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전자업체 캐논 순이익 전망 23% 낮춰
日정부, 공적자금 한도 10조엔으로 증액 추진

일본 경제가 한국과 정반대 위기를 맞았다. 급속히 진행되는 '엔고(円高·일본 통화인 엔화 가치 급상승)'가 주식시장과 실물경제를 동시에 강타하는 양상이다. 일본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등 긴급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통화 가치는 시장 수급과 더불어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한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직격탄만 피했을 뿐, 일본 경제 역시 올해와 내년 마이너스 성장을 내다볼 정도로 안 좋다. 일본의 경우 펀더멘털은 안 좋은데 외환시장 혼란으로 통화 가치만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엔고→기업 실적 악화→주가 폭락→금융회사 불안'의 악순환이 증폭되는 것이다.

▲ 일본 도쿄 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이 27일 엔₩달러 환율 93.27엔을 기록하고 있는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4일 환율이 13년 만에 90.87엔까지 떨어지는 등 최근 엔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일본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왜 엔고인가

세계 외환시장의 수급 요인 탓이다. 직접적으론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의 제로금리를 이용해 세계로 풀려나간 일본 자금이 일본으로 역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금리가 싼 엔화 자금을 빌려서 달러로 바꾼 뒤 투자 수익률이 높은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보통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로 불린다. JP모간체이스은행은 이 자금을 40조엔 규모로 추정했다.

금융위기로 신흥시장 주가가 폭락하자 자금이 회수되면서 신흥시장 통화→달러→엔화 순서로 환전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원화 대비 달러 가치는 급등하는데, 엔화 대비 달러 가치는 급락하는 현상의 근본 원인은 여기에 있다. 국제 투자 자금의 기본 흐름이 180도 변하자 '엔 캐리 트레이드'와 관련 없는 자금까지 달러에서 엔화로 전환되는 레이스가 펼쳐지면서 과도한 엔고가 발생하고 있다.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선 엔·달러 환율이 한때 91엔대까지 미끄러졌다. G7(주요 선진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가 이날 과도한 엔고 현상을 우려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놀란 도쿄 주식시장에선 닛케이평균이 26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날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캐논이 올해 순이익 전망을 23% 하향 조정한 것처럼 엔고 현상이 일본 실물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10조엔 마련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이날 긴급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엔고 현상으로 인한 증시의 급락세가 마지막 방어선인 금융회사의 기반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일본의 대형 금융회사인 미쓰비시UFJ와 미즈호의 증자(增資) 추진 보도가 일본 증시에 대형 악재로 작용한 것도 대형은행까지 주가 하락으로 증자를 해야 할 만큼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탓이다. 일본 다이와(大和)총연은 지난 24일 현재 일본의 6대 금융그룹이 입고 있는 보유주식 평가손실이 1조1000억엔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보유주식의 평가손실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을 갉아먹는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안정화 대책에서 금융회사에 투입하는 공적자금 한도를 10조엔으로 확충할 방침이다. 주가 하락으로 금융회사가 자기자본을 까먹어도 언제든 보충할 수 있다는 공적 방어 장치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행 4% 이상으로 규정된 총자본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 규정을 재검토하는 것 역시 제도를 바꿔서라도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표 참조

하지만 현재 검토되는 대책은 금융회사 부실을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 미지수다. 실제로 이날 아침 일본 언론을 통해 대책 내용이 대부분 공개됐음에도 도쿄 증시는 급락했다. 혼란의 근본 원인인 엔고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 대비 가치가 급등하는 통화는 엔화뿐이라, 미국·유럽 등 다른 나라와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특효약'도 쉽게 동원하기 힘든 상황이다.

Posted by Takumi

2008/10/28 09:00 2008/10/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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