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객 타깃 마케팅… 서비스는 기본, 전통문화 체험관 만들었죠"
인천국제공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승객들이 알아보기 힘든 부서 이름이 바뀌었고 '쓸 사람이 채용하고 키운다'는 직위공모제가 도입됐다. 사장이 본부장을 임명하면, 본부장이 처장, 처장이 팀장, 팀장이 팀원을 임명하는 식이다. 공정성 시비가 일면 해당자의 인사권이 즉각 박탈된다.

팀별로 특정한 고객을 공략하는 '타깃 마케팅'도 도입됐다. 일례로 올해 항공영업팀에게 내려진 목표는 '일본과 중국 여객 유치'였다. 이 팀은 일반 승객과 달리 환승객(換乘客)에 주목했다. 그 결과 1분기 환승객 수가 132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나 늘었다.

사실 인천공항의 최대 장점은 세계 169개 도시를 잇는 다양한 노선에 있었다. 중국 중소 도시에서 베이징 공항을 거쳐 미국으로 가면 평균 23시간이 걸린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면 18시간으로 단축된다. 일본이나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갈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환승객을 사로잡는 데 인천공항의 매출을 올릴 열쇠가 있었던 것이다. 환승객에 주목하자 승객들이 대기하는 시간만큼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 시설이 개선됐다. 마사지, 인터넷카페, 샤워실도 증설됐다. 한국의 전통공예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전통문화 체험관도 만들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이채욱(李采郁·63) 사장이 있다. 공채(公採) 출신인 그는 197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해외사업본부장까지 지냈다. 1989년에는 GE코리아로 옮겨 사장, 회장을 지냈다. 그는 보수가 낮은 공기업으로 옮긴 이유를 묻자 '체질 개선'이라는 말을 꺼냈다.

"보수는 지갑으로 받지요. 가슴과 머리로 받는 보수도 있는데 세 가지를 종합해야 진정한 보수(報酬)가 됩니다. 공항은 국가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설입니다. 공항 발전을 이끌며 국가경쟁력과 브랜드 파워 향상을 도모하는 것은 돈이 줄 수 없는 매력이지요."

이 시장은 환승객 수와 관련된 보고를 받던 중 홍콩 첵랍콕 공항 이용객이 1인당 공항에서 2만8000원, 인천공항 이용객들이 3만5000원 정도를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석에서 "당장 이용객들이 1만원을 더 쓰도록 마케팅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로 인해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인천공항은 연간 공항 이용객 3000만명을 넘어섰다.

그는 인천공항공사를 맡은 뒤 라이벌을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 세 곳으로 잡았다고 했다. 이 쟁쟁한 3대 공항을 제치고 4년 연속 '세계 1위 공항' 자리를 지킨 비결을 묻자 '한국인의 혼(魂)'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얼마 전 두바이, 홍콩, 싱가포르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이들 공항의 규모는 인천공항보다 컸습니다. 그렇지만 그 공항들에는 편리성만 있었지 혼이 없더군요. 일례로 두바이 공항의 제3터미널 비즈니스클래스 라운지의 좌석은 1200석입니다. 우리는 그보다 적지만 문화, 예술성을 가미했습니다."

그는 출입국심사와 세관도 공항에서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라고 했다. 그래서 내국인은 출국 신고서를 폐지하고 단체 관광객들에게는 절차를 줄였다. 그 결과 인천공항의 출입국 시간은 17분과 13분으로 단축됐다. 국제기준인 60분과 45분보다 훨씬 짧아진 것이다.

수출입 통관도 기존에는 2~3일이 걸렸지만 요즘은 하루로 단축해 신속한 물류수송이 가능해졌다. 이 사장은 "우리나라 출입국 인원의 80%가 왕래하는 인천공항은 국내 총 무역액의 22%를 차지한다"며 "공항의 자유무역지대 강화를 위해 공항물류단지 92만㎡를 조기 개발해 중국에 있는 한국 투자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생산된 삼성전자 휴대폰을 배로 들여와 인천공항을 통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식인데, 휴대폰 1만8000t은 물동량은 미미하지만 금액으로 환산하면 7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취임한 지 불과 7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발상의 전환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그 결과 인천공항은 올 3월 국제공항협의회(ACI) 선정 2008년도 공항서비스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5년부터 4년 연속이다.

Posted by Takumi

2009/04/19 11:06 2009/04/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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