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지사가 만든 제품, 본사로 逆수출 사례 늘어
"한국 소비자들 까다롭기로 유명"
글로벌 기업의 '아이디어 창구'로
마케팅·인사 관리도 벤치마킹
글로벌기업 맥도날드 햄버거에 사용되는 빵의 세계적인 '표준'은 어느 나라가 만들까?답은, 본사가 있는 미국이 아닌 '한국'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맛"을 강조하는 맥도날드는 똑같은 조리법으로 각 지역 협력 베이커리 공장에서 햄버거 빵을 만든다. 이중 한국맥도날드의 협력업체 KFSC베이커리에서 만드는 빵을 맥도날드의 표본 제품(Target Product)으로 선정, 전 세계 119개국 맥도널드 햄버거 빵의 품질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KFSC베이커리가 공장 생산라인에 실시간으로 빵의 성분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설치해 일정한 맛을 유지하자 본사가 높이 평가, 이를 다른 나라에도 보급한 것.
이와 같이 글로벌 기업 속에서, 규모는 작지만 매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한국 지사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 한국 지사에서 개발된 제품과 각종 서비스, 인사 시스템 등이 글로벌 본사에 '역(逆)수출'되는 사례가 늘어 나고 있는 것이다.
◆똘똘한 한국 소비자들의 의견, 들어라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시장의 소비자들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아이디어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필립스전자 김태영 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며 "한국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소비자의 의견 개진이 활발하고 고객들의 기대수준이 높아 헬스케어, 조명,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전 사업부문에 걸쳐 본사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 필립스가 주부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콩국수, 두유 등을 만들기에 적합하도록 거름망 액세서리를 단 '미니 믹서기'는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로 진출했다.
한국지사에서 '재개발'돼 현재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3M의 스탠드 파인룩스(Finelux)도 한국 소비자들의 머릿 속에서 나왔다.
2003년 대만 3M에서 개발돼 한국에 처음 들어온 이 제품은 한밤중까지 공부하느라 '스탠드를 끼고 사는' 한국 학생들의 특성에 따라 새롭게 태어났다. 1만명의 설문조사, 150여개의 샘플테스트 등 소비자 조사에만 1년 6개월가량을 투자해 연령별로 골라서 쓸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눈부심 현상을 획기적으로 없앴다. 5년 만에 매출액이 6500% 상승, 국내 스탠드 시장 1위 제품으로 올라서면서 이 제품은 현재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중화권을 비롯해 세계 1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국 3M의 심운식 본부장은 "현재 수출 대상국가에 따라 전압과 각 시장 소비자 욕구와 컬러 트렌드에 맞는 수백 종류의 샘플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 ▲ 한국 3M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스탠드(왼쪽), 필립스 미니 믹서기(오른쪽).
한국 지사에서 글로벌 무대로 뻗어 나가는 것은 제품들뿐 만이 아니다. 한국 지사의 인사관리시스템이나 마케팅 기법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글로벌 제약기업 머크의 한국법인인 한국MSD는 다양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본사로 '수출'한다. 한국MSD는 단지 우수한 인재를 뽑는 데 그치지 않고, 잠재력을 지닌 인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두는 3단계 '패스트 인재개발 구조(Fast Development Framework)'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체 직원수의 5%에 해당하는 핵심인재를 선발, 3단계에 걸쳐 리더로 키우는 인재개발시스템은 아태지역 본사로 수출, 전(全) 아태지역의 핵심인재 육성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 ▲ 피자헛의 영양정보 표시제
이는 본사로부터 "소비자의 이해를 획기적으로 돕는다"는 평가를 받아 미국뿐 아니라 영국 등의 유럽 시장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피자헛 디 헤들리(Dee Hadley) 마케팅총책임자(CMO)는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웰빙 영향으로 한국소비자들의 입맛과 영양정보에 대한 민감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따라서 세계적으로 '한국에서 성공하면 어디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