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베이커리 시작했다 실패 美서 기계 들여와 재도전
'재료 최소화' 원칙 지켜 전국 60여 곳에 베이글 납품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패기, 집념으로 희망찬 성공 신화를 만들어내는 기업인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습니다. 산업계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희망 기업인'들의 성공 스토리를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15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1층의 스낵가. 10㎡(3평) 남짓한 공간에서 3명의 종업원이 반죽 상태의 '베이글'을 끓는 물에 담갔다 오븐에 옮겨 굽고 있었다. 옆에는 환갑을 넘긴 희끗한 머리의 남성이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매장 사장인 조동완(64·사진)씨이다. 그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대표이사까지 지낸 엔지니어 출신이다. 안락한 노후를 꾸려갈 수 있던 그가 어느 날 백화점 스낵가에서 '고메베이글'이라는 점포로 인생 2막 도전장을 낸 것이다.
"해외 출장 길에 뉴욕을 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베이글을 먹었어요.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자유로워보이는 뉴요커들이 아침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먹는 베이글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어요. 언젠가는 저도 직접 베이글을 굽고 커피를 내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카페를 차려보겠다는 꿈을 꾸었죠."
조씨는 연세대(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관(현 삼성SDI) 전무, 한솔전자(현 한솔LCD)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냈다. 삼성전관에서 일할 때는 국제품질규격인'ISO 9001'인증을 국내전자업계 최초로 받아내기도 했다.
"현역 은퇴 후 집 근처 분당에서 '베이글 가게를 하면 좋겠다' 싶은 상가 자리를 발견하고, 2004년 베이커리 전문 카페를 시작했어요."
결과는 실패. 전문지식 없이 열정만으로 시작한 이 베이커리 가게는 맛이 기대에 못 미쳤고, 소비자들의 호응도 별로였다. 그래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제대로 뉴욕 베이글 맛을 내보자'는 오기가 발동했어요. 그래서 미국 본토에서 기계를 수입해와서 다시 시작했죠."
2007년 죽전에 공장과 베이글 매장을 차리고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사업 신조는 공학도답게 '원칙에 충실하자.' 조 사장은 원하는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밤을 공장에서 꼬박 새웠다.
"시장조사를 해 본 국내 대부분의 베이글 가게는 '자기만의 맛을 내서 차별화하겠다'는 의욕에 넘쳤어요.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레시피 외에 여러 재료로 다양한 맛을 냈고 자연스럽게 베이글 본연의 맛과는 멀어지게 됐죠."
조 사장은 '재료 최소화'에 역점을 뒀다. '플레인 베이글'의 경우 우유·계란·버터는 물론, 기타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주 적은 양의 설탕과 소금만을 사용한다. 단골 손님도 많이 생겼고, 특히 외국인 원어민 강사들로부터 "이 맛이 정말 베이글 맛"이라는 평도 받았다.
"점점 소문이 나 지금은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60여 개 카페에 베이글 반죽 등을 납품하고 있어요. 베이글 반죽을 만드는 공장도 내년에는 확대할 계획입니다."
품질과 맛에 자신을 갖게 된 조 사장은 국내외 고급 먹을거리들이 즐비한 백화점에 문을 두드렸다. 작년 10월부터 여러 백화점에 정식 입점이 아닌 장단기 행사로 팔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지난 12일 현대백화점에 정식 매장을 열게 됐다. 이 백화점의 이경환 바이어는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강남 주부들도 맛을 보고 놀랄 정도"라며 "이익이나 꾸밈보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품질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인기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저는 원래 제 방식대로 사는 사람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가족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멋있다'고 많은 용기를 줬어요."
조 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원칙을 지키는 것을 소홀히 하는데, 원칙을 잘 지켜 열심히만 하면 안 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래선지 그의 작은 백화점 매장에서는 하루 평균 1000여 개의 베이글이 팔려나간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