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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12 창업 4년만의 돌풍, 미국을 잡았다 by Takumi

 ‘디지털TV의 왕’ 비지오CEO 윌리엄 왕 인터뷰
2분기, 삼성전자 제치고 북미시장 선두로 나서
“위탁생산·1%미만 고정비 빠른 의사결정으로 승부”


“최근 세상을 변하게 만든 10대 기술 중 하나”(미국 ABC 방송) “전혀 예상 못했던 평판 TV 시장에서의 왕”(USA 투데이), “비지오의 가격 파괴가 소니 TV 부문 적자를 심화시키다”(월스트리트저널)…

미국 유력 언론들은 최근 ‘비지오’라는 한 디지털TV 판매 회사에 대해 이런 표현을 써 가며 일제히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창업한 지 불과 4년 만에 세계 최대이자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미국 디지털 TV 시장 1위에 오른 성과에 주목한 것이다. 1~2년 전만 해도 무명(無名)에 가깝던 이 회사는 올해 2조원 가까운 매출을 눈 앞에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올 초까지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시장 선두를 달리던 삼성전자를 2분기에 제쳤다는 소식으로 깜짝 놀라게 한 비지오의 CEO 윌리엄 왕(43)을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기자가 만나기 하루 전에도 일본 방송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갈 정도로 인기였다.

―최근 한국 전자 업계에서 당신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크다.

“(웃으며) 그런가. 우리는 해외 사업은 아직 못하고 북미 시장에서만 제품을 팔고 있는데….”

―비지오는 당신이 창업한 세 번째 회사인데, 그 간의 스토리가 궁금하다.

“대학 졸업 후 중국계 미국인이 근무하던 모니터 회사에서 근무하다 26살 때인 90년 창업했다. 이후 13년 간 두 개의 모니터 회사를 운영했는데, 첫 회사는 90년대 모니터 특수(特需) 속에 상당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성공해서인지 회사 운영이 능숙하지 못했다. 예측 못한 경영 변수들이 잇따라 터지며 90년 대 말부터 어려운 시기가 이어졌다. 그 때부터 비지오를 창업하던 2003년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어떡하다 디지털TV 회사를 창업하게 됐나.

“두 번째 회사 마저 어려워져 정리할 무렵인 2002년 디지털TV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디지털 TV는 막 태동기였고 내가 예전에 하던 모니터와 비슷한 부품을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그래서 친구이자 PC회사 게이트웨이 회장인 테드 웨이트를 찾아가 TV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당시 42인치 PDP TV가 6000달러 대에 팔리던 시절이었는데, 우리는 지금 비지오가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방식(위탁생산과 유통구조 파괴 등)으로 2999 달러짜리 모델을 게이트웨이 브랜드로 내놓아 히트시켰다. 이에 확신을 갖고 비지오를 창업했다. 참고로 테드도 우리 회사 주요 주주의 한 명이다.”

―비지오 사업 모델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우리는 저렴한 가격에 실용성 높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최소한의 고정 인력, 철저한 위탁 생산(아웃소싱), 새로운 유통 구조 정립 등을 통해 삼성·소니 등 고가 브랜드 대비 30% 가량 저렴한 가격 파괴형 디지털 TV 를 만들어 팔고 있다.”

―지난 2분기 평판(LCD·PDP) TV 시장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최근 성장 속도가 엄청난데?

“무엇보다 시장 상황이 좋다. 2009년 2월 미국 디지털 방송 의무화 등으로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가 급속히 늘고 있다. 비지오 입장에서 본다면 지난 4년 간 지켜 온 원칙과 전략들이 쌓여 이제 빛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 사이에 구전(口傳) 효과도 있다고 본다. 써 봤더니 ‘무조건 싼 제품이 아니라 품질이 괜찮은 저렴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LCD나 PDP 패널은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대기업으로부터 구입하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그렇게 TV 값을 낮출 수 있나.

“맞다. 패널은 거의 세계 정상인 한국 업체 제품을 쓴다. 대신 다른 부문에서 비용을 최대한 줄인다. 첫째가 유통 구조 개선이다. 지금까지 전자 전문점 위주였던 유통 구조를 바꾸고 있다. 베스트바이나 서킷시티 같은 유명 전자 전문점에서 디지털TV를 팔려면 이들에게 판매가의 25~30% 마진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코스트코나 월마트 같은 할인점 시장을 파고 들었다. 이런 업체들은 8~10%마진만 보장해도 된다.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디지털TV가 대중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오히려 이런 추세를 반기고 있다.”

  • ▲ 비지오 CEO 윌리엄 왕. /AP

―유통망 개선 만으로 문제가 해결 되는가.

“고정 운영비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단적으로 우리는 올해 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지만 직원 수는 85명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애프터 서비스 담당 직원 50명이 포함된 수치다. 고정 운영비가 전체 매출의 1% 수준이다. 생산은 다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다.”

―다 남에게 맡기면 품질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그게 나만의 자산이고 사업 노하우다. 나는 모니터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을 포함, 20년을 디스플레이 사업에 종사했다. 그 덕에 좋은 파트너들을 많이 알고 있다. 지금 우리 제품의 60%를 중국에서, 40%를 대만에서 위탁 생산하지만 품질에 거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글로벌 업체들도 외주 생산 등 생산비 절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대기업과 다른 점은 무엇보다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장사를 하다 보면 시장 상황에 따라 100원짜리 물건을 90원에 팔아야 할 때도 있다. 우리는 조직이 작아 이런 상황에 바로 대응할 수 있다. 의사 결정 때 7~8 단계 결제를 거쳐야 하는 대기업과 다른 점이다.”

―그래도 이익이 남나? 영업이익률은 얼마나 되나?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계속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익이 안 남는다면 왜 장사를 하겠나.”

  • ▲ LA에 있는 본사 전경. /탁상훈 기자

―최근 비지오의 급상승을 두고, 유통 업체에 과도하게 재고를 떠 넘긴 것 아니냐는 루머가 있었는데.

“전혀 사실 무근이다. 우리는 지금 현재 미국에서 3.8주 분량의 재고를 유통 망에 갖고 있다. 전체적으론 20만대쯤 되는데 매 주 6만~8만대씩 소비자들이 구입 해 간다. 이 정도면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어느 경쟁 업체에 내놔도 손색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비지오의 성장이 아직 단기 성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물론 이 시장에서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5년, 10년 뒤 미래를 누가 알겠나. 다만 소비자들에게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LCD TV와 PDP TV를 동시에 내놓고 있는데. 둘 중 어느 것이 더 유망하다고 보나.

“난 기술적으로는 PDP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기 마케팅이 잘못돼 시장이 LCD 쪽으로 넘어갔다고 본다. PDP가 50인치 대 시장에서는 아직 경쟁력을 유지하지만 앞으론 낙관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는 50인치 대 시장에서 PDP와 LCD TV를 동시에 끌고 갈 계획이다.”

―TV 외에 다른 사업으로 진출할 생각은 없나.

“몇 가지를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

―비지오와는 달리, 한국의 디지털 TV업체들은 패널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직접 만드는 이른바 ‘수직 계열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수직 계열화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게 약점이다. 예를 들어 LCD가 공급 과잉일 때는 다른 회사에서 사는 게 훨씬 값이 싸다. 이런 때는 같은 회사라는 게 오히려 구속 요인이 될 수 있다.”

  • ▲ LA의 한 할인점에 전시돼 있는 비지오TV. /탁상훈 기자

―현재 한국 업체에게서 패널을 사가고 있는데, 사업을 확대할 계획은 없는가.

“한국의 디스플레이 회사들은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우리의 멋진 파트너들이다. 그들과 지속적으로 시장을 만들어가고 싶다. 동시에 좋은 품질의 부품을 만드는 업체에 대해선 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나.

“언젠가는 글로벌로 확장해야겠지만 아직 해외로 나갈 생각은 없다.”

―당신 인생관은? 2000년 타고 있던 항공기가 폭발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는데.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여러 모로 내게 최악의 시기였다. 회사는 적자에 시달렸고 곳곳에 돈을 빌리러 돌아다니던 기억이 수두룩하다. 30살이 안 돼 백만 장자가 된다는 것, 또 40살이 안 돼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 둘 다 모두 생각해보지 못했던 경험이었다. 거기에 생사의 기로까지. 정말 힘들었는데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가 가장 좋았던 시절이라는 생각을 한다. 실패를 경험했기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뭔가 잘못됐을 때 실패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겸허한 태도가 생기게 됐다. 개인적으로 20년쯤 후에는 비지오를 모든 면에서 소니보다 더 좋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


비지오 (Vizio)

세계 최대이자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디지털TV 시장에서 올해 혜성 같이 1위로 떠오른 업체. 지난 2분기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지역 평판(PDP·LCD) TV 시장에서 1년 전 대비 340%(판매량 기준)나 성장, 1위(점유율 11.9%)에 올랐다. 2003년 60만달러(약 5억6000만원)로 창업, 금년 20억달러(약 1조8800억원) 대 매출을 바라보는 대기업이 됐다. 철저한 아웃소싱(위탁 생산)과 고정비 절감으로 경쟁사보다 30%정도 저렴한 가격 파괴형 제품을 출시,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윌리엄 왕 (William Wang)

올해 43세인 비지오의 CEO. 대만계 미국인으로, 2003년 비지오를 창업, 4년 만에 북미 디지털 TV 시장 1위 업체로 만들었다. 미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8년 부모님을 따라 이민 오면서부터. 1986년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전기 공학과를 졸업하고 중국계 모니터 회사에서 근무하다 1990년 26살 때 첫 창업을 했다.

이후 13년 간 두 개의 PC 모니터 회사를 차례로 만들어 운영하며 엄청난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경험했다. 2003년 디스플레이 산업의 연장선 상에 있는 디지털TV에 관심을 갖고 집 담보 대출금과 지인들의 후원금 60만 달러(약5억6000만원)로 비지오를 창업했다.

개인적으로 2000년 11월 대만 타이페이 공항에서 타고 있던 항공기가 이륙 중 공항 구조물에 부딪치면서 폭발, 83명이 사망하는 사고 속에서도 살아남은 경험이 있다. 현재 사무실이 있는 LA 외곽에서 아내·딸과 함께 살고 있다.

Posted by Takumi

2007/10/12 09:52 2007/10/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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