했지만, 학원 프린트 복습을 이런 식으로 활용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가 너무 많은 팁을 알려드리는 건가요? ^^ 단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학원 복습에 너무 얽매이지는 마세요.
5. 면접
마지막으로 면접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면접도 완벽하게 망쳤다고 생각하고 죽는 심정으로 집에 돌아왔다고 앞서 언급했습니다. 그런데도 왜 붙을 수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면접은 누구에게나 당연히 어렵고 누구나 못할 수밖에 없는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면접 후에 느낌이 안 좋다고 해도 그 느낌은 합격 여부와는 관련이 적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즉 누구나 예상치 못한 돌발 질문에 버벅거리기 마련이고 잘하던 일본어도 엉터리로 나오기 마련이며 교수님들은 그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평가하신다는 점입니다.
저에게 교수님들께서 던지신 질문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일본어로 1분간 자기소개를 하라.
2 자기소개 내용 중에서 특이한 점에 대한 질문
3 입학지원서에 적힌 통역 경력을 보시고 ‘통역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4 입학지원서에 적힌 일본 홈스테이 경험에 대해 ‘홈스테이를 한 지역을 한국어로 PR해 보세요’
5 메모리 지문 낭독하고 요약하라. (제가 읽은 지문은 교통패스 SUICA에 대한 기사였는데 길이는 3~4줄
정도로 매우 짧았음. 타인의 SUICA를 불법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내용)
6 요약하다가 지나친 부분을 상기시키기 위한 질문 (‘무슨 법을 위반했다고 써 있었는지 기억하나요?'
7 ‘당신은 이 지문의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밖에 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이 정도의 질문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써 보니 별로 안 어려워 보이는데 막상 면접 자리에서는 상당히 당황해서 많이 버벅거렸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기억나는 건 제가 자기소개 때 입학하게 된다면 “死ぬ で頑張ります”라고 했더니 맨 끝자리의 삐딱하게 앉으신 일본인 교수님께서 “死んじゃだめよ”라고 중얼거리셔서 잠시나마 교수님들이 한바탕 웃으셨습니다. 즉 그렇게 까다로운 분위기 속에서 면접이 진행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답을 결코 잘한 건 아니었는데, 다만 메모리 지문을 낭독할 때 자신감 있고 정확한 악센트로 크게 소리를 냈던 게 좋은 평가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와 약간의 뻔뻔함만 보인다면 면접은 무난하게 통과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특별히 면접을 대비해서 뭔가를 준비하실 필요까진 없을 것 같습니다.
저의 합격 어드바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길고 장황한 글을 끝까지 참을성 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쓴 내용이 절대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건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참고할 만하겠다 싶은 부분만 참고해 주세요. 덧붙이자면 저는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긴 했지만 어학연수도 3주밖에 안 갔다온 순수 국내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어학연수 경험과 통대 합격은 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국내파 여러분들도 절대 기죽지 마시고 희망을 가지세요. 저는 1년동안 거의 백조 상태로 시험을 준비하면서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온 느낌입니다.
그만큼 수많은 고통과 좌절을 겪으면서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왔고, 지금 돌이켜 보면 그 과정이 저에게는 보석과도 같이 매우 소중한 성장통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분명 수험생활을 통해서 저는 내적으로 크게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설사 시험에 떨어진다 한들 그동안의 여정이 절대로 여러분에게 헛된 시간이 아닙니다. 공부에 투자한 시간만큼 반드시 보답을 받는 때가 옵니다. 저는 벌써부터 두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뭐가요? 재수 삼수를 통해 저보다 훨씬 절대적인 실력이 뛰어난 상태에서 합격한 사람들과 앞으로 대학원에서 경쟁할 것을 생각하면 말이죠. ^^ 목표를 향해서 하루하루 조금씩 달려가는 고귀한 하루하루를 가치있게 여기세요. 사람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시련을 겪어야 철이 드는 법입니다. 여러분의 수험생활이 장차 인생의 큰 자산으로 남아 소중히 쓰이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