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도요타시의 모토마치(元町) 공장 내 글로벌생산센터(GPC·Global Production Center). ‘글로벌화 속도에 앞서 인재육성을 추진한다. 최고의 생산방식을 전 세계에서 동시 실시한다’는 슬로건 아래 도요타 자동차의 ‘글로벌 전사(戰士)’를 키워내는 곳이다. 도요타가 세계 1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도요타생산방식(TPS)을 꼽지만, 도요타 스스로는 ‘방식보다는 방식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본부터 확실하게… ‘작업의 달인’ 키운다
GPC 곳곳에서는 수십 명의 훈련생이 필수기술 익히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에서 기술을 익힌 ‘도요타 전사’들은 전 세계 26개국·52개 공장으로 돌아가 그 기술을 전파하게 된다.
변속기 작업장에선 다양한 크기의 원통형 부품을 변속기의 구멍에 끼워 넣는 훈련이 한창이었다. 다카스 교관은 “변속기 만들 때 원통형 부품을 잘못 끼우면 내부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흠집이 생겨 불량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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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 조립 작업장에서는 조립라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6㎜ 볼트를 끼워 넣는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볼트를 죄는 임팩트 렌치를 이용해서 60초 안에 볼트 20개를 완벽하게 끼워 넣는 게 목표였다. 30년간 도요타에서 근무했다는 아오야마 교관은 “이 과정을 마치면 소리만으로도 볼트가 잘 끼워졌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GPC는 기본부터 확실하게 가르쳐‘작업의 달인’으로 키워내는 곳이다. 도시오 GPC 그룹매니저는 “GPC 과정을 끝낸 직원의 작업 효율성이 이전보다 6~10배 나아진다”며 “이곳은 도요타의 글로벌화가 시작되는 동시에 완성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메이드 바이 도요타’로 세계 석권
2000년 이후 도요타는 급속도로 해외생산을 늘렸는데, 그 과정에서 지역별로 품질의 불균형이 발생했다. 생산이 갑자기 크게 늘다 보니 생산을 책임질 인재의 숫자가 부족했다. 2003년 GPC가 세워진 것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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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C의 역할은 미국·유럽·동남아에서 만든 도요타도 일본에서와 똑같은 품질을 지닐 수 있게 생산인력 수준을 높인다는 것이다. GPC가 지금까지 길러낸 1만여 명이 일관된 품질의 도요타차를 만드는 데 첨병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한 생산담당 임원은 “도요타는 작업자의 동선(動線)을 센티미터 단위로 쪼개 분석한다”며 “작은 낭비요소까지 지적하고 개선하는 도요타와 조립라인에 투입되는 차량 종류·숫자조차 노조 반대 때문에 바꿀 수 없는 국내상황을 어떻게 비교하겠느냐”고 했다.
도요타는 품질경영을 토대로 급속도로 세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올 상반기엔 미국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2009년엔 사상 처음 1000만 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오 매니저는 “GPC를 통해 도요타는 앞으로도 전 세계 최고 품질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른 행주도 다시 짜는’ 도요타 협력업체 가보니…
“값은 중국 업체와 똑같고 품질 더 좋게 만들자” 도요타 생산방식 밀어붙여
외국인 근로자가 절반 이상 생산현장, 저임금에 시달려
지난 25일 찾아간 도요타(豊田)시 외곽의 도요타 부품업체 ㈜마루타카(丸高)와 ㈜미후네(御船)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도요타자동차에 100% 납품하는 업체들인데도 불구하고 들뜬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00년부터 도요타 본사가 실시한 ‘CCC21(Construction of Cost Competitiveness 21)’ 프로젝트로 원가 30% 절감을 달성한 데다, 최근엔 ‘VI(Value Innovation)’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20% 추가 절감 목표 때문에 회사 전체가 정신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도요타시 일대의 자동차 부품업계 현장은 ‘첨단기술뿐 아니라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도 살아남는다’는 각오로 싸우는 중이었다. 부작용도 없진 않다. 도요타가 성장해 부품을 많이 납품하는 건 좋지만, 그만큼 이익이 줄어 부품업체로서는 좋아지는 게 별로 없다는 것. 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절반 이상 쓰고 있어 생산현장의 저임금화도 심각했다.
“100만개에 1개만 불량이라고 해도 결국 그 불량품이 들어간 차를 구입한 소비자에겐 100% 불량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우리는 그런 소비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불량품을 절대 내보내지 않겠다는 각오로 일합니다.” 반바지 차림의 우메무라 사카시(梅村敏·65) 사장은 “제조공정 안에서 불량을 모두 없애 제품출하시 별도 검사가 필요 없게 하는 게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한국 자동차업계, 현장에 위기의식 적은 게 신기해”
도요타 협력업체들이 보는 한국 자동차업계의 모습은 ‘치열하게 벌어지는 글로벌 경쟁에 대해 위기의식이 너무 부족하다’였다.
마루타카의 모토지마 공장장은 “관련 업계 의견교환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일본인 사고방식으로 볼 때 경영자나 직원들이나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국내 임금 상승, 중국의 급부상 등 여러 ‘위험 요인’을 인식하고 거기에 맞춰 목표를 정한 뒤 반드시 실행해 나간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도요타생산방식(TPS·Toyota Production System)의 실체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미후네의 우메무라 사장은 “한국에서 수백여 명이 공장을 다녀갔지만, 도요타 생산방식은 학습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정말 위기감을 느끼고 스스로 터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다(無馱·낭비나 쓸데없는 것을 뜻하는 일본어)’를 없애라고 했을 때, 이게 ‘무다’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 겉으로 보이는 생산방식만 배워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 도요타자동차는 ‘홍보 장사’를 엄청나게 잘했다. 6월 29일자 조선일보 종합 1면, 동아일보 종합 2면, 중앙일보 종합 3면에 도요타를 칭찬하는 대형 기사가 동시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에서 언론을 비판하는 주간 신문 ‘미디어오늘’ 이 ‘판박이’라고 지적한 렉서스 공장 르포 기사였다. 사실 이런 기사의 홍보효과는 수천만원짜리 광고 수십 개보다 더 크다.
도요타는 렉서스 홍보를 위해 전날(6월 28일) 국내외 44개 언론사 보도진 53명을 초청했다. 도쿄에 주재하는 기자들이었다. 하지만 집결 장소는 공장이 있는 아이치(愛知)현 도요하시(豊橋)역 출구였다. 도쿄에서 고속열차로 1시간24분, 왕복 1만7000엔(12만7000원)이 들어간다. 물론 교통비는 기자 부담이었다. 역에서 공장까지는 도요타가 제공한 회사 버스를 탔다. 30분 정도 걸렸다. 따라서 도요타가 들인 교통비는 버스 1대를 1시간 정도 운행하는 데 필요한 기름값이 전부였다.
버스를 타자 자리마다 도시락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샌드위치와 과일, 생수였다. 이날 도요타가 제공한 오찬이었다. 편의점에서 500엔(37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도시락이었다. 생수까지 합쳐 개당 600엔(4500원)이라고 가정하면 도요타가 지불한 기자 53명 점심값은 모두 합해 3만1800엔(23만8500원) 정도였다.
버스에서 내려 기자회견장에 들어가니 ‘LEXUS’란 로고가 달린 모자가 놓여 있었다. 시중에서 2000엔(1만7000원) 정도 하는 모자였다. 기자들이 모두 가지고 돌아갔다면 도요타는 모자 비용으로 10만6000엔(79만5000만원)을 쓴 셈이다. 도요타 직원들 교통비, 프레젠테이션 비용 등을 빼고 도요타가 기자들에게 직접 들인 비용은 대략 한국 돈 100만원 수준인 듯하다. 물론 이 돈까지 기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도요타는 나름대로 수백 배에 달하는 홍보 이익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도요타는 “기사를 잘 써달라”거나 “크게 내달라”고 부탁한 일이 없다. 누구 말씀대로 공장에 간 한국 특파원들이 ‘죽치고 앉아 (크게 쓰자고) 담합한’ 일도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런 소리를 듣지 못했고, 기사 계획에 대해 누구와 얘기를 나눈 일도 없다. 초청 받을 당시엔 기사를 크게 쓸 생각도 없었다.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렉서스 공장이었기 때문에 응했을 뿐이다.
조선·중앙·동아가 같은 날 비슷한 내용으로 대서특필한 이유는 단 하나다. 세계시장에서 도요타에 판판이 밀리는 현대자동차가 ‘한·미 FTA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바로 그날 파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도요타 홍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신칸센을 타고 가면서 느낀 것은 ‘이대론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었다. 이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큰 뉴스였던 현대차 파업 기사에 나란히 도요타 기사를 붙인 것이다. 중앙, 동아일보 특파원들도 똑같은 기분을 느끼고 똑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미디어오늘’은 “(보수 언론의) 인식 수준이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진보 언론이 초청을 받았다면 이날 어떤 생각을 했고 다음날 어떤 기사를 냈을지 궁금하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궁금하다. 참고로 도요타는 1950~53년 빈번한 파업사태로 망할 위기에 몰린 일이 있다. 이때 도요타를 살려준 것은 일본에 군용차 특수(特需)를 일으킨 6·25전쟁이었다. 그후 도요타는 단 한 번도 파업을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