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프로 도박사' 케빈 송
89년 1000달러로 시작 지금까지 300만 달러 벌어
4500만 달러 딴 그리스인 욕심 때문에 무일푼 되기도
한국인은 성격 급해 웬만하면 도박하지 말아야

1997년 4월 2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스슈(Horse Shoe) 카지노에서 열린 포커 월드시리즈(World Series of Poker) 결승전. 당시 41세이던 재미 교포 케빈 송(본명 송관빈)씨는 눈을 감았다. 상대방 선수 이안(Ian)도 하트 4개, 송씨도 하트 4개였다. 하트 하나를 더 받는 쪽이 플러시(같은 모양 5개를 모으는 것)가 돼 게임을 이긴다.

전 세계에서 온 프로 도박사 544명이 대회에 참가해 19시간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여기까지 올라왔다. 모든 도박사가 공평한 밑천(2000달러)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어서 운보다 실력이 더 중요하다.

송씨는 심호흡을 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제가 이길 것이란 게 느껴졌어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저만의 예지력이지요."

딜러가 카드를 돌렸다. 송씨에겐 'K 하트', 이안에겐 'Q 하트'가 갔다. 둘 다 하트 플러시를 만들었지만 송씨의 숫자가 딱 '한 끝' 더 높았다. 영화 같은 승리였다. 이후 그는 28개의 크고 작은 포커대회에서 우승해 3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 지난 2월 LA 커머스(Commerce) 카지노에서 열린 포커대회에서 케빈 송씨가 우승했을 때의 모습. 송씨는“세계 최대의 카드 카지노로, 이 카지노에서만 지금껏 6번 우승했다”고 말했다. /케빈 송씨 제공
송씨는 포커계에서 세계 랭킹 6위까지 올라간유일한 한국인이다. 사업 때문에 지금은 1년에 석 달 정도만 대회에 참가하지만, 지금도 7만 여명의 세계 프로 포커 선수 중 랭킹 90위를 유지, 100위권 내의 한국인으로는 유일하다.

24일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씨는 "애초에 프로 포커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81년 단돈 100달러를 손에 쥐고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건너갔다. 막노동부터 나이트클럽 DJ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1989년 4월, 미국의 작은 금융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송씨는 전 재산이던 자동차를 도둑 맞았다. "남은 돈 1000달러를 털어 LA의 카지노에 갔어요. 이판사판 심정이었어요."

그런데 테이블에 앉자 절박한 마음은 사라지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면 상대방이 나를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가 느껴졌어요. 포커에 재능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지요." 그 날 8000달러를 땄다. 이후 포커는 그의 직업이 됐다.

포커는 적을 알지 못하면 백전백패(百戰百敗)다. 바닥에 깔린 상대방의 카드를 모조리 외워 확률을 계산해야 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1990년 그는 LA 최고의 포커 선수를 이기려고 카지노에서 석 달간 상대를 관찰했다. 매일 일지를 쓰면서 적의 눈빛과 움직임을 일일이 기록했다. "어떤 날은 5시간 이상 관찰했죠. 그와의 승부에서 21일간 20승 1무를 기록했죠. 딴 돈만 6만 달러가 넘었어요."

송씨가 계속 포커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철저한 자기 관리다.

"따면 계속하지만, 잃으면 중간에 일어나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무척 싫어하지요. 20여년간 카지노에 드나들면서 친구를 만들지도 않았어요. 정(情)이 생기면 냉정함을 잃고, 자신을 제어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돈을 다 날리거든요."

그는 지금껏 카지노에서 수많은 도박사들의 명멸(明滅)을 지켜봐왔다. 그 중엔 라스베이거스 컨테이너에서 주사위 던지는 연습에만 매달려 50달러(7만5000원)로 4500만 달러(675억 원)를 딴 그리스인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도 결국은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베팅액이 큰 게임에 참가했다가 돈을 몽땅 날렸어요. 최근 한 카지노에서 보니 베팅액 5달러짜리 포커를 하는 신세가 됐더군요."

송씨는 "한국 사람은 웬만하면 도박을 하지 말라"고 설득한다. "한국인은 성격이 급해 태생적으로 도박에 약해요. 전 세계 카지노에서 봉(鳳)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답니다."

송씨는 영화 같은 자신의 일생을 책으로 펴내기 위해 서울에 왔다. 서울의 불법 도박장 10여 곳도 가봤다. "카드 바꿔치기 등 각종 속임수가 난무하던데, 순진한 사람들은 전세금까지 빼서 도박을 하더군요. 특히 인터넷 불법 도박은 얼마든지 승부 조작이 가능해, 도박이 아니라 사기입니다."

송씨는 "도박판에서 친지에게 돈을 빌리면 친지를 잃고, 친구에게 돈을 빌리면 친구를 잃는다"면서 "20년간 카지노를 다니면서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2008/11/25 09:02 2008/11/2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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