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바보가 아니다

삼성을 버리고 샤프와 제휴 더 나은 기업 조건 찾아간 것


26일 일본 소니가 LCD TV산업에서 같은 일본 샤프와의 연합전선을 공식화했다. 차세대 분야에서 삼성이 아닌 샤프와 손잡은 것 자체가 미래엔 삼성과 결별하겠다는 뜻을 사실상 천명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에선 늘 그렇듯 '일본 전자업체의 대역습' '소니의 배신' '삼성의 위기'란 다소 감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소니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한다.

소니가 샤프와 함께 합작 공장을 만드는 곳은 오사카(大阪)에 있는 사카이(堺)시라는 곳이다. 우리가 경제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려면 이 지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 5월 '죽었다가 살아난' 오사카경제권 취재를 위해 사카이시를 방문한 일이 있다. 샤프가 이곳 250㏊의 거대한 땅에 차세대 액정TV 공장을 세운다는 방침을 세운 직후였다. 당시 현장을 보면서 이해하지 못한 회사가 바로 소니였다. '왜 이런 곳을 놔두고 한국을 선택했지?' 이런 의문이 들었다.

처음 놀란 것은 입지였다. 사카이시는 도쿄와 함께 일본 양대 대도시인 오사카권에 속한다. 오사카경제권의 소비 중심지인 오사카시 도심(都心)에서 자동차로 30분, 수출항인 오사카항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액정 화면의 핵심 부품인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아사히글라스가 오사카 시내에 공장을 세우고 대량 생산을 시작한 상태였다. 사카이시의 공장 입지와 아사히글라스 공장 거리는 자동차로 10분 정도에 불과했다.

원래 오사카경제권은 수도 도쿄와 함께 30년 동안 국토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대도시 규제'를 받아온 곳이다. 우리식으론 '수도권 규제'다. 주변 지역이 모두 규제에 묶여 있던 사카이시의 공장 입지도 1990년 신일본제철이 공장을 폐쇄한 뒤 장장 17년 동안 불모지로 남아 있었다. 이런 곳에 공장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일본 정부가 대도시권 규제를 폐지한 뒤 주변 제조업 기반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과거 규제 지역의 한복판에 들어선 아사히글라스가 대표적 사례였다.

다음은 정부 지원이었다. 사카이시청 기업유치과에 따르면 당시 최대 5000억엔으로 알려진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오사카부(府)와 사카이시가 샤프에 주는 투자 사례금은 150억엔(약 1320억원)에 달했다. 한국의 재산세에 해당하는 고정자산세도 10년 동안 80%를 깎아준다고 했다. 세금 감면으로 샤프가 혜택받는 금액은 200억엔(약 17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당시 한국 사정과 비교하기 위해 샤프의 경쟁 업체인 LG필립스LCD가 위치한 경기도 파주시 담당 부서를 전화로 취재했었다. LG필립스LCD가 경기도와 파주시로부터 공공시설 조성비로 지원받은 금액은 220억원. 재산세 감면 비율도 5년간 50%로 샤프가 받는 혜택에 턱없이 부족했다. 근로자 임금, 공장 부지 가격 등 어떤 경쟁 분야에서도 파주가 사카이시에 비해 월등히 나은 것이 없었다.

나는 소니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한다. 특검이다 뭐다 시끄러운 삼성에 질려서 삼성을 버리려는 것도, 일본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사무라이 연합군에 가세한 것도 아니다. 본질적으로 그렇다. 글로벌기업인 소니는 삼성과 한국보다 더 좋은 경제적 조건을 제시한 샤프와 일본을 선택했을 뿐이다.

소니를 다시 한국에 불러들이는 방법?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아주 명쾌하다. 샤프와 일본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된다. 이걸 못하면 앞으로 한국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 삼성이 일본으로 떠나는 것이다.

Posted by Takumi

2008/02/27 13:52 2008/02/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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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가 장사 잘하는 이유

    • ▲ 선우정 도쿄특파원
  • 지난주 도요타자동차는 ‘홍보 장사’를 엄청나게 잘했다. 6월 29일자 조선일보 종합 1면, 동아일보 종합 2면, 중앙일보 종합 3면에 도요타를 칭찬하는 대형 기사가 동시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에서 언론을 비판하는 주간 신문 ‘미디어오늘’ 이 ‘판박이’라고 지적한 렉서스 공장 르포 기사였다. 사실 이런 기사의 홍보효과는 수천만원짜리 광고 수십 개보다 더 크다.

    도요타는 렉서스 홍보를 위해 전날(6월 28일) 국내외 44개 언론사 보도진 53명을 초청했다. 도쿄에 주재하는 기자들이었다. 하지만 집결 장소는 공장이 있는 아이치(愛知)현 도요하시(豊橋)역 출구였다. 도쿄에서 고속열차로 1시간24분, 왕복 1만7000엔(12만7000원)이 들어간다. 물론 교통비는 기자 부담이었다. 역에서 공장까지는 도요타가 제공한 회사 버스를 탔다. 30분 정도 걸렸다. 따라서 도요타가 들인 교통비는 버스 1대를 1시간 정도 운행하는 데 필요한 기름값이 전부였다.

    버스를 타자 자리마다 도시락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샌드위치와 과일, 생수였다. 이날 도요타가 제공한 오찬이었다. 편의점에서 500엔(37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도시락이었다. 생수까지 합쳐 개당 600엔(4500원)이라고 가정하면 도요타가 지불한 기자 53명 점심값은 모두 합해 3만1800엔(23만8500원) 정도였다.

    버스에서 내려 기자회견장에 들어가니 ‘LEXUS’란 로고가 달린 모자가 놓여 있었다. 시중에서 2000엔(1만7000원) 정도 하는 모자였다. 기자들이 모두 가지고 돌아갔다면 도요타는 모자 비용으로 10만6000엔(79만5000만원)을 쓴 셈이다. 도요타 직원들 교통비, 프레젠테이션 비용 등을 빼고 도요타가 기자들에게 직접 들인 비용은 대략 한국 돈 100만원 수준인 듯하다. 물론 이 돈까지 기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도요타는 나름대로 수백 배에 달하는 홍보 이익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도요타는 “기사를 잘 써달라”거나 “크게 내달라”고 부탁한 일이 없다. 누구 말씀대로 공장에 간 한국 특파원들이 ‘죽치고 앉아 (크게 쓰자고) 담합한’ 일도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런 소리를 듣지 못했고, 기사 계획에 대해 누구와 얘기를 나눈 일도 없다. 초청 받을 당시엔 기사를 크게 쓸 생각도 없었다.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렉서스 공장이었기 때문에 응했을 뿐이다.

    조선·중앙·동아가 같은 날 비슷한 내용으로 대서특필한 이유는 단 하나다. 세계시장에서 도요타에 판판이 밀리는 현대자동차가 ‘한·미 FTA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바로 그날 파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도요타 홍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신칸센을 타고 가면서 느낀 것은 ‘이대론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었다. 이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큰 뉴스였던 현대차 파업 기사에 나란히 도요타 기사를 붙인 것이다. 중앙, 동아일보 특파원들도 똑같은 기분을 느끼고 똑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미디어오늘’은 “(보수 언론의) 인식 수준이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진보 언론이 초청을 받았다면 이날 어떤 생각을 했고 다음날 어떤 기사를 냈을지 궁금하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궁금하다. 참고로 도요타는 1950~53년 빈번한 파업사태로 망할 위기에 몰린 일이 있다. 이때 도요타를 살려준 것은 일본에 군용차 특수(特需)를 일으킨 6·25전쟁이었다. 그후 도요타는 단 한 번도 파업을 안 했다.

    Posted by Takumi

    2007/07/02 10:48 2007/07/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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