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크림' 20개씩 구매
인근 호텔·백화점까지 매출 급상승 '즐거운 비명'
- ▲ 일본인들, 한국 화장품‘싹쓸이’ 25일 낮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은‘불 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손님으로 붐볐다. 매장 관계자는“고객의 80% 이 상이 일본인 관광객”이라고 말했다.
"곤니치와. 도조, 고지유니 고랑구다사이(안녕하세요. 자유롭게 구경하세요)."
2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앞. 점원이 마이크를 잡고 유창한 일본어로 매장 안내를 하고 있었다. 매장 곳곳에는 일본어로 된 커다란 제품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이곳이 명동의 화장품 매장인지, 일본 도쿄의 화장품 매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온 나라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불황의 몸살을 앓고 있지만, 서울 명동은 예외였다. 이날 한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일본인 시미즈 다쿠야(40)씨는 꼬깃꼬깃 접힌 종이를 들고 열심히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바쁜 출장 길에 짬을 내 화장품 매장을 찾았다는 그는 "아내가 꼭 사오라고 신신당부를 했기 때문에 사 갖고 가지 않으면 집에 못 들어간다"며 웃었다. 더페이스샵 명동 매장의 한 점원은 "평일에도 오후만 되면 일본 관광객이 줄을 서서 계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루 평균 일본인 관광객이 800~900명 정도는 방문한다"고 말했다.
◆"한국화장품, 아내가 꼭 사오래요"
에뛰드하우스, 더페이스샵, 잇츠스킨, 미샤 등 서울 명동에 있는 화장품 매장들은 엔화의 급등으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일본인 관광객이 100엔을 환전하면 800원 정도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1300~1500원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뛰드하우스 명동 1호점은 올 상반기에는 월 평균 2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 9월에는 3억원, 10월에는 3억9000만원으로 매출이 껑충 뛰었다. 에뛰드하우스 영업팀 김찬수 대리는 "명동 4호점의 경우, 고객 90% 이상이 일본인을 포함한 외국인 고객이어서 일본어가 가능한 직원들만 투입하고 있다"며 "일본인 관광객 대부분이 개당 1만원 정도 하는 비비크림을 10~20개씩 무더기로 구매해 간다"고 말했다.
66㎡(20평) 남짓한 더페이스샵 명동 2호점은 지난 10월에만 8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정확한 매출액은 공개할 수 없지만 명동 지역에 있는 2개 매장의 10월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3배 정도 뛰었다"며 "11월 매출은 10월보다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회사들이 일본인들에게 인기있는 연예인 배용준, 에릭 등을 화장품 모델로 기용하면서 일본에서도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상종가"라고 말했다. 특히 메이크업 제품의 일종인 '비비크림'은 일본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자신의 책을 통해 피부 잡티를 감추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일본 여성에게 해외 관광시 꼭 구입해야 할 품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루이비통가방, 日보다 50만원 싸
명동 상권은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롯데면세점 등 다양한 쇼핑몰이 있고 관광책자에 소개된 음식점도 많아 일본인들에게 전통적으로 인기가 좋은 지역이다. 세종호텔, 로얄호텔 등 중저가 호텔이 주변지역에 있는 것도 또 다른 강점이다.
명품도 엔고 특수를 누리고 있다. 명동 근처에 있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관은 이달 들어 24일까지 명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나 늘었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명품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며 "한국에서는 루이비통 명품 가방이 일본보다 50만원 이상 싸다"고 말했다.
김·김치 등 식품류를 사는 일본인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11월 들어 김은 45%, 김치는 25% 매출이 늘어났다. 이 백화점은 급증하는 일본 고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일본어 전문 통역사를 지하 1층 안내데스크에 상주시키고 있다. 롯데백화점 이원준 상품본부장은 "최근 들어 엔고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주말 식품매장은 일본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명동 주변 식당가 역시 엔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우 숯불갈비점 '노사봉가 아리랑'의 이연주 지배인은 "최근 들어 일본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 저녁마다 130석 이상 되는 자리가 가득 찬다"고 말했다. 명동 한복판에서 분식 노점상을 하는 김모(31)씨도 "하루 종일 여기 있다 보면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며 "요즘은 일본 관광객들 덕분에 매출이 20%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