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뭘 믿고 이러냐”


    • ▲선우정 도쿄특파원

    얼마 전 지한파(知韓派) 일본 경제인이 속마음을 얘기했다. “한국이 뭘 믿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왜냐?”고 물으니 “지금 일본을 극복할 수 있는 ‘강점’이 한국에서 보이느냐?”는 반문이다.

    그는 밑에서부터 따졌다. “일본 전자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임금이 얼마인지 아느냐?”는 것이다. 요즘 한국 경쟁 기업을 위기에 몰아넣는 일본 최대 가전업체 마쓰시타(松下)의 TV 공장 사례를 들었다. “시급(시간당 임금) 1200엔(9100원), 연봉 250만엔(1900만원) 정도인데, 한국 삼성이나 LG 공장 근로자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냐?”고 물었다.

    이번엔 최고 경쟁력을 갖춘 일본의 물류(物流)산업을 말했다. 일본은 1990년대까지 물류 후진국으로 유명했다. 기자에게 “어디 사느냐?”고 묻기에 “도쿄 쓰쿠다(佃)에 산다”고 답했다. 도쿄 중심지 긴자(銀座)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그는 “당신 집에서 10분 더 가면 일본 대기업 물류 창고가 한두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땅값이 얼마인데 창고를 만들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번에도 마쓰시타가 들어선 오사카 공업지대 사례를 들었다. “평당 20만엔(152만원) 이하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말 거품경제 때는 평당 50만엔(380만원) 정도였다”고 했다. 어느 정도 가격인가 비교하고 싶어 며칠 후 국제전화로 LG필립스가 위치한 한국의 수도권 파주시에 물어보았다. “땅값이 올라서 공장용지가 평당 110만원 정도 한다”는 대답이었다. 마쓰시타 입지가 항만과 도심 근접성 측면에서 LG 입지를 능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이 비싸다고 할 수 없었다.

    그는 이어서 도요타자동차의 오쿠다 전임 회장 사례를 들면서 한국 경영자 정신의 쇠퇴현상을 언급했다. “오쿠다 회장은 경영자로서 맹렬하게 투자를 하면서 재계 대표(일본 게이단렌 회장)로서 정부를 설득해 정책을 기업 입맛에 맞게 바꿨다. 옛날 통 큰 한국 경영자를 보는 듯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며칠 후 오사카 공업지대를 현장 취재했다. 말 그대로였다. 근로자는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정부는 도심과 항만이 10분 거리인 제조업 생산기지를 공급하고 있었다. 여기에 설비 투자로 답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을 회복한 경영자들이다. 옛 한국의 강점이 고스란히 일본에 있었다. 국토, 인구, 자본, 기술력에서 밀리는 한국이 사업 환경까지 뒤지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오사카 출장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왔다. 이후 두 주 동안 한국의 초점은 언론 공격, 야당 대선 후보 공격, 기득권 공격 등 온통 대통령 발언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경제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대통령 발언으로 먹고 사는 문제까지 정쟁(政爭) 대상에 처박혔다. 이런 분위기에서 생존 기반을 갉아먹는 기업 경쟁력 약화, 경상수지 적자, 저성장 문제를 한국의 논점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은 뭘 믿고 이러느냐”던 일본 경제인은 “현대차가 도요타에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삼성, LG는 어떠냐?”고 했다. “심한 소리”라고 대꾸했지만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한국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균열음은 귀를 기울이면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모두 들을 수 있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극일(克日)의 꿈을 접고 일본과 중국 틈새에서 쇠락하기로 작정했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를 바꾸고, 기업과 국민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



    내가 좋아라 하는 우리 선사마 도쿄 특파원...

  • Posted by Takumi

    2007/06/12 13:19 2007/06/1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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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장 기업 이익 4년 연속 치솟아 수출·경상수지 흑자도 사상 최고
    한국기업 이익은 3년째 줄어 대조적


    한국 경제에 ‘원고(高) 그림자’가 뚜렷이 드리워지는 가운데 ‘엔저(低)’를 배경으로 일본 경제가 ‘최고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상 최장기 호경기 속에서 기업 이익, 경상수지 흑자가 잇따라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경기 체감을 좌우하는 고용과 지가(地價) 역시 회복 또는 상승 기조로 전환된 상태다.

    일본 신코(新光)총합연구소는 2일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200개 기업의 경상이익이 4년 연속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작년(일본 회계연도는 2006년 4월~2007년 3월) 경상이익 32조엔(249조원)은 전년보다 8% 늘어난 액수다.

    2006년 경상수지 흑자도 전년 대비 8.7% 증가한 19조8390억엔(1706억달러)을 기록해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가 상승으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늘어나 무역 흑자는 감소했으나 수출은 14.3% 증가한 71조6178억엔을 기록해 역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경제의 최근 급속한 활황세는 기본적으로 ‘엔저(低)’ 덕분이다. 엔화 가치는 2일 다시 달러당 120엔대로 추락했다. 한국 원화(貨) 대비 환율은 100엔당 775원대로 하락해 한국의 외환위기 이전으로 복귀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원고(高)’에 직면한 한국 경제는 일본과 반대로 내달리고 있다. 일본 기업 이익이 4년 연속 늘어난 반면, 한국 기업 이익은 3년 연속 감소했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541개 기업 순이익은 2004년 49조5000억원에서 작년 44조3918억원으로 줄었다. 작년 경상수지 흑자도 60억9260달러로 하락했고 올해 들어선 3월까지 15억2000만달러 적자다. 일본은 2월까지 31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양대(兩大) 요인인 ‘여행수지 적자 확대’ ‘상품수지 악화’는 원화 강세 영향이 크다. 기업 실적 악화 역시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기업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 기업의 활황은 장기간 동면(冬眠) 상태였던 고용과 땅값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6년 일본의 실업률은 4.1%로 1997년 이후 가장 낮았다. 고용시장의 체감 지표인 구인배율(구인 수가 구직자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은 2006년 1.06배로 상승했다. 구인 수가 구직자 수를 넘어선 것은 14년 만이다. 사실상 ‘완전 고용’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작년 구인배율은 0.48배에 불과했다.

    작년 4분기(10~12월)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5.5%. 올 1분기(1~3월)는 2.6%로 전망된다. 가용(可用) 자원을 투입해 얻을 수 있는 잠재성장률(1% 후반대로 추정)을 넘어서는 수치다. 기업이 체력(설비투자와 고용)을 키워 ‘초과 성장’을 달성했다는 뜻이다. 반면 최근 한국의 실제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못 따라잡고 있다.
  • Posted by Takumi

    2007/05/03 09:38 2007/05/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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