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P·ZARA 등 해외 유명브랜드 직수입체제로 속속 바꿔
국내업체와 무한경쟁할 듯
지난 29일 서울 명동의 미국 캐주얼 패션브랜드 갭(GAP) 매장. 회사원 김종덕(29)씨는 가을 티셔츠와 바지를 12만5000원에 구입했다. 김씨는 “비슷한 품질의 국내 브랜드 티셔츠 살 돈으로 아래 위 한 벌을 샀다”고 즐거워했다.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자리한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도 10~20대 고객들로 북적였다. 청바지에는 3만9900원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대학생 최모(22)씨는 “옷값이 너무 비싸 쇼핑하기가 겁날 정도였는데, 요즘 값싸고 품질 좋은 수입브랜드가 들어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브랜드보다 저렴한 외국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흔들고 있다. 고가(高價) 명품시장을 휩쓸던 수입품이 국내 중가(中價)시장까지 차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유통업계에선 “이미지 관리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가격을 올리던 국내 브랜드가 외국 브랜드에 기습을 당한 꼴”이라며 “가격 대비 품질 경쟁에서 뒤떨어질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갭·루츠 등 중가 유명 수입브랜드 ‘봇물’
미국 중산층들이 즐겨 입는 ‘갭’은 지난 17일 명동점을 시작으로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에 입점했다. 티셔츠 한 벌 가격은 4만~6만원대. 아동용 라운드티는 1만~3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비슷한 품질의 국내 브랜드 가격의 60~70% 수준이다. 수입업체인 신세계인터내셔날 김선혜 과장은 “예전 수입품은 본국(本國) 대비 가격이 190% 수준이었지만, 갭은 130% 정도로 책정했다”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산층 고객을 파고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국민 브랜드’로 통하는 루츠도 이달 국내에 상륙했다. 스커트가 7만2000~8만5000원, 니트는 3만5000~14만5000원이다. 백화점뿐 아니라 가두점까지 오픈하며 매장수를 확대하고 있다.
빠른 상품 회전으로 해외에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스페인 브랜드 자라도 이르면 올해 안에 국내에 진출한다. 비공식 채널을 통해 수입돼 온 ‘자라’는 이미 국내 젊은이들 사이에서 “값이 싸고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수입된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는 최근 1년간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내년에는 매출 600억원을 목표로 대구·울산 등 지방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 타격 불가피
국내 시장은 그동안 고가와 저가(低價) 시장으로 양분화돼, 중가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국내 대표 캐주얼 브랜드인 ‘빈폴’과 ‘헤지스’ ‘헨리코튼’ 등의 티셔츠 가격은 대부분 10만원대. 반면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저가 제품은 1만~2만원대가 주류다. 합리적 가격과 품질을 선호하는 중산층이 소비할 만한 제품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중가의 외국 브랜드가 예상외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상황인 것이다.
B백화점 캐주얼브랜드 담당자는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에서 외국 브랜드가 국내 브랜드보다 우세한 게 사실”이라며 “외국 브랜드에 대한 중산층 고객의 만족도가 높으면 국내 패션업체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가 고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마구잡이로 가격을 올린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