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상반기에 EU, 3분기엔 인도와 FTA협상 타결
美, 민주당 집권해도 한·미FTA 비준해줄 것"

몇 년째 중단된 한·일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조기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쪽이 직·간접적으로 '러브 콜'을 보내오며 적극적이고, 다음 달로 예상되는 한·일 정상회담 때 협상 재개 선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FTA 협상을 총지휘하는 김종훈(金宗壎·56) 통상교섭본부장은 의외로 신중한 모습이었다.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가 또 결렬되면 한·일 관계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는 "올해 FTA 이슈는 상반기 중 유럽연합(EU)·인도와 협상을 타결하고, 연내 미국과의 FTA 비준을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일본과의 협상 재개는 후순위로 밀려있다는 의미였다. 한편으로는 협상 전문가답게 "(일본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며 간접적으로 일본을 압박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의 장관급 인사 중 새 정부에서도 유일하게 유임된 김 본부장이 지난 25일 외교통상부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FTA 다변화와 자원외교를 통한 경제살리기가 새 정부 통상정책의 최대 목표"라고 밝혔다.

―일본은 한국과 FTA 협상 재개에 의욕을 보이는 느낌인데.

"일본이 열의를 보이고는 있지만 일본 측의 준비 정도를 가늠하기에는 좀 더 관찰이 필요하다.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았다가 한번 더 돌아서면 정말 어려워진다. 그래서 신중한 자세로 협상재개를 위한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일본은 FTA 협상 중단을 한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런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가설이긴 하지만 일본이 약속대로 농산물 개방 폭을 90% 이상으로 했으면 지금쯤 협상이 잘됐을 거다."

김 본부장은 자신이 국장이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의 비관세 장벽과 무역역조(逆調)가 여전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래서 무역적자 주요 원인인 부품소재 수입선을 일본에서 EU(유럽연합) 쪽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이 FTA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면 이 문제에서 납득할만한 대안을 내놓으라는 압박으로 해석됐다. 또 우리가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 FTA를 먼저 체결한 만큼 FTA 전략에서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도 묻어났다.

―올해 중국과 FTA 협상 개시 가능성은 있는가?

"시작에 앞서 서로 민감 품목이 무엇인지,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지, 민감품목이 너무 커 FTA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얘기하고 시작하면 생산적인 협상이 될 수 있다. 산·학·관(産學官) 공동연구 결과를 보겠다."

▲ 김종훈 본부장은 자신이 유임된 이유에 대해“벌여 놓은 일(FTA)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25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실에서


그는 중국과의 FTA 협상은 새 정부 주요 통상과제라고 언급해 임기 내 협상을 타결짓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한·인도 FTA는 9차까지 협상이 진행됐지만 관심이 낮다

"거대한 인도 시장은 신천지(新天地)다. 먼저 들어가 선점하면 철강·자동차·가전 부문에서 큰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이란 게 한편에서 서두르면 상대편이 느긋해지는 특성이 있다. 양측이 노력해서 늦어도 올 3분기쯤 협상을 끝낼 생각이다."

―한·미FTA 비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예전보다 높아졌다.

"통상(通商) 이슈는 정치 일정과 묶이면 비인기 종목이 된다. 그래서 통상 관련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먼저 총선이나 대선이 있는 나라가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 정치 일정이 있으면 통상 이슈 해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

그는 한·미FTA 국회 비준과 관련해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내용을 따져본 17대 국회가 임기인 5월 말까지 처리하는 게 정치 순리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의회 비준이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그렇지도 않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도 협상은 공화당 부시 정권이 했지만, 비준은 민주당(클린턴 대통령)이 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후보 때는 굉장히 반대했었다. 민주당도 미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교역의 확대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한·미FTA 협상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체결됐다는 지적도 있다.

"사람들은 우리 입맛에 맞는 것만 받기를 바라지만 협상이라는 게 단것만 가져올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100% 여론 지지를 받는다는 건 참 어렵다."

―FTA 협상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문제가 쟁점이 된다.

"한·미FTA 협상 때도 핵문제 해결이 첫 번째 전제조건이었다. 지금도 대전제는 변하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탄소를 적게 쓴 친환경 제품을 보다 비싸게 팔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최근 WTO(국제무역기구) 내 일부 의견을 소개하며 한국 경제도 저(低)탄소 경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만약 한·미 FTA 비준안이 부결되면 어떻게 될까"하고 물어 보았다.

잠시 심각한 얼굴 표정을 짓던 그는 이내 웃으며 "그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한·미 관계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 시나리오는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종훈은

김종훈(56) 통상교섭본부장은 직선적이고 거침없는 스타일로 작년 한미FTA 우리 측 수석대표 당시 '검투사', '터프 니고시에이터(거친 협상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협상 상대였던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에게 "우리는 전생(前生)에 남을 죽여야 내가 사는 글래디에이터(검투사)였다"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1998년 스위스 제네바 공사 시절 "산 너머 무엇이 있을지가 궁금"해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했다. 카이트보딩(바다·강에서 연을 매단 보드를 타는 것) 등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이기도하다.

한미FTA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아 작년 8월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승진했다. 1974년 8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30년 넘게 통상전문가로 활약해왔다.

Posted by Takumi

2008/03/31 08:54 2008/03/3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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