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환율 高유가 高물가 엎친데 덮치고 또 덮쳤다
세가지 가격 변수 동시상승… 3高 'MB노믹스' 발목잡아
납품가 인상 압박에 기업도 울상… 低성장 늪에 빠지나
대기업 A 상무는 환율 움직임을 볼 때마다 속이 타 들어간다. 작년 가을, 일본에서 들여오기로 계약한 산업용 필름제조설비 건 때문이다. A상무는 "처음 구매를 검토할 땐 환율이 100엔당 765원쯤 됐는데 계약할 때에는 789원으로 오르더니 지금은 900원을 훨씬 넘어 환차손만 100억 원에 육박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석유화학 업계는 요즘 총체적 위기국면에 빠져있다. 고유가로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t당 900 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반면 에틸렌 제품 가격은 t당 1200 달러에도 못 미쳐 수익이 제로(0)에 가깝다. B증권사의 유화담당 애널리스트는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석유화학 업계의 2분기 수익은 1분기에 비해 반 토막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高)환율·고유가·고물가의 '신(新)3고'가 갈길 바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가지 가격변수가 일제히 동반 상승하면서 기업들 비용 위험이 높아지고, 신규 투자 의욕을 위축시키고 있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로 경제 활력을 회복하겠다는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운용)가 처음부터 걸림돌을 만난 셈이다.
◆네 자릿수 임박한 고환율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전날보다 11.10원 오르며 1달러당 982.40원으로 마감했다. 또'1달러=100엔' 선이 붕괴된 여파로 엔화 대비 원화환율도 37.25원이나 올라 100엔당 980.44원을 기록했다. 원화 환율의 상승은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지만, 수입 원가부담이 늘어나고 물가를 높여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07% 포인트 상승한다. 작년 11월 이후 환율이 약 84원 올라갔으니, 환율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요인이 0.65% 포인트에 달한다.
특히 엔화값 폭등은 엔화대출이 많은 국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2월 말 현재 8628억엔(한화 약 8조5000억원). 엔화대비 원화환율이 작년 7월 이후 30%가량 오른 점을 감안하면 관련 기업들 부채가 2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비용 압박하는 고유가
게다가 연일 급등하는 유가는 한국 경제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고,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산 원유가격도 1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두바이유 기준 평균 80달러 선으로 보고 올해 운용 계획을 짠 한국 경제로서는 거대한 돌발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국제 유가 평균치가 올해 95달러, 2009년 105달러, 2010년 110달러로 매년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 선을 돌파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상 황실의 국제유가 그래프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 4분기부터 본격화된 고물가 현상은 전방위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주물공업협동조합은 대기업에 대한 납품중단을 선언했고, 레미콘조합은 "레미콘가격을 올려주지 않으면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상승 압력을 더 이상 소화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3일 납품업체의 빗발치는 요구에 못 이겨 납품단가를 20% 인상해 주는 긴급 조치를 취했다. 산업현장의 일련의 움직임은 식료품 가격 연쇄 인상에 이어 공산품 가격도 가격 인상 러시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물가 상승은 근로자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져 기업들에게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물가상승을 이유로 올해 임금을 각각 9.1%, 8.0%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장률 저하로 이어지나
문제는 신3고 현상은 모두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 변수라는 점이다. 정부나 기업 입장에선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다. 글로벌 경제 차원의 구조적 현상이어서 장기추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국내외 경제 예측 기관들이 잇따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도 이런 한계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내수 진작, 기업 투자 유인 정책을 적극 추진해 성장률을 올리는 식으로 정면 돌파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