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전 세계 98% 컴퓨터에 '플래시' 설치
열정적 한국, 어도비의 '테스트베드'

미국의 NBC 방송국은 9월부터 시작된 올 시즌 북미풋볼리그(NFL) 전 경기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HD(고화질) 영상으로 경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은 기본이고, 인터넷의 양방향성을 살려서 사용자가 방송카메라 각도를 조절해 원하는 곳을 보거나 선수들의 각종 데이터를 찾아주는 첨단 기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과거에는 개별 웹사이트마다 제공하는 전용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서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 전 세계 대부분의 컴퓨터에는 이러한 기능을 제공하는 '플래시'라는 프로그램이 이미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 샨타누 나라옌 CEO가 9월 이동통신전시회 CTIA에서 모바일인터넷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어도비 제공
Digital BIZ는 지난달 30일 미국 산호세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시스템즈를 방문했다. 어도비는 문서 표준화 형식인 'PDF'와 사진을 꾸미는 '포토샵' 프로그램을 개발한 업체로 유명하다. 하지만 2005년 인터넷 멀티미디어 솔루션 '플래시'를 개발한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하면서 콘텐츠 생산에서 배급까지 전 단계를 지원하는 유일한 업체가 됐다.

어도비가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이 된 매크로미디어 인수는 당시 COO(최고운영책임자)였던 샨타누 나라옌(Narayen)씨가 주도했다. 올해 44세인 그는 인도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와 성공한 보기 드문 경우다. 그는 어도비 입사 10년 만인 지난해 12월 마침내 CEO(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며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에게 어도비와 그 자신의 성공전략을 물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어도비는 어떤 영향을 받고 있나.
"어도비는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매우 좋은 회사다. 하지만 전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에 빠져있기 때문에 어도비 역시 비용과 인원을 신중하게 관리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필요한 분야에는 아낌없이 투자를 진행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위기는 기술력 있는 작은 업체들을 인수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2001년 닷컴 거품이 붕괴됐을 때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했고 그 결과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강한 회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더 강해져서 나오게 마련이다."

―어도비의 강점은 무엇인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정상의 자리에 있을 때 스윙폼을 바꾼 것처럼 어도비는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사업 초기인 1980년대 디지털 폰트(글씨체)와 출판 솔루션으로만 연간 5억달러(6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장은 먹고살 만했지만 그래픽 프로그램인 일러스트레이터·포토샵과 문서 표준화 솔루션인 아크로뱃 등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1990년대 말 10억달러의 매출을 돌파했다. 출시하는 제품마다 시장의 주류가 됐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인터넷 공간에서 동적인 멀티미디어 환경을 만들어주는 플래시를 앞세워 시장을 확대해나갔다. 20억달러 돌파에는 6년이 걸렸고, 매출이 30억달러까지 올라가는 데에 필요한 추가 시간은 2년에 불과했다."

―인터넷 환경에서 어도비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중심 제품인 플래시는 인터넷에 연결된 전 세계 98%의 컴퓨터에 설치돼 있다. 인터넷 사이트 순위인 '알렉사100'에 등록된 웹사이트 85%가 플래시로 만들어졌다.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포함해 인터넷 공간에서 재생되는 영상의 80%가 플래시 파일 형태로 돼 있다. 영국의 BBC는 플래시를 활용한 방송 다시 보기 서비스를 시작하고 웹사이트 방문객이 8배나 늘었다. 지난 7월 디즈니가 진행한 체험 프로그램 '캠프록'은 플래시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는데, 무려 1억8700만건이나 재생됐다. 사실상 플래시는 현재 인터넷 환경에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재생하는 가장 안정적인 솔루션이다."

―인터넷 공간은 평정한 셈이다. 그 다음은 어디인가.
"당연히 모바일시장이다. 휴대폰과 같은 개인 휴대 단말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단순한 글자와 그림 기반의 서비스를 벗어나 인터넷 공간에서와 비슷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중국이나 인도에서는 인터넷을 컴퓨터가 아닌 휴대폰에서 처음 접하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있다. 그만큼 큰 시장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주요 휴대폰 업체들이 플래시의 모바일 버전인 '플래시 라이트'를 속속 채택하고 있어 내년 1분기까지는 10억대 이상의 모바일 기기에 플래시 기술이 장착될 것으로 기대한다."

―어도비에 한국시장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어도비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인다. 한국 역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매출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역동적이고 열정으로 가득 찬 한국이 어도비 기술의 테스트베드(test bed)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플래시의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가장 빨리 이를 적용하고 응용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나라다. 올해 어도비 글로벌 디자인 콘테스트 수상자 13명 중 3명이 한국 학생이었을 정도다."

―인도에서 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와 성공한 흔치 않은 경우다.
"미국적인 환경에 많이 노출된 가정에서 자란 것이 행운이었다. 아버지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과 중동을 오가며 사업을 하셨고 어머니는 미국문학 교수였다. 어려서부터 미국 문화나 문학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다른 이민자들보다 조금 쉽게 적응한 것 같다. 실리콘밸리의 고학력, 다민족 문화도 큰 도움이 됐다. 내가 만난 동료들은 모두 다른 문화와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온 사람일지라도 능력만 있으면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물론 본인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미국에서 자신의 경력을 키우려는 한국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간혹 상황에 맞추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하려면 항상 당신 자신이 되어야 한다.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달성하고 싶은지를 확실히 정해서 이에 매진해야 한다."

→어도비시스템즈(Adobe Systems)
1982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과 문서 표준 포맷인 'PDF' 등 내놓는 솔루션마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최근 6년 동안 매년 두 자리수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2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05년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인터넷 멀티미디어 솔루션 '플래시'를 기반으로 웹 공간에서 콘텐츠의 생산과 배급까지 전 단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샨타누 나라옌(Shantanu Narayen)
인도 오스마니아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애플 근무 시절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면서 1993년 UC버클리 하스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땄다. 1998년 어도비에 엔지니어링 부서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된 지 2년 만에 전 세계 제품 개발·마케팅 총괄 선임 부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2005년 34억달러 규모의 매크로미디어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회사 내 입지를 강화했고 지난해 12월 CEO에 선임됐다.

Posted by Takumi

2008/11/07 09:24 2008/11/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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