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보험’은 열정이었다”

AIG ‘高卒 CEO’ 마틴 J. 설리번의 ‘맨발로 쓴 성공신화’
사환으로 시작한 高卒출신 세계최대 보험사 CEO 되다
"학력보다 능력·기술이 중요"…1년 160만원 벌다 이젠 104억원 벌어

    1년에 160만원을 벌던 사환은 지난해 104억원의 연봉을 받는 CEO로 변해 있었다.

    세계 130여 개국 진출, 직원 수 10만6000명, 시가총액 1692억 달러(약 159조원). 4년간 5650만 파운드(약 1070억원)를 주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박지성과 호나우두의 가슴에 회사 이니셜을 새긴 세계 최대의 보험사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 이름만으로도 고객이 모여 오만하다는 평가마저 들었던 이 글로벌 보험사는 고졸 출신의 CEO가 이끌고 있다. 마틴 J. 설리번(Sullivan·53) 사장.

    그는 런던 동쪽의 빈촌(貧村) 스테프니(Stepney)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사우스 이스트 에섹스 기술고교(South East Essex Technical School)를 졸업한 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AIG의 비(非)생명보험부문 영국회사인 AIU에 사환으로 취직했다. 17살의 나이에 그가 받았던 돈은 1년에 850파운드(약 160만원).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보험 유치를 위해 영업맨으로 뛰던 그는 17년 만에 부장(manager)으로 승진하고, 31년 만에 AIG본사의 운영최고책임자(COO)로 오른 뒤, 지난 2005년 입사 34년 만에 AIG에서 가장 높은 자리인 사장(CEO & president)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100만 달러의 봉급과 1012만5000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물론 그의 기적 같은 출세에 실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30년간 AIG를 이끌던 전설적인 CEO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가 회계부정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그는 오랫동안 2인자 자리에 머물러 있었을지 모른다. 또 지난 2002년 후계자 수업을 받던 그린버그의 아들이 아버지와 다투고 회사를 나가지 않았다면, 그에게 CEO 자리는 열려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린버그의 존재는 여전히 그에게 버거워 보였다. 당당한 체격의 설리번 사장은 그린버그와 관련된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닫았다.

    하지만 그는 그 밖의 질문들에 대해서는 활달하게 대답했고, 중간 중간 유머도 섞었다. 서울 여의도에 1조4000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54층짜리 ‘서울 국제금융센터’ 건물도 설리번 사장이 결정, AIG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동북아금융허브를 꿈꾸는 한국 정부의 비전을 “진취적(achieving)”이라고 평가하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클리비즈는 이 글로벌 고졸신화의 주인공을 지난 8월 28일 뉴욕 증권거래소 인근의 66층짜리 AIG 본사 건물 18층 사장 집무실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학력 위조 파문으로 요란한 서울의 가식은 이 당당한 고졸출신의 CEO 앞에서 허깨비처럼 보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영국 사우스 이스트 에섹스 기술고등학교가 최종 학력이네요. 대학 안가고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직장 생활 도중에 편견이나 불편함은 없었습니까.

    “전혀 없었어요. 제가 졸업한 고교는 졸업 이후 이름이 두 차례나 바뀌어 현재의 시드니 러셀 고교가 됐지요. 저는 졸업 후 AIG와는 다른 보험회사인 AXA 계열사에서 잠깐 일하다가 AIG에 합류했습니다. 제가 고졸인데도 어떻게 CEO가 됐냐고요? AIG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누구나 경영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학력이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능력과 기술이 더 중요합니다. 저를 보세요. 연봉 수백 파운드이던 소년이 수천 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최고경영자가 됐잖아요.”

    (설리번은 지난 1월 모교인 시드니 러셀 고교에 5만 파운드를 기증하면서 “내가 이 학교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오늘의 이 위치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연설했다.)

    - 한국에서는 학력을 부풀린 학력 위조 사건으로 시끌벅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잠시 생각하다가) 글쎄…. 제가 학교를 졸업한 지 하도 오래 돼서 이제는 기억이 까마득해요.” (그는 학력을 위조하는 한국의 풍속도를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 당신은 1919년 설립된 AIG의 3번째 CEO이자, 최초의 비(非)미국인 CEO입니다. 미국 기업인 AIG가 당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2년 반 전 CEO가 되기 전에 이미 34년 동안 AIG에서 일하면서 여러 분야의 업무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금융분야도 담당했고, 총괄업무도 했죠. 이사로도 일했습니다. 저의 이러한 다양한 경험이 CEO 선택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저는 AIG를 이끌게 되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평생을 바쳐온 AIG를 사랑해요. 중요한 점을 하나 더 덧붙이자면 AIG는 다국적 기업이기 때문에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CEO가 될 수 있어요.”

    - 한국인도 당신의 뒤를 이어 CEO가 될 수도 있을까요?

    “물론이죠.”


    • 박지성과 설리번‘찰칵’2006년 4월 6일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홈구장 올드트래포드에서 맨유 유니폼을 후원한다는 기자회견을 한 직후 맨유 소속 선수들과 가진 기념 촬영. 왼쪽부터 박지성, 웨인 루니, 설리번 사장,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 게리 네빌. /GettyImages 멀티비츠

    ■ “나는 두발로 뛴다”

    ―1년 연봉이 850파운드였던 소년이 1112만5000달러의 고액연봉자가 됐습니다. 자기 인생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요.

    “제 인생을 점수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나 저는 제가 살아온 길과 한 일에 대해 매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나는 리스크가 왔을 때 피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나를 돕지 않았죠. 하지만 리스크 속에 온 몸으로 부딪쳤을 때 기회가 보였습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겠죠.

    “나의 아버지는 포드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였습니다. 사실, 대학에 가고 싶었는데 가지 못했죠. 이런 내가 오늘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무엇이든 먼저 실행하고 보는 열정이 한몫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보험업계에 뛰어들었어요. 사실, 그때는 사환으로 시작했죠. 하지만 곁눈질로 보험업계 사람들을 보면서 보험업이 얼마나 재미난 것인지 온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처음에 손해보험상품을 팔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영국에선 그 당시 드물었던 복합보험상품(multi-line policy)을 판매하면서 이름이 조금 알려지기 시작했죠. 나한텐 행운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아일랜드의 AIG 자회사 손해보험 부문의 책임자로 올라선다. 그 자리에 있던 설리번의 상사는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되고, 그는 “이런 상황이 너무 불편했다”고 회상했다. 2년 뒤, 설리번이 다른 자리로 승진하게 됐을 때, 상사를 ‘제자리에’ 앉게 했다.)

    ―지금도 경영자의 입장에서 직원들에게 재미를 강조하시나요?

    “나는 보험업 자체가 너무 좋습니다. 천직이죠. 나는 아직도 아침에 일어날 때 ‘오늘은 또 뭐를 해볼까’하고 기대에 부풉니다. 또 바쁜 생활 속에서도 항상 ‘나를 위해 일하자. 그러면 일이 재미있을 것이다’(work for me, it’s fun)라는 생각을 항상 하죠. 이런 나의 열정(enthusiasm)이 결국 직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터에 나왔는데 화가 잔뜩 난 리더의 얼굴을 보면, 일할 맛이 나겠어요?”

    ―전임인 그린버그 전 회장은 까다로운 성격의 CEO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당신은 신사적이고 관대하며 조용한 성격의 리더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스로를 어떤 리더라고 평가하시나요?

    “직접 만나보니 어떤가요? 제 리더십 스타일은 성격과 깊은 관련이 있죠. 저는 지식을 과장하지도 않고 재능이 뛰어나다고 뽐내지도 않지만, 일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집니다. 물론 성질도 내지요. 제가 성질을 내면 상대방은 뉴욕이 아니라 아예 지구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친구들이 말해요. 뉴욕이 아니라 지구를 말이죠. (웃음) 결국, 회사 경영이란 축구 팀을 이끄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적절히 구워 삶고(cajole) 다정하게 품어야 할 때도 있고, 다른 식으로 동기 부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모든 사람들의 능력을 다 활용해야 유능한 경영자입니다. 사람들의 능력이야 다 천차만별이니까….”

    ―자회사나 지사가 있는 수많은 나라들을 모두 직접 방문하며 점검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취임 후 처음에는 뉴욕 본사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많은 시간을 바로 이 소파에서 보냈지요. 내가 뉴욕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어요. 대신 몇몇 핵심 임원들을 전 세계 지사로 보내 직원들의 각종 질문과 의문에 답하도록 했지요. 이 전략은 상당히 좋아서 많은 효과를 냈지요. 그리고 나중에 내가 가서 뒷마무리를 했죠.”

    ■ “우리는 미국 기업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내부 감사를 벌였다”

    ―그린버그 전 회장이 회계부정 스캔들 때문에 물러나고 바통을 이어받았을 때 현재 뉴욕주지사인 엘리어트 스피처(Spitzer) 당시 뉴욕주 검찰총장과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도한 당국의 조사를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회계부정 파문은 완전히 끝났나요.

    “AIG에 관련된 부분은 완전히 해결됐습니다.”

    ―어떻게 해결했나요.

    “스피처 검찰총장과 SEC 당국자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정중하게 대했지요. 제가 직접 그들을 만나고 그들도 의문이 있으면 제게 직접 전화를 했습니다. 정면 대응하겠다는 자세로 매우 투명한 절차를 강조하면서 일을 처리했습니다.”

    ―오랫동안 AIG는 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신용 등급 AAA를 기록하는 회사였지만, S&P는 AA, 무디스는 Aa2 등 신용 등급 역시 떨어졌는데요.

    “물론, 신용 등급이 더 높으면 그만큼 이득을 많이 볼 수 있는 사업 부문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등급을 회복하는 데 온 신경 세포를 다 곤두세우진 않을 겁니다. 사실, 처음 한 단계 떨어졌을 땐 당연히 회복하는 게 능사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또 한번 떨어지고 나면 이젠 유지하는 게 가장 큰 일입니다.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이젠 안정을 찾았으니, 올라가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겠죠.”

    ―투자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주주들이 원하는 건 정말 간단합니다. 그들은 주요 이슈가 되는 문제들이 적절히 다뤄지고, 목표로 하는 게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합니다. 또 손에 얼마나 쥐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AIG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했던 건 무엇보다 제 때 제대로 된 정보를 그때그때 알려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두운 부분 없이 모두 환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나는 최대한 많은 부분을 공개하려 애썼습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막대한 손실과 회계 부정 의혹 등 많은 어려움을 헤쳐 오셨는데요. 이 어려움을 돌파한 비결이 있다면?

    “나는 스테프니(Stepney) 출신이에요. 런던 동부(East London) 출신이죠. (웃음) 자라기는 에섹스(Essex) 다겐함이라는 곳에서 자랐어요. 정말 시골이죠. 과장 조금 보태자면, 이곳에선 100파운드 하면 사람들이 놀라서 뒤로 나자빠질 수준이에요. (웃음) 그러니, AIG 손실액이 얼마나 엄청난 비극으로 피부에 와 닿겠어요? 우리는 미국 기업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내부 감사를 벌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두 번이나 수정했죠. 많은 외부 사람들이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던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도 대대적으로 진행했지요. 우리는 이사를 7명이나 더 뽑았어요. 지난해 순이익 154억 달러, 1조 달러의 자산 규모, 1000억 달러의 시가총액 등이 우리의 위치를 보여주는 경영성적표입니다. 우리는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를 헤쳐나가면서도, 사업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그 결과 경영성적이 이렇게 나타난 거죠.” 

    ■  “열정·비전·소통·실행이 나의 무기”

    ―취임 후 AIG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나는 2005년 3월 14일 스타트 라인에서 ‘탕’하는 소리와 함께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뛰고 있죠. 나는 모든 이슈들에 정면으로 부딪혔고, 투명성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공격 모드’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남았어요. 원래 그렇게 공격적인 성격은 아닌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변화를 하려면, 부하직원들을 잘 설득하고 끌고 가야 하는데, 어떻게 부하 직원들을 당신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나요.

    “사업의 초점이 고객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고객이 관심의 초점에서 멀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각 사업부문의 담당 임원들에게 뜻을 전달하면 전 세계 AIG 지사에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AIG에게 고객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우리는 많은 고객을 갖고 있습니다. 보험 가입자도 있고, 은행 등 다른 거래상대도 있죠. 고객수가 전 세계적으로 모두 6900만명쯤 되는데, 우리에게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객이 없다면 우리의 사업 자체가 존립할 수 없죠. 그래서 우리는 고객 개개인의 요구에 대해 일일이 대응합니다.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다가가더니 뉴욕타임스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오늘 아침 뉴욕타임스에 AIG에 대해 좋은 기사가 났습니다. 아이다호주에서 산불이 나자 AIG 고객들에게 내연액을 주택 지붕 등에 뿌려 산불이 옮겨 붙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는 내용이죠. 산불로 주택이 파괴된 뒤에 보상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보험회사가 사전에 예방조치도 하는 겁니다. 고객에게 이러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고객서비스 목표입니다.”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AIG 내에서 변화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요.

    “변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AIG의 모든 사람들이 AIG를 다른 보험회사와 차별화시킬 수 있었던 기업가 문화(entrepreneurial culture)를 유지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최고의 기업지배구조와 법률 준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둘은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는 상호 배타적인 것은 아닙니다. 지난 2년간 우리가 해 온 성취 덕택에 우리는 앞으로도 이 둘을 모두 추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에는 사람들이 떠나려 하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을 회사에 남아 있도록 설득하는 일도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만.

    “사람들마다 (회계부정) 사태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모두 달랐어요. 그래서 나는 그들을 명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득했지요. 나는 신의 섭리를 거역하려는 생각은 없어요. 누구든 당장 내일 회사를 그만두고 떠날 수 있겠죠. 다만 당시에 우리 직원들은 다소 정신적으로 혼란한 상황이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조언과 지도가 필요했죠. 제가 그 역할을 했어요.”

    ―세계 일류 경영자의 지위에 오르셨으니 많은 경영노하우와 경영철학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영자가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인가요.

    “먼저 경영자는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어야 합니다(passion). 또 회사에 대해 비전(vision)을 갖고 있어야 해요. 사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표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는 자신의 목표를 동료나 다른 이해관계 당사자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communication).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비전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execution). 이 네 가지를 갖춰야 훌륭한 경영자라고 할 수 있어요.”

    ■ “그린버그 얘기는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아”

    (설리번은 인터뷰 도중 몇 차례 한국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았을 때 먼저 기자에게 “김치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 기자가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런던에 근무할 때 삼성 등 한국 사업파트너들과 함께 한국식당에 여러 차례 간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김치 외에 불고기도 좋아한다고 했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졌을 때, 그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

    ―그린버그 전 회장의 공과(功過)에 대해 평가를 좀 해 주십시오.

    (유쾌하고 적극적인 분위기로 이야기하던 그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목소리도 낮고 진지해졌다. 그의 답변은 짧고 간단했다.)

    “그린버그 회장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설리번은 말을 마치고 난 뒤에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린버그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졌다.)

    ―그린버그 시절에 AIG는 ‘All In Greenberg’(모두 그린버그 손 안에)의 약자라는 농담이 돌기도 했습니다. 그린버그 시절과 어떻게 차별화하셨나요.

    “(화제가 그린버그에서 자신의 업적으로 돌아가자 그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래요? 영국 프로축구팀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선수들이 AIG 마크를 가슴에 달고 뛰고 있습니다. 한국선수인 ‘박’(박지성을 의미)이 뛰는 축구팀인데 아시죠? 맨유의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Fergus on)이 나에게 언젠가 그러더군요. AIG는 ‘Alex is God’(알렉스는 신)의 약자라고요. 그 이후로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요(다시 웃음.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뒤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AIG는 전 세계에 10만6000명의 종업원이 있는 큰 회사입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팀으로 일합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 자본구조와 지배구조, 내부감사 부문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뛰어난 전문가들도 많이 영입해 인력구조도 매우 튼튼해졌습니다. 저는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우리는 힘을 합해 그것을 고쳤습니다. 저는 우리가 한 일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최근 투자자들과의 전화회의에서도 경영의 투명성이 높다고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아이 러브 코리아”

    ―그린버그 전 회장은 중국 보험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중국 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중국은 매우 매력적이고 큰 시장입니다. 저는 중국에서 상하이발전포럼 등 많은 단체에 멤버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 깊은 관심을 갖고, 상하이 보험감독당국과도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혹은 보험 세일즈맨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상하이와 광둥 지역의 AIG 직원들은 매우 바빠요.”

    ―중국 시장의 영업환경은 어떻습니다. 예컨대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든지 해서 애로를 느낀 것은 없나요.

    “(답변을 잠시 생각하려는 듯 몸을 뒤쪽으로 제치며) 아직 큰 문제점은 없습니다. 우리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 한국의 감독당국과도 잘 협의를 하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 사업에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중국·일본·한국의 감독당국에 친구들이 많아요.”

    (친구 이야기가 나와서 한국의 지인에 대해 물어보았다.)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이 제 친구입니다. 이제 물러났죠. 제가 한국을 방문하거나 윤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할 때 여러 번 만났습니다.”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지역의 투자 계획은 어떻습니까.

    “내 몸에게 물어 보세요. (그는 최근 아시아행 비행기를 많이 타면서, 몸이 피로하다는 사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나는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늘 흥분한 상태로 돌아옵니다. 여기엔 늘 기회가 있으니까요. 특히 중국에선 생명 보험 상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또 지난주에 필리핀 마닐라에 출장을 갔었습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에도 자주 출장을 갑니다. 아시아를 방문할 때마다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것을 느낍니다. 매우 인상적이에요. 아시아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더불어 AIG도 아시아 시장에서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AIG는 세계 1위의 보험회사이지만 아직 각국별로 보면 점유율이 낮은 곳이 많습니다. 일본의 경우 3.5% 정도밖에 안 되요. 한국은 …(옆에 앉은 크리스 와이넌즈 부사장에게 숫자를 물어본 뒤) 3.25% 수준입니다. 이런 국가에서 우리는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한국 가구의 90%가 이미 1개 이상의 보험에 가입해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한국의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신세대들이 자라나 계속 결혼을 하고 은퇴한 노령층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보험수요가 계속 생겨납니다. 이들을 상대로 우리는 생명보험 상품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팔 수 있습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들이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자본확충을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네델란드계 보험회사인 ING는 3000억원이나 투입할 계획입니다. 한국 시장의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증자 계획은 없는지요.

    “한국 AIG는 현재 자본구조가 매우 잘 되어 있습니다. 한국 보험산업은 계속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기회로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AIG 주도로 서울 여의도에 금융센터빌딩을 짓고 있지요. 문제는 없습니까?

    “그 프로젝트는 일정과 예산에 따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0년 말과 2012년 사이의 시기에 완공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지공사를 마치고 현재 건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동북아 지역의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한국 정부의 비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 정부의 비전은 매우 진취적(achieving)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많은 성공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의도 빌딩 건축 작업은 AIG가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서울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들 중 하나입니다. 또 아시아에서 3번째로 큰 경제국가의 수도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어떤 도시들보다 많은 인구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국제적인 수준에 부합하는 지역을 찾고 있는 주요 다국적기업들에게 서울은 최종적인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AIG는 한국 경제에 있어서 장기적인 역할을 하는 혜택을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융허브로서 한국이 발전하는 데뿐 아니라 회사의 다른 사업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한국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한국 직원과 보험 고객들 수천명을 포함해, 한국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수십년 동안 한국 경제 성장의 파트너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수십년 동안에도 계속 한국의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경영자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오랜 인생경험에서 체득한 교훈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장성한 두 딸에게는 어떤 교훈을 가르치십니까.

    “무엇보다도 높은 수준의 근로윤리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저와 딸들은 나이 차이가 있지만 근로윤리는 꼭같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특히 자기 일에 반드시 책임을 지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결과가 좋든지 싫든지 상관없이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 블룸버그
    ■ 그린버그와 설리번 사이 '애증의 그림자'

    전임 CEO에게 “회사 손해 배상하라” 소송…
    과거와 명백한 선긋기


    2005년 3월 사장에 취임한 마틴 설리번의 어깨는 무거웠다. 검찰 수사를 받다 낙마한 모리스 그린버그(사진)전 회장은 ‘보험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명성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그린버그 시절 실적조작 의혹에 대한 여론의 비난, 직원들의 동요, 그리고 5개월 뒤에 미국을 휩쓸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설리번 사장의 앞길에 놓여 있었다. CEO 교체 당일 AIG 주가는 1.33% 하락했다.

    AIG에서 그린버그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AIG CEO로 재직한 37년간 꾸준히 신사업을 개척하며 매년 15% 수익을 냈다. 시가총액은 500배 이상 올려놓았다.

    설리번은 취임과 동시에 “그린버그의 리더십에 감사한다”는 말과 함께, “기업활동에서 마땅히 지켜야 하는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린버그의 공로는 인정하지만, 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회사를 끌고 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설리번은 잘못을 시인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갔다. 2005년 5월 AIG는 지난 5년간 실적을 재공시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수입을 39억 달러 줄이는 내용이었다. 고객의 신뢰를 먹고사는 보험회사로서는 치명적인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 검찰과는 16억4000만 달러 벌금을 내는 조건으로 합의를 봤다. 과거를 깨끗이 정리한 AIG는 2006년 실적발표에서 수익 34% 증가라는 놀라운 결과를 내놓으며 그린버그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설리번과 그린버그는 성격과 경영 스타일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린버그는 호전적이고 권위적인 반면, 설리번은 유쾌하고 온화한 성격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에 참전해 훈장을 받기도 했던 그린버그는 직원들에게 고함을 질러대기 일쑤였다. 고위간부들에게는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반면 설리번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CEO 취임 직후 사내 우편물 관리소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고졸 성공신화의 주인공답게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법을 잊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린버그가 직접 후계자로 지명한 데서 알 수 있듯, 성공에 대한 강한 집착과 세부사항을 직접 꼼꼼하게 챙기는 철두철미함은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지난 6월 AIG는 그린버그 전 회장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실적조작과 검찰 수사로 그간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그린버그는 AIG 자회사였던 스타인터내셔널 등을 통해 10% 이상의 AIG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일주일 뒤 그린버그는 마틴 설리번을 포함한 AIG 경영진 16명을 고소했다. 실적수정과 검찰과의 합의가 부적절했고, 이로 인해 회사가 큰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린버그의 그늘에서 태어난 마틴 설리번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고, 설리번의 변신노력이 짙어질수록 그린버그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보인다. 



    대형화·그룹화·글로벌화 모험나선 보험업계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세계적으로 보험시장은 통합되는 추세에 있다. 1990년대 이후 빠르게 진행되어온 시장개방화가 통합의 배경이다. 이러한 시장통합은 EU와 같이 여러 국가의 시장이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면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글로벌 보험회사가 영업활동의 범위를 세계 각국으로 넓히면서 진행되기도 한다. 글로벌 보험회사가 국제적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감에 따라 국경을 초월하여 보험회사에 대한 인수·합병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보험회사는 새롭게 성장하는 지역에 진출할 뿐만 아니라 FTA(자유무역협정)와 같은 협정을 배경으로 보험제도 및 시장 여건을 동조화시켜 자신들의 영업활동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내면서 시장을 통합시키고 있다. 또 보험회사는 리스크 관리라는 고유한 업무에만 자신의 성장영역을 국한시키지 않고 자산관리서비스 등 소매금융영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종합금융그룹화 전략도 추구하고 있다.

    그러면 이렇듯 세계적으로 유수한 보험회사들이 대형화, 그룹화, 글로벌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는 다른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보험회사도 정보 및 지식과 시스템에 근거하여 사업을 전개해야 하므로 규모를 키우는 것이 비용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겸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복합화된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은행, 자산운용회사 등을 소유하여 경쟁하는 것도 필요해졌다.

    보험사들은 한 국가의 경계 내에서는 새로운 금융서비스 수요를 따라 범위를 확대해나가면서 기존 보험의 영역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롭게 성장하는 국가에 진출하여 성장동력을 보충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보험회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못한 보험회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특화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는 보험회사들은 최근 고객에게 사회 및 자연 환경변화에 따라 생겨나는 새로운 영역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구고령화와 관련, 민영보험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연금, 건강보험 및 장기간병보험 분야에서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라이프사이클에 입각해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개인의 금융 및 비금융자산을 적절히 관리해주기 위한 자산관리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손해보험회사들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 각종 재난, 환경오염피해 등에 대응한 리스크관리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이렇듯 여러 분야에 걸쳐 리스크를 인수함에 따라 보험회사의 리스크는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를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 전통적인 재보험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의 개발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보험회사들은 리스크를 자본시장에 유동화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보험산업과 자본시장의 결합이 이제 자산운용상의 차원을 벗어나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따라 스웨덴의 최대 보험그룹인 스칸디아는 전통적인 손해보험회사의 이미지를 탈피해 역동적인 장기저축기관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가 이렇게 변신에 성공하는 데는 새로운 사업 가치사슬(value chain)을 도입하고, 외부의 자산운용사와 독립판매채널을 적절히 활용하는 창조적 혁신을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보험회사 AXA는 전세계적으로 보험회사는 물론 투자 관련 자회사를 인수해 자산관리업무를 중심으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모형 구축에 성공하였다. AIG, 푸르덴셜, 메트라이프 등 많은 글로벌 보험회사들도 단순히 보험서비스 제공에만 머무르지 않고 종합금융서비스를 글로벌 수준에서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제 보험회사를 둘러싸고 세계적 규모에서 일어나는 경쟁의 초점은 한편으로는 보험 고유의 서비스를 새로운 상황에 맞게 누가 잘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게 성장하는 금융서비스 및 영업지역을 누가 먼저 선점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보험회사들은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전통 서비스영역의 수성(守城)에 치우치기보다는 효율적으로 영업지역과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 Posted by Takumi

    2007/09/09 01:36 2007/09/0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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