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LCD·반도체 등 한국업체 세계1위 분야
올들어 대규모 투자·신규 사업 계획 잇따라 밝혀
일본 전자업체들이 세계 전자업계를 양분(兩分)하는 맞수 한국 기업들을 겨냥해 대반격에 나섰다.
마쓰시타·도시바·소니 등 일본 주요 전자업체는 올 들어 전에 없던 대규모투자나 신규 사업 계획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디지털TV·LCD·메모리반도체 등 대부분 국내 회사가 세계 정상을 달리는 분야에서다. 이는 삼성전자가 삼성 특검 여파로 주춤거리는 등 한국 기업들의 변화를 틈타 자신들이 1990년대까지 누렸던 세계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마쓰시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일본 주간경제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는 최근 90년 역사를 가진 일본 최대 전자업체 마쓰시타가 올 들어 회사명을 '파나소닉(PANASONIC)'으로 바꾸기로 한 것과 관련, "소니는 물론, 삼성전자에 브랜드 인지도와 해외 매출 비중에서 밀린 것이 원인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비중을 놓고 봤을 때, 삼성전자와 소니는 70% 이상인 반면 마쓰시타는 50%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 결국 해외 매출 확대, 특히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삼성전자 등을 잡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해외 인지도가 높은 마쓰시타의 제품 브랜드 '파나소닉'으로의 사명 변경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마쓰시타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국내업체에 밀려 크게 위축됐다. 주력 상품인 디지털TV(LCD·PDP TV)의 경우 2006년만 하더라도 3위(점유율 11.3%)에 올랐으나, 작년에는 삼성전자(1위, 19%)는 물론 LG전자(4위, 9.5%)에도 뒤처지며 6위로 밀려났다.
마쓰시타 오쓰보 후미오 사장이 "최근 전 세계에서 우리의 재성장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의욕을 불태우며 대대적 신규 투자에 나서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마쓰시타가 2010년 초까지 3000억엔(약 2조7000억원)을 들여 일본 서부 지역에 차세대(8세대) LCD공장을 새로 지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LCD의 안정적 확보를 통해 한국업체들이 휩쓸고 있는 디지털TV 시장에서 반격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에서다. 또 최대 신흥시장인 러시아에서도 300개 매장에 자사 디지털TV 전용 홍보 공간을 마련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낸드플래시에 또 투자하는 도시바
메모리반도체의 하나인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도시바가 올 들어 거센 공세를 펴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내년까지 1조8000억엔(약 16조원)을 투자해 일본 내에 낸드플래시 공장 2곳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도시바는 특히 그동안 공들였던 차세대 저장 매체인 HD-DVD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까지 낸드플래시 사업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공장은 6개로 늘어나며, 세계 3위인 하이닉스는 물론 아직 구체적 추가 공장 투자 계획을 잡지 못한 삼성전자(1위)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하게 될 수도 있다. 지난해 25%대였던 점유율을 뛰어넘어 국내업체를 제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뚜렷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도시바는 그 동안 이 시장 정상 탈환을 위해 절치부심해왔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를 처음 개발한 업체로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정상을 달렸기 때문.
이 밖에 일본 소니는 올 들어 자사의 모든 디지털 제품에 HD(고화질)급 이상 화질 촬영 혹은 재생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HDNA' 프로젝트를 내걸고 국내 업체와의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소니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욘드(beyond) 풀 HD(초고화질)'라는 개념을 제시하는 등 차세대 디지털TV 시장에서의 정상 탈환 의지도 드러냈다.
템피스투자자문 민후식 상무는 "최근 일본 전자업체들이 전에 없이 날카로운 공세를 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 역시 그에 걸맞은 전략 수립과 투자 결정 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