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747정책' 복사판 633 플랜 도입
"한국 반드시 따라잡는다" 자신감 천명
중국의 노동력·자본 등에 업고 공격
한국 반도체·LCD 산업 경쟁력 '비상'
中 직항로 만들면 우리 관광산업 '적신호'
전통의 경제 라이벌 한국과 대만이 실용을 내세운 새로운 리더십 아래서 다시 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당선자는 선거 레이스 내내 '한국을 다시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747정책'을 복사한 '633플랜'을 대놓고 앞에 내세우면서 '추격 한국'의 의지를 명백히 했다.
'633 플랜'은 매년 경제성장률 6%를 달성하고 2016년까지 일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2012년 이후 실업률 3% 이하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MB노믹스'의 고공 목표보다 한 단계씩 낮춘 듯한 계획이지만, 세계 경제전문기관들은 "실현가능성이 높다"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선거 유세를 통해 드러낸 '마잉주 노믹스'의 핵심은 중국이다.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교류를 통해 대만 경제의 활력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천수이볜 총통 시절 평균 3.8%로 긴 저조한 경제성장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에서 2005년부터 한국에 추월을 허용했다. 반성의 핵심엔 세계경제의 동력 중국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들어있고, 그것이 이번 대만의 정권교체로 나타났다.
◆'제3차 국공합작'
'마잉주 노믹스'의 핵심 전략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중국 동력 이용이다.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교류를 통해 중국의 자본과 시장·노동력을 대만의 기술이라는 '우량 인자(因子)'와 결합한다는 발상이다.
이를 위해 1년 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직항 항공기를 매일 띄우고 중국 자본의 대만 주식·부동산·기업체 투자를 전면 허용, 인적·물적 왕래부터 자유화한다는 것이다. 슬로건만 보면 언제 전쟁을 치르고 미사일을 겨누었나 싶을 만큼 대담하다. 그래서 현지 언론들은 마 당선인의 등장을 '54년 만의 3차 국공(國共·대만 국민당과 중국공산당) 합작'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중국 효과가 대만에 뿌려질 경우, 가장 각광을 받을 분야는 단연 IT(정보기술)다. 대만은 지난해 수출액 중 70%를 컴퓨터·IT 관련 하이테크 제품을 팔아 올렸다. 세계 IT부품의 80%가 바로 이 섬에서 나온다. IT강국을 자처하는 한국 눈앞에 엄청난 강자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부 분야에서 대만은 IT한국을 앞서고 있다. 대만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은 총469억5100만달러로 한국(460억달러)을 추월했다. 세계 100대 IT기업 중 대만업체는 13개로 한국(5개)보다 더 많다.
반도체 공장 중 생산성이 높은 300㎜ 웨이퍼 공장은 한국보다 한 개 더 많은 7개가 가동 중이며, 파워칩 뱅가드인터내셔널 등은 14조원을 투입해 내년까지 웨이퍼 공장을 5개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삼성전자도 아직 만들지 못한 30나노급 메모리 공정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대만 교류 활성화로 중국의 자본이 가세할 경우, 세계 하이테크 산업에서 대만 브랜드가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과 치열한 경쟁 중인 LCD업계나 반도체 메모리 회사들이 가격 경쟁력 등을 위해 중국으로 기술·생산기지를 옮길 경우,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중국 대륙에는 대만 정부 통계로 3만여 개, 중국 정부 통계로는 7만여 개에 해당하는 대만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중국 정부가 대만 기업을 향해 지분율 등의 장벽을 낮출 경우, 경쟁력 있는 대만기업의 진출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타이베이법인의 박성곤 부총경리는 "마잉주 정부가 고급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을 막아 단기적으로는 걱정이 안 되지만, 중장기적으로 대만의 첨단 기술과 중국의 자본·노동력이 결합할 경우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브랜드 따라잡는다"
'마잉주노믹스'의 두번째 전략은 '브랜드 육성'이다. 마 당선자는 선거기간 내내 "한국의 대기업 브랜드 육성 정책을 배우겠다"고 밝혔다. 대만의 강점이자 약점인 대기업 브랜드 부재를 극복해 보겠다는 계획이다.
대만은 에이서(Acer)가 세계 노트북 메이커 2위에 오르고 아수스·HTC 등이 브랜드 전략을 강화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대륙의 자본과 대만 정부의 지원이 가세하면 거대 브랜드의 탄생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홍콩을 통해 들어온 중국 자본은 약 3500만달러로 전체의 4.7%에 불과하다. 대만 정부가 중국 자본의 진출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 당선자가 공약대로 닫힌 문을 열어놓을 경우, 이미 세계를 향해 손을 뻗치고 있는 중국 자본이 급속하게 몰려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마잉주 노믹스'의 마지막 전략은 동아시아 '금융·물류 중심'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는 한국의 생존전략과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마 당선자는 중국자본 유치를 위해 중국 위안(元)화 환전을 허용하고, 부동산·제조업에 대한 투자도 무제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돈에 '프리패스증(證)'을 내줘, 위안화가 사실상 자유롭게 통용되는 '위안화 블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자산관리센터'를 세워, 대만을 국제금융의 중심으로 육성하고 대만을 미국과 아시아를 잇는 화물선이 왕래하는 환승센터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한국 입장에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중국·대만 간 직항로 개설과 중국인 대만관광객 허용 확대 등에 따른 돈벌이 감소이다. 현재 한국과 대만 간에는 매주 114편의 항공편이 운항 중인데, 상당수는 중국과 대만인들의 환승(갈아타기) 수요이기 때문이다. 중국·대만 직항편이 개설되면 중국·대만인들이 한국이나 홍콩을 경유하지 않아도 된다. 중국인 관광객들도 한국보다 물가가 싸고 언어소통이 편리한 대만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 관광 산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코트라 타이베이 무역관의 이민호 관장은 "중국·대만 관계가 개선되면 중국에서 한국기업들이 받던 혜택이 대만기업들에 더 많이 돌아가게 돼 한국기업들이 고전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대만 기업과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