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패’ 연기로 인기 수애
‘비련’ 벗고 ‘주사’와 ‘망언’ 일삼아
“허스키하고 중성적인 내 목소리 언젠가는 빛 볼날 올 줄 알았어요”
- ▲ 수애(본명 박수애)
‘눈물의 여왕’이 무너졌다. 남자 ‘추리닝’ 차림에 머리칼은 되는 대로 질끈 동여매고 맥주 몇 캔에 취해 보잘 것 없는 서른 살 인생을 한탄하며 거침없는 욕설을 내뱉는 게 일상. 단아한 몸짓에 웃는지 우는지 분간 안 되는 표정으로 눈물 뚝뚝 흘리던 수애(본명 박수애·27)는 MBC 주말 드라마 ‘9회말 2아웃’을 통해 단박에 껍질을 깼다. ‘비련’의 그림자는 사라졌고, 1000원 한 장에 벌벌 떠는 생활인의 ‘비애’가 그 자리를 메웠다. 작은 출판사에 다니며 소설가를 꿈꾸지만 알아주는 이 없고, 8세 연하 야구선수와 사귀지만 집안과 주변의 반대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홍난희로, 연기자 수애는 한 뼘쯤 성장했다.
“서른 살에 자기 꿈을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서 더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거겠죠. 수많은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고 서른이 돼 주위를 둘러보니 이뤄놓은 것은 없고…, 대부분 그렇지 않나요? 난희의 심정이 절절하게 이해돼요.”
“당신의 서른 살은 어떨 것 같냐?”고 하자 잠시 망설이더니 “아직 정해놓은 꿈이 없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그저 제 손에 쥐어진 일만을 열심히 하고 있을 것 같다”면서도 “무엇인가 하나는 포기해야 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빨리 서른두 살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때가 되면 왠지 안정적이면서 세상 이치를 조금은 아는 진정한 여성이 돼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결혼이요? 그때까지는 안 할 거예요. 요즘 노처녀는 삼십대 후반쯤 돼야 되는 것 아닌가요?”
드라마에서 수애는 몸을 던져가며 ‘파격’을 실천하고 있다. 주사(酒邪)와 망언(妄言)이 수시로 화면을 채운다. 하지만 진정 그의 망가진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이번 주말을 기다려야 한다. 그는 “연하의 남자친구 정주(이태성)와 헤어지기로 결심한 뒤 술 마시고 노는 장면에서, 만취해 새우깡을 코에 꼽고 다니는 모습까지 촬영했다”며 “반응이 어떨지 솔직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욕설 연기도 처음에는 큰 부담이었다”고 한다. “‘대가리에 총 맞았냐?’ 같은 말도 심하지 않아요?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한 번 입에 붙으니까 시원한 거예요.”
사실 수애는 허스키한 목소리를 갖고 있다. 갑작스러운 ‘왈패’ 연기가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중성적 음성이 지닌 힘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음성이 그에게 ‘축복’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목소리가 연기자로 성장하는 데 약점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데뷔 초, 시청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수애 목소리 때문에 채널 돌아간다’는 불평을 많이 쏟아냈다”며 웃는다.
“이상했어요. 저는 제 가장 큰 강점이 이런 적당히 남성스러운 목소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사람들에게 늘 자신 있게 말했어요. ‘듣다 보면 좋아지실 것’이라고요.”
수애는 원래 4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로 데뷔할 뻔했다. 고교 졸업 후, 압구정동 거리에서 ‘외모’로 캐스팅돼 음반기획사에 들어갔다. 6개월여에 걸쳐 혹독한 연습을 했지만 끝내 노래는 발표하지 못했다. “노래도 잘 못했는데…, 친구들과 합숙하는 재미로 6개월을 지냈죠. 그러다 연기도 하게 됐으니 다행이고요.”
실제 성격이 궁금했다. “되게 내성적”이라고 잘라 말한다. “배역에 몰입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던 적도 많았다”고 했다. “제 부모님들이 드라마 속 난희를 보고 깜짝 놀라고 있을 정도니까요.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이 나오고 있는 거예요.”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