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편중 탈피 러시아·동유럽으로 다변화
선박·반도체 등 세계 톱수준 기술력도 한몫

수출기업들이 환율 하락에 내성(耐性)이 생긴 걸까? 아니면 속으로 골병 들고 있는 걸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연일 떨어지며 1달러당 910선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수출은 아랑곳하지 않고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6월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9% 증가한 323억9000만 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경제학 교과서는 환율이 떨어지면(원화 강세)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돼 수출 감소를 유발한다고 가르치지만, 우리 현실은 정반대다. 달러와 비교한 원화 가치는 2004년 이후 현재까지 29% 절상(원화 강세)됐다. 하지만 수출은 줄기는커녕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도 14.7% 늘어났다.

환율 악재(惡材)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선전(善戰)하는 이유는 뭘까?

①수출지역 다변화

가장 큰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에 나서면서 한국의 수출 주력 시장이 선진국 일변도에서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 확대됐다는 데 있다. 2000년만 해도 미국·일본·EU 등 선진국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51%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36%로 떨어졌다. 반면 개발도상국 비중은 49%에서 64%로 높아졌다.

이처럼 수출 시장이 다변화될수록 환율의 영향을 덜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오상봉 산업연구원장은 “선진국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서 환율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바로 수출 감소로 이어지지만, 개도국 시장은 수입 수요가 많아 상대적으로 환율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동유럽과 러시아 등 산유국의 넘쳐 나는 오일머니가 우리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올 1~5월 중 한국의 대(對) 산유국 수출은 전년 대비 39%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7.3%)이 대(對) 일본 수출(5.9%)을 넘어섰다.

②수출 주력 업종의 기술 경쟁력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이 가격보다 품질로 승부를 보는 업종으로 바뀐 것도 한몫 한다. 한국은행 김재천 조사국장은 “우리나라 6대 주력 수출업종(선박·철강·기계·석유화학·반도체·자동차)의 경우 세계 톱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어 환율 변동에 의한 수출품 가격 변동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6대 수출업종의 경우 선박 수출이 올 상반기에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6% 증가했으며, 철강(30%), 일반기계(21.4%), 석유화학(21.7%), 반도체(12.3%), 자동차(12.0%) 등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일본 부품 의존도가 높은 전기전자·자동차업종의 경우 엔화와 비교한 원화가치 상승이 오히려 원가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③버팀목 역할 하는 해외생산기지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해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36%에 달한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해외 생산기지를 늘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지 생산공장은 많은 부품을 국내에서 수입해 쓰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 자동차부품 수출액이 61억 달러로 완성차 수출액(184억 달러)의 3분의 1에 이른다. 특히 자동차부품의 수출 증가율(18.3%)이 완성차(12.0%)보다 오히려 더 높다.

오상봉 산업연구원장은 “요즘 수출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법인으로 내보내는 ‘기업 내 무역’이 많아 환율 변동으로 제품 가격이 올라가도 공급선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란 비판도

그러나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몇몇 대기업들이 잘나가는 덕분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무역연구소 신승관 박사는 “정부 통계는 수만 개의 수출기업 중 그나마 잘나가는 수천 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중소 수출업체들은 속으로 골병이 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출 물량만 늘었을 뿐 실속은 없어 외화내빈(外華內貧)이란 지적도 있다. 2000년 이후 2006년까지 국내 수출품의 수출단가는 6.2% 하락한 반면 수출물량은 2배 이상 늘었다. 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수출 형태가 ‘박리다매(薄利多賣)’형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한다.

국내 수출기업의 영업이익률도 매년 떨어지고 있다. 수출기업 영업이익률은 2004년 8.2%로 내수기업(7.0%)보다 높았으나, 올 1분기 중에는 수출기업 영업이익률이 5.7%로 떨어져 내수기업(7.9%)에 훨씬 뒤처진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것은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값을 못 올리고 파는 출혈 수출을 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한국기업 경쟁력의 재점검’ 보고서를 통해 “2005년과 2006년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각각 12%, 7% 하락한 것이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의 영업수지를 23조7000억원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Posted by Takumi

2007/07/05 11:02 2007/07/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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