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는 정상화 조짐 보인다" 12곳
"공격적으로 M&A 나설 수 있다" 12곳
경제 일선에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내년도 국내외 경제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비관적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는 본지가 25일 20대 그룹 전략담당 고위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경영계획에 관한 긴급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대부분 대기업들은 현금 사정에 아직 여유가 있어 투자와 신규 채용 등 전반적인 경영 기조는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 2010년 후에나 회복"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에 대해서는 '1%대'(9곳·45%)와 '2%대'(9곳·45%)를 예상한 응답이 비슷했다. 그러나 '1% 미만'을 점친 2개 그룹을 합치면 1%대 또는 그 이하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55%(11곳)에 달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기업은 없었다.
세계 경제의 회복시기에 대해서는 절반(10곳·50%)이 2010년 후라고 답했다. 다음은 내년 4분기(5곳·25%)와 내년 3분기(4곳·20%)였다.
우리 경제의 외환위기 우려가 사라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마무리가 된 것은 아니지만 정상화 조짐이 보인다'(12곳·60%)가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더 진행될 수 있다'고 보는 기업도 7곳(35%)이나 됐다. 1개사는 '완전히 해소됐다'고 밝혔다.
내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달러에 1100~1200원(15곳·75%)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300원을 웃도는 현재 환율보다는 훨씬 안정된 수준이다. 1200~1300원 구간을 예상한 그룹은 4곳(20%)이었다. 내년 경영계획 수립 시 적용할 환율에 대해서는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과 LG는 각각 1040원과 1100원, 수입 비중이 큰 포스코와 GS는 모두 1300원을 들었다.
유가에 대해서는 배럴당 30~50달러(11곳·55%)라는 예상이 50~100달러(8곳·40%)보다 우세했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대까지 추가로 내려갈 것이라는 그룹이 16곳(80%)에 달했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1997년 외환위기도 처음에는 쉽게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았지만 이후 오랫동안 어려운 시기가 이어졌다"며 "내년은 예상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는 올해 수준, 신규채용은 소폭 줄 듯
대기업의 투자, 고용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른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검토한다는 곳도 다수였다. 그러나 고용의 경우 일부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전반적인 경영기조에 대한 설문에서는 '올해 수준의 성장 목표는 유지한다'(9곳·45%)는 그룹이 '올해보다 목표를 낮춰 잡는 보수적 경영을 하겠다'(7곳·35%)는 곳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에서도 올해 대비 50% 이상 늘리겠다는 그룹이 5곳이나 됐다. '10~30% 증가', '10% 미만 증가'를 계획한 그룹도 각각 5곳이었다. 경기 침체로 투자를 보류했다는 그룹은 2곳에 그쳤다.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등을 포함해 내년에 M&A 시장에 나올 기업을 인수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M&A에 나설 수 있다'는 그룹이 12곳(60%)이나 됐다. '계획이 없다'는 그룹은 7곳(35%)이었다.
반면 신규 채용에서는 '올해 수준으로 채용하겠다'는 곳이 20개 그룹 중 12곳(60%)이었지만, '올해보다 신규채용을 줄이겠다"는 그룹도 7곳(35%)이나 됐다. 올해보다 늘리겠다는 곳은 없었고, 1곳은 미정이었다. 임금의 경우, '올해 수준 동결'(7곳·35%)과 '물가상승률만큼의 인상'(7곳·35%)이 비슷했다. 1곳은 임금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서도 '전혀 없다'(11곳·55%)가 많았으나 9개 그룹(45%)은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권오용 SK 부사장은 "내년 상황이 어려운 만큼 불필요한 비용은 줄여야겠지만 2~3년 후 경기 회복에 대비해 해외 자원 확보 등에 대한 투자는 계속할 것"이라며 "핵심 인력 확보를 위한 신규 채용도 예년 수준은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중국 경기 회복이 최대 관건
20대 그룹은 내년 경기의 가장 큰 변수로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을 꼽았다. 롯데그룹 이재혁 부사장(정책본부 운영실장)은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느냐에 따라 실물 경기의 침체 정도와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은 "중국 경제가 회복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조선·해운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출총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등 각종 규제 개혁'을 주문한 그룹이 8곳(40%)으로 가장 많았다. '4대강 유역 개발 등 과감한 재정투자'(5곳·25%),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신속한 구조조정'(4곳·20%), '중소기업 및 영세상공업자에 대한 지원 강화'(2곳·10%)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명단
김봉경 현대·기아차그룹 부사장, 박상규 SK㈜ 기획담당 임원(상무급), 김선태 ㈜LG 경영관리팀 전무, 이재혁 롯데그룹 부사장(운영실장), 박기홍 포스코 상무, 홍순기 GS홀딩스 업무지원팀장(상무),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한훈 KT 전무(전략기획실장), 이용주 금호아시아나 전략기획부문 전무, 원종승 한진그룹 전무(경영조정실장), 최영조 한화그룹 상무,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 윤수원 신세계 경영지원실 상무, LS그룹 도석구 전무, 구교형 동부그룹 부사장, 김진서 대림산업 상무(CFO) 〈재계 순위 순〉
*삼성·두산·CJ 응답자는 익명 요청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