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업체들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
8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익 기록을 경신해온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사상 첫 영업손실을 발표, 세계 자동차업계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최근 두 달 새 2차례나 실적 전망을 크게 낮추고 영업손실까지 기록한 것을 감안할 때, 다른 업체들이 겪을 고통의 강도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도 잇달아 대규모 손실을 공개하거나 내년도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레디스위스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엔도 고지는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돈을 잃기 시작했다"며 "내년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고 2년 연속 실적 악화로 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불황으로 미국 자동차 빅3는 물론, 위기 대처 능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할 것으로 예상됐던 일본·한국·유럽의 주력 업체들까지 생사(生死)의 갈림길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 ▲ 지난 2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도요타 판매대리점 주차장에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도요타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세계에 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는 사상 처음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日 언론, "도요타 신화가 무너졌다"
도요타는 지난 22일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1500억엔(약 2조25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업적자는 도요타가 결산 결과를 공표하기 시작한 1941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2조2703억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도요타는 올해 적자로 반전됐고, 불과 1년 만에 2조4000억엔(약 3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사라지게 됐다.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매출액(30조4900억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고스란히 날린 셈이다.
도요타는 또 올해 판매목표를 작년(890만대)보다 15% 적은 754만대로 낮춰 잡았다. 특히 북미시장 판매는 217만 대로 지난해(296만대)보다 80만대나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은 이번 실적 악화에 책임을 지고 퇴진하며, 도요타 창업자 가문의 4세인 도요다 아키오(52) 부사장이 내년 4월부터 와타나베 사장의 후임을 맡을 예정이다. 일본 언론은 "도요타 성장 신화가 무너졌다"며 "도요타가 창업가문의 사장을 내세워 위기 돌파를 시도한다"고 지적했다.
도요타 창업가문 출신이 사장을 맡는 것은 1995년 8월 퇴임한 도요다 다쓰로(79)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아키오 부사장은 도요다 쇼이치로 현 명예회장(82)의 장남이다.
지난주 도요타 본사와 주력 공장이 모여 있는 일본 나고야현 도요타시에 다녀온 한 부품업체 임원은 "작년 같으면 연말 송년회 모임 등으로 도요타 시내가 시끄러웠을 텐데, 저녁 시간에도 사람이 적어 유령 도시 같았다"며 "도요타 본사는 물론 1·2차 협력업체들마다 감원·구조조정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성장전략, 판매 급감에 좌초
당초 도요타는 올해 1000만대 판매를 달성하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회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위해 도요타는 미국 등 전 세계에 생산설비를 늘렸으나 장밋빛 계획은 송두리째 무너지게 됐다. 와타나베 사장은 지난 22일 "글로벌 경기 후퇴의 속도·깊이·범위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며, 바닥이 어딘지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대 악재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판매 급감이었다. 가장 수익성이 높았던 북미시장에서 지난 2분기부터 영업적자로 돌아섰고, 지난달 미국 판매는 작년 같은 달보다 34%나 줄었다.
선진국 경제 악화로 선진국에 의존하던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자동차시장 성장세도 크게 위축됐다. 내년도 일본 내수는 1978년 후 처음 연간 판매가 500만대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엔고 현상도 큰 부담이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달러화 대비 엔화가 1엔 떨어질 때마다 400억엔(6000억원), 유로화 대비 엔화가 1엔 떨어질 때마다 60억엔(900억원)씩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산·감원·투자 동결
도요타는 설비투자 계획을 동결하고 비정규직 해고와 감산을 확대하는 등 '위기경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화장실의 손 건조기 사용을 중지하는 등 사소한 것까지 비용절감에 나섰다. 미국 미시시피 공장 등을 포함한 설비투자를 동결했고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30% 줄여 1조엔(15조원) 아래로 낮출 방침이다. 또 75개 공장에서 교대근무를 없애고 임원들에게 연말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장 파견직 6000명 가운데 최소 3000명을 줄일 예정이다. 와타나베 사장은 "단기적으로 전체 비용을 10% 줄이는 게 목표"라며 "대대적인 구조조정·비용절감을 통해 위기를 헤쳐 가겠다"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